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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1-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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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뜯기고 병 얻고…“한국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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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뜯기고 병 얻고…“한국이 무섭다”
임금체불ㆍ의료혜택 차단 해결 가장 큰 소망
“다음에 줄게! 지금 힘들어.”
충남 금산의 철망공장에서 일한 카자흐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A씨(36)는 지난해 4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본국에 있는 아들이 입원해 빨리 목돈을 송금해야 할 처지였지만, 밀린 급여 지불을 요구할 때마다 ‘다음에 주겠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왔다. 결국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7개월 동안의 소송 끝에 가까스로 18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이제 “한국이 무섭다”고 했다. 고용주에 대한 불신이 한국 사회 전체로 번진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며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임금체불은 이주노동자들의 겪고 있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다.
지난해 대전외국인노동자센터에 접수된 관련 민원사항은 모두 103건. 상담신청 건수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대전지역에서 근무하는 합법 신분의 이주노동자가 총 24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표면적으로 약 4%가 임금체불 문제를 겪은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이주노동자들은 실제 이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한다.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거나, 법·제도에 대한 인식 부재, 언어소통 문제 따위로 표면화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최인환 대전외국인노동자센터 상근간사는 “임금체불 진정 절차가 어렵거나 신분상의 문제로 신고를 꺼리는 외국인들이 더 많다”며 “스스로 해결이 어렵다면 망설이지 말고 관련 지원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 역시 심각한 문제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의 직장의료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의료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회사 측의 ‘근무 강요’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전 용문동의 새시 회사에 근무하는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B씨(32)는 지난해 말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방문을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업무 시간 외에 가라’며 불허했다.
B씨는 “항상 일이 저녁 늦게 끝나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 치료받지 말라는 얘기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법적으로 의료보험 가입이 막혀 있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치료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비 지원 사업’ 등 지원제도가 있긴 하지만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 예산은 고작 3100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부족해 9월 중순 지원이 중단됐다.
민간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봉구 소장은 “정부가 이들을 구제하지 못한다면 민간에서라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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