외국인·재외동포 담당 세계평화부 신설을 

체류 외국인 조만간 500만 돌파, 다문화사회로 진입… '이민사회 논의' 본격화 해야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사)러브아시아-대전외국인복지관 지난 5월 31일 '2019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사)러브아시아 중심에는 김봉구 대전외국인복지관장이 있다. 김 관장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로 특별한 정부지원 없이 2002년부터 이주 외국인들을 위한 무료진료, 법률상담, 한글교육, 아동교육 등 정착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김봉구 대전외국인복지관장│2002년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쉼터와 살림교회를 동시에 설립해 감리회 창시자 요한 웨슬리 목사의 신앙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2005년에는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소를, 2006년에는 결혼이주여성 인권센터를. 2010에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다. 이어 대전 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과 (사)러브아시아, 다문화레스토랑 I'mAsia를 설립하는 등 민간의 힘으로 정부나 교계보다 한발 앞선 이주민 맞춤형 복지지원을 해왔다. 사진 한남진 기자

■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는 세금을 안내고 국내경제에 기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이다. 외국인 출입국 정책의 책임자인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분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낸 세금, 과태료, 수수료 등을 합치면 최소 1조5000억원이나 된다. 우리나라에는 외국인노동자 100만명, 결혼 이주여성 30만명, 유학생 20만명, 기타 외국인 등 240만명이 생활한다. 3D업종에서 일하는 산업역군으로 고마운 존재다. 이들을 위한 국가재정은 고작 1500억원이다. 황 대표의 발언은 국민 사회통합에 바람직하지 않고 외교적으로도 보탬이 안 된다.

■ 일부에선 외국노동자들이 국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는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인력이 부족한 중소제조업체, 농축산어업, 3D업종 등에서 일한다. 이주노동자는 국내 실업률이나 청년 실업률과 무관하다.

예전의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는 인권침해, 산업재해 등으로 문제가 되면서 폐지됐다. 정부는 2004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로서 노동권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현재 16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E-9 비전문취업비자로 인력을 받고 있다. 또 중국교포 등 F-4 재외동포비자를 발급해 건설업, 서비스업에 취업을 하고 있다.

■ 불법체류자 단속과정에서 인권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불법체류란 용어가 잘못됐다. 초과체류라고 해야 한다. 이들은 비자만기를 초과한 것이지 범죄자가 아니다. 출국할 때 벌금 100~200만원을 내면 된다. 중국이나 태국에서 무비자 입국제도로 초과체류자가 생긴다. 고용허가제에서 초과체류자는 많지 않다. 최대 4년 10개월 국내 노동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과체류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노동하는 분들은 초과체류와 상관이 없는데 욕을 먹고 있다. 이들도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과 관련해 어쩔 수없이 발생하는 제도상 헛점을 개선하면 초과체류자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 미국에도 한국인 초과체류자들이 많다.

미국에도 우리나라 이민자 17만명 정도가 초과체류자로 생활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이민사회는 초과체류자일지라도 전과가 없으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준다. 이들 나라는 이주노동자를 잠정적인 국민으로 생각하고 추방도 쫓아내라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데 한국의 초과체류자만 범죄자 취급하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이러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왜 없어지지 않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과 인류애, 세계는 하나라는 세계주의, 다문화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와 유언비어 등 잘못된 내용들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시정해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잘못된 내용을 보도해, 이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회의 위화감이나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 최근 베트남 이주여성 아내를 폭행한 사건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 부인이 한국어를 못한다고 상습 폭행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유입되는 이주노동자나 결혼 이주여성의 경우 현지에 파견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C)에 통과해야 하는데 요식적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들에게 정부가 현지 국가에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등을 더 확대해야 한다. 한류도 확산하고 한국어도 교육함으로 국내 조기정착도 유도할 수 있다. 또 해외동포나 청년 일자리도 만들고 한국 사업장 대학 남편 가족 본인 자녀에 이르기까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적은 예산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후약방문보다 사전예방이 더 필요하다.

■ 대부분의 다문화 가족이 취약계층이다.

30만명의 이주여성이 있는 가정의 70% 이상이 취약계층이다. 초창기엔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지만 5~10년 거주한 이주여성에게 자녀교육과 일자리 문제가 더 급하다. 그런데 관계부처가 손을 놓고 있다. 다문화 자녀는 언어발달 부진이 학습부진으로 이어져 공교육 탈락률이 2배 이상 높다. 교육안전망이 시급하다. 각 도시마다 원도심(구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소규모 학교가 많다. 유휴공간인 소규모 학교나 폐교를 이용해 다문화공립학교(국제언어학교)를 설치해야 한다. 이곳에서 이중언어, 시청각교육, 기술교육 등 특성화 교육과 다문화 강점을 살린 교육을 해야 한다.

또 이주여성들의 취업, 창업 장벽이 내국인보다 훨씬 높다. 이들의 특성을 살려 다문화분야 민간 개방형 채용을 확대하고 공동일터, 공동일자리가 필요하다. 대전외국인복지관에서 이주여성 일자리 창출하기 위해 다문화식당(I'mAsia)를 창립했다. 다양한 아시아요리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217곳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순차적으로 다문화식당을 창업해야 한다. 한국어 교육만으론 경쟁력이 없다. 빨리 이주여성들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켜서 가정경제를 튼튼하게 해줘야 이혼율을 줄이고 자녀교육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

■ 국무총리실 산하에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위원회)가 있다.

1년에 두번 회의해서 어떻게 역할을 하겠나. 이주노동자는 고용노동부, 이주여성은 여가부, 유학생은 교육부, 체류는 법무부, 지역은 행정안전부, 재외동포는 외교부 등으로 산재하고 중복되는 부문도 많아 부처간 갈등과 통합관리능력이 부족하다. 청와대에 다문화특보를 신설해야 하고 위원회를 통합관리와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 산하로 승격해야 한다. 현재 다문화청 외국인청이 논의되고 있는데 240만 외국인, 재외동포 750만명 등 1000만명을 관리하는 장관급의 세계평화부 신설을 제안한다.

■ 우리나라도 이민국가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외국인이 매년 10%씩 늘어 조만간 500만명까지 갈 거라고 본다. 독일, 영국이 10%이니까 우리도 다문화 사회로 들어가는 거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난민 140만명을 받아들인 것은 인도주의적인 차원보다는 독일정부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타개책으로 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 이득이 된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이탈리아 역시 노인연금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이주민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경제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민족주의 개념, 외국인 혐오, 분단국가 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민사회로 가는 부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