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A씨(37)는 어느날 7살난 딸아이로부터 “베트남 숫처녀가 뭐야?”라는 질문을 받고 당혹스러웠다. 한글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길가의 간판이나 현수막의 문구를 읽고 다니는던 딸아이가 ‘베트남 숫처녀 65세까지 100% 성사’라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현수막 광고를 보고 와서 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 그 광고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상처받을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반인권적인 이런 광고들이 이주 여성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도심 외곽지역이나 농촌 마을 어귀 곳곳에 즐비하게 내걸린 국제결혼알선 업체의 선정적인 광고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준비된 베트남 아가씨, 마음만 먹으면 가능합니다’, ‘초혼, 재혼, 장애우… 완전후불제’등의 광고가 마치 동남아 여성을 사고 팔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해 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는 이주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자녀들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노동인권센터에서 활동중인 베트남출신 네티뒤엔 간사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국제결혼 광고들이 이주여성에 대한 상품화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가족과 사람들을 대하기가 민망하고 수치스럽다 ”며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취급하는 일부 그릇된 사회분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초부터 아시아노동인권센터를 중심으로 국제 매매혼 광고를 없애기 위한 캠페인과 수거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한 결혼중개업소가 도내에 40곳의 지사를 두고 영업하는 등 크고 작은 결혼중개업소가 난립하는 상황이라 전체 몇 개의 현수막이 나붙었는지는 파악이 불가능 하지만 국도변이나 마을어귀를 돌며 발견되는 즉시 철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 현수막은 설치 위치가 수시로 바뀌고 겨울철에는 잠시 주춤하다가 결혼시즌인 봄, 가을철에 다시 활개를 치는 등 기복이 심해 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지훈 센터장은 “인력이 부족하고 조직적이지 못해 현재는 전주시와 완주군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에는 좀더 많은 단체들과 함께 상황이 더욱 심각한 장수군이나 임실군으로 철거운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며 “인권침해적인 국제 매매혼 광고를 없애는데 시민들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새전북신문 소수정기자 sjso@sjbnews.com 이 기사는 이예원 인턴기자의 참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