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보호소 참사의 근본 해결책으로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21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7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를 촉구했다.



김봉구 협의회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한국 사회는 급속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노동인력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20만명을 합법화하거나 전향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정부는 여수참사에 대한 피해자 구제에 그치지 않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단정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정부의 승인절차를 밟지 못했을 뿐이기 때문에 미등록 노동자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모민(35)씨는 대통령께 드리는 글에서 “나는 한국에서 5년째 좀더 잘 살려고 아파도 병원에 안가고 힘들어도 3∼4시간 잔업을 하고 있다”며 “법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법을 만들어 우리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우주베키스탄 출신 노동자 보트르존(38)씨는 “4년 동안 온갖 멸시를 견디며 한국자동차 부품을 열심히 조립했고 내가 한 일이 한국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50여명은 전날부터 KNCC 사무실을 점거하고 여수 참사의 조속한 해결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KNCC는 22일 오후 2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초교파 연합기도회를 열고 종로2가 탑골공원까지 평화행진을 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