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푸(31)-리우(31) 부부는 산업연수생이다. 1999년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온 이들은 대전에서 만나 한국에서 결혼했다. 남편인 홍푸의 월급은 150만원 가량으로 특장차부품 공장에서 일한다. 하루 8시간 근무에 각종 수당 등 한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고, 리우는 신탄진 타올공장에서 일한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내년쯤 베트남으로 돌아갈 계획이지만, 모르겠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올 당시 홍푸는 브로커에게 300만원(소위 급행료)의 거금을 주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많은 돈을 한꺼번에 구하기 어려워 사채를 쓰는데, 연수기간인 3년동안에는 이 돈을 갚느라 저축을 하지 못한다. 자연히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이유다. 홍푸-리우 부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전외국인노동자종합지원센터(이하 외노센터)의 김봉구 소장은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범죄자로 오해하기 쉬운 용어로 초과체류자나 미등록노동자라고 불러야 한다. 비자 만기를 넘은 초과체류자, 비자를 갖고 있지만 사업장 이탈로 등록이 취소된 미등록노동자라는 용어를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불법체류자는 범죄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불법체류자는 범죄자인가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전국 20만명인데 비해 해외이주노동자는 50만명에 달한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포용정책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년이란 체류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 한국에서 적발될 경우 추방시키고 있다.

김봉구 소장은 “우리나라는 3년간의 합법 체류기간을 인정하지만 미국에선 5년이다. 한국은 3년이 지난 체류초과자에 대해 무조건 추방정책을 쓰지만, 미국은 5년이 지난 자에 대해 범죄사실이 없다면 영주권과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속에 다수의 한국노동자가 포함돼 있다.”며 이주노동자 정책의 이면을 설명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거금을 들여 왔지만 기간내에 돈을 벌지 못하고, 단속의 눈을 피해 불안에 떠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

1994년 시행됐던 한국의 산업연수생제도는 2007년 폐지됐다. 대신 2004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로 대체됐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문제는 사회문제로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인권단체의 지원속에 외국인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고용허가제다.

이와 함께 산업연수제도의 문제점도 고용허가제의 도입배경으로 들 수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는 관리부서의 중복으로 인한 체계적인 관리부재, 인력송출과 관련된 비리, 임금격차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이탈한 불법체류자의 증가, 불법체류자의 신분을 악용한 임금체불과 인권시비 등의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는 동시에 그들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지만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시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IOM 마닐라 사무소에서 이주노동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리카르도 카시코는 필리핀에서는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많은 필리핀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으며 상당히 만족해 하고 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공장의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고, 낙후된 필리핀의 공장을 떠나 다른 나라의 기술을 습득해 다시 필리핀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의 우려점

한국에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2004년, 필리핀에서 한국행을 원한 이주노동자가 2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출발전에 어떤 형태의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사전 정보가 미흡하다. 그리고 공식수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라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주므로 개선의 요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올 3월 27일 합법적인 정식절차를 밟아 한국행을 했던 이주노동자 루이사또 루바땅가는 한달도 채우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오인돼 4월 28일 강제추방당했다.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그 이후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잘못된 단속에 대한 피해보상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한국행을 위해서는 600~700$의 수수료 외에 비자 발급비와 항공료는 따로 든다. 반면 다른 나라는 비자와 항공료는 고용주가 부담하며, 수수료 또한 한달 월급을 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송출국(필리핀)에서는 많은 송출업체에 대해 투명하고 부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지만, 결국 노동자를 받는 나라의 업체들이 착취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쪽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으므로 도입국(한국)에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업체는 필리핀 이주노동자에 대해 숙련공을 원치 않으므로 대부분 단순노동에 고용하지만 필리핀 사회에서 귀환노동자에 대해 숙련공으로 우대한다는 모순도 지니고 있다.
<김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