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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1-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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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 아프면 서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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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2,941  추천 :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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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나 아프면 서럽잖아요
여기저기 쌀라쌀라 못 알아들을 소리 시끌벅적하고, 우리말도 섞여 정신이 없다. 일요일에 대전외국인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이하 외노센터) 무료진료소에 들러봤더니, 우리나라 사람 포함 가지각색 인종들이 모여 있었다. 외노센터 무료진료소는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이다.
이 곳 소장 신현정 씨는 감기에 걸린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진료 중이었다. “머리? 눈? 뜨거워?” 국내에 온지 한 일 년만 되도 대충 우리말을 좀 알아듣는다는데, 그 날 그 환자는 아마 온지 얼마 안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의사가 환자 말을 못 알아 들으면 진료를 어찌 한다? “대충 눈치로 다 알아들어요.” 아픈 데만 낫게 해주면 되는 거다.
그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81학번이다. 이념과 사상에 눈을 떠 각종 사회 부조리를 혐오하던 그 세대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소외계층 인권 보장과 평등 세상 실현을 갈망했었다. 무료진료 봉사역시 그 무렵부터 시작했다. 자신이 가진 재주가 의술이었으니까 아주 당연하게 ‘무료진료’라는 통로로 신현정 소장은 신념을 실천해온 것이다. 그리 시작한 진료봉사가 벌써 20년을 훌쩍 넘었다.
지진해일로 동남아 일부 지역이 쑥대밭이 된 게 벌써 2년 전이다. 모 방송 프로에서 피해 지역에 고향을 둔 외국인 노동자들의 표정을 비춰 그네들의 슬픔을 본 적이 있다. 보통은 보고 잊을 것을, 신현정 소장은 나름 봉사단을 꾸리고 사비 털어 거기까지 갔더랬다. 하필 또, 내전으로 출입이 위험해 봉사 단체가 좀처럼 접근하지 못하는 곳을 찾아 갔더랬다. 왜냐면, “나 같은 사람(의료인)이 꼭 필요한 곳이었으니까….”
신현정 원장이 외노센터 무료진료소 소장으로 활동한 것은 개소 이래부터였으니 이제 2주년이 되었다. 신 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많은 편”이라면서, “의료 봉사자들이나 기타 업무에 관한 자원봉사자들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불법체류자들보다 세금내면서 합법적으로 경제활동 하는 이들이 더 많다”며 “민간에서 무료진료 서비스 제공 받는 것으로 만족하라 하기에는 사실 부당한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구가 점점 더 증가해 가고 그들이 한국인과 가정을 꾸려 2세가 태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말로 우려되는 점은 후에 외국인 노동자 인구가 더 증가됐을 때를 대비한 아무런 사회적 준비가 없다는 것”이라며 그는 그만 심난한 듯 말을 맺었다.
신현정 소장은 아주 바쁜 사람이다. 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그의 본업이지만, 외노센터 진료소 소장으로, 은행동 노숙자진료소 소장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이사장으로 또 그 외 많은 봉사단체와 시민단체에서 바삐 활동하고 있다. 본인은 “내가 만만하니까 그냥 여기저기서 데려다 시키는 거지”하며 껄껄 웃지만 분명 그는 사람이 좋아, 남 돕는 게 좋아 그리 사는 듯 보인다. 젊은 시절 신념은 잘 지키고 있는 듯 보인다.
□글/ 사진 박주미(zoom@mykc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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