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정왕동 파로스 교회에서 5일 태국인 노동자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강윤중기자

－태국인 노동자들 희망주는 컴퓨터 교실－

“사와디캅. 오늘은 홈페이지에 대해 배우겠어요.”

지난 4일 경기 시흥의 파로스 태국인 교회. 컴퓨터 수업에 참석한 아필락(31·태국)의 눈이 반짝였다. 지난 12월 컴퓨터라고는 처음 만져본 아필락은 3개월 동안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부터 마우스 클릭, 타자법 등을 익혔다. 이제 인터넷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돼 고국 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아필락은 “지구가 아주 넓고 세계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을 것 같다”며 열의를 보였다. 이날까지 아필락을 비롯한 17명의 태국인들은 3개월간의 기초과정 수료증을 받았다.

이 수업은 경기 시흥시에서 지원하는 ‘귀환 프로그램’의 일환. 귀환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귀환할 여건이 안돼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고국에 돌아가서 새 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자는 취지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론(30·여·가명)은 “예전엔 고국에 돌아가도 달리 꿈이 없었는데 이젠 뭔가 희망이 생긴다”며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태국의 학생들이 쉽고 저렴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PC방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컴퓨터 수업을 하고 있는 박정영 목사는 “이주노동자들이 구체적인 인생의 계획을 갖게 되면 무작정 불법체류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은기자〉

－광주 외국인 둥지 ‘여수참사 불똥' 폐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 이후 광주지역 한 외국인 쉼터가 소방시설 미비 등으로 문을 닫게 됐다.

광주 광산구 하남공단에 자리한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는 5일 “‘여수참사’ 뒤 센터 내 24평 짜리 쉼터에 대한 가스·전기·소방 시설을 점검한 결과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1998년 설립된 이 센터는 각계 후원금으로 주방과 침실 등을 갖춘 외국인 쉼터를 2001년 초부터 운영해왔다. 그러나 ‘여수화재 사건’ 이후 소방당국이 외국인 보호시설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면서 소방시설비 마련과 야간관리 책임 등의 부담이 가중, 스스로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곳 쉼터는 몸이 아프거나 일자리가 없는 중국인 10명, 중앙아시아인 10명, 아프리카인 8명, 타이인 3명 등 모두 31명이 24시간 머무르는 안식처가 돼왔다.

폐쇄결정이 내려지자 21명은 공단주변에 10만~15만원 짜리 사글세방을 마련해 나갔다. 하지만 나머지 10명은 사정이 어려워 잠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할 상황이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 아이다릇씨(35)는 “1월말 공장에서 손을 크게 다쳐 실직한 후 이곳에 들어와 생활을 해왔다”면서 “그동안 번 돈을 모두 고향에 보낸 상황이라 앞으로 생활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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