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주노동자들의 송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렇게 흘러간 돈이 국가 경제 성장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천만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으로 송금한 돈은 1670억달러(약 158조6500억원)에 달했다. 최근 몇 년 새 이들의 송금은 정부 재정 지출 없이 경제를 활성화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이 돈은 가난한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교육하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과테말라의 경우 해외에서 부쳐오는 돈이 빈민 가구 총소득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우간다는 빈민층을 11%포인트, 방글라데시는 6%포인트 떨어뜨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주노동자 송금이 빈국의 장기적 경제 발전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비를 늘리는 데는 기여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송금액의 85%는 생계 유지에 쓰이기 때문에 저축과 투자에 사용될 여력이 많지 않다. 오히려 국내 화폐 가치 상승을 촉발해 수출 환경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신문은 대표적인 사례로 엘살바도르를 들었다. 엘살바도르는 1980년대 내전으로 엑소더스(탈출)가 이어져 국민 6명당 1명꼴인 150만명이 해외에 거주한다. 이들이 고국으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28억달러로, GDP(국내총생산)의 16%에 이른다. 지난해 송금액은 1999년 대비 두 배 늘어났지만, 경제성장률은 2.4%에 머물러 있다. 반면 1992∼2001년 사이 화폐가치는 주변국보다 50% 이상 뛰었다.

미시건대 딘 양 교수(공공정책학)는 “인력 수출과 송금은 근본적인 개발 문제에 대한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도 지난달 31일 발간한 남미 보고서에서 “이주노동자의 송금이 견고한 개발 정책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