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5-13 09:28
|
찾아가는 무료진료… "타향살이 설움까지 보듬죠"
|
 |
 조회 : 1,198
|
지난 10일 낮 12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 운동장에는 ‘사랑의 이동클리닉’ 버스 2대가 들어섰다. 버스가 멈추자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직원과 자원봉사자로 나선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 새사람선교회 소속 봉사단 30여명은 의약품과 각종 진료 장비를 챙겨 대학 내 보건소로 옮겼다.
이들은 보건소에 구획을 정해 내과와 신경외과, 안과, 소아과, 정신과, 한방과, 임상병리과, 약국 등을 임시로 마련한 뒤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무료 진료 준비를 마쳤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07년 45인승 버스를 개조해 치과와 산부인과 진료를 할 수 있는 ‘사랑의 이동클리닉’ 1호와 2008년 안과, 이비인후과 진료를 위한 ‘사랑의 이동클리닉’ 2호를 제작해 국제보건의료재단에 기증했는데, 이날 진료에 나선 것은 치과·산부인과 진료를 담당하는 1호 차량이었다.
◇지난 10일 한 결혼이주여성이 ‘사랑의 이동클리닉’ 버스에 마련된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오후 1시 병원 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결혼이주여성과 유학생들은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의사들과 진료 상담에 들어갔다.
“어디가 아프세요?” 내과 의사인 조영덕(47)씨가 묻자 오리하라 아이(折原愛·30)씨는 서툰 한국어로 “배와 어깨가 아프다”고 말했다. 조씨는 오리하라씨에게 본인과 가족 중에 고혈압과 당뇨, 뇌졸중, 심장병 등의 병력(病歷)이 있는지 등을 물은 뒤 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
오리하라씨는 피검사를 시작으로 내과와 한방과를 거쳐 치과와 산부인과 검진도 받았다. 당뇨와 간기능, 콩팥이상, A·B·C간염, 에이즈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피검사는 7분 만에 결과가 나올 정도로 신속했고, 산부인과에서는 진료와 함께 자궁암검사도 해주었다.
2007년 한국으로 시집온 오리하라씨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에 혼자 가는 것이 힘들었다”며 “휴일에 가족과 함께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무료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은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은 120여명에 이른다. 한국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통역을 통해 진료가 이뤄졌고, 진료뿐 아니라 약도 2∼3일치씩 무료로 받았다.
가장 인기 있는 진료 과목은 치과. 비용이 많이 들어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치과를 찾지 않던 이들에게 무료 치료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치과는 대환영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은 다른 과목보다 대기시간이 오래 걸려 길게 줄지어 서 있었지만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치과의사 이상탁(53)씨는 “이곳에 오는 외국인들은 자국에서도 치과 진료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치석도 많지만 충치가 심해 치료를 받기 위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세븐럭’을 운영하고 있는 그랜드코리아레저의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화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05년 회사 설립부터 국내 거주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근로자를 중점대상으로 선정해 치료사업과 교육지원 사업, 문화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사랑의 이동클리닉‘을 기증하기 전부터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치료사업에 뛰어들었다. 2007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노동자 5300명에게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해 국내 외국인들의 건강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했고, 이 사업과 연계해 2008년부터 외국인 검진·치료를 확대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07년 7월부터 국내 유일의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초등교육 대안학교인 부산의 ‘아시아공동체학교’와 지원업무 협약을 맺은 것을 인연으로 지속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지원과 문화체험, 여름캠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공동체학교 재학생 대부분은 정규 초등학교 재학 중 혼혈아라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받고 전학한 학생들이다.
특히 지난해 5월 다문화가족 어린이들에게 엄마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아시아공동체학교 내에 ‘국제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다.
도서관에는 태국과 중국, 네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일본 등 세계 12개국에서 수집한 ‘엄마 나라 동화책’ 8000여권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밖에 그랜드코리아레저는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언어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2006년 10월 경희대 결혼이민자 한글학교 지원 사업과 2007년 6월 한국어교재 7500권 부산시청 기증 등 한국어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또한 다문화가족이 한국의 혼을 느낄 수 있도록 경복궁과 민속촌 등을 함께 둘러보고 한국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기획팀=신진호·김형구·김준모 기자 multiculture@segye.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