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기존 불법체류자에 대해 임시 노동프로그램을 적용하는 포괄적 이민개혁법안에 대해 의회 통과를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 TV로 50분간 전국에 생중계된 의회 연설을 통해 에너지, 이민, 교육, 의료보험 개혁방안을 제시하며 야당 주도의 의회에 협조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파트너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에너지 대책과 관련해 그는 자동차 연비 개선과 대체에너지 사용으로 앞으로 10년간 석유 소비량을 20% 줄이자고 국민들에게 제안했다. 전략석유 비축물량도 향후 20년 안에 현재보다 2배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불요불급한 지출 삭감, 장기 재정 계획으로 재정 불균형을 잡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의료보험에 대한 세제혜택과 서민층 지원을 늘려 미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 국민들에게 이라크 파견 미군 확충 방침을 지지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대테러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여야 협력이 필요하다며 의회 내 민주ㆍ공화 양당 지도자로 구성된 대테러전쟁 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또 미국 국방력 강화를 위해 2012년까지 육군과 해병대 9만2000명을 늘리도록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 민생 복지 정책 설명에 정성

= 이날 연두교서 연설 의제는 에너지, 의료정책, 재정개혁, 교육, 이민정책, 사법개혁 등에 걸쳐 다양했다. 이 가운데 에너지대책, 의료개혁, 교육지원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민주당과 공감대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그는 무엇보다 지나친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장기대책 마련에 나서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2017년까지 10년간 석유 소비를 20% 감축할 것을 먼저 제안했다. 현재 55일분인 전략석유 비축물량을 2027년까지 97일분(15억배럴)으로 늘릴 것이라고 천명했다. 석유수급 불안 때문에 생기는 가격 상승 요인을 완충시켜 보겠다는 뜻이다.

◆ 여소야대 감안한 공들이기

= 부시 대통령은 12년 만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현실을 인정했다.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그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다. 의회는 변했지만 우리 책임은 변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그런 뒤 국내 정책 부문마다 민주당에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내가 최초로 가진 영광이 있다"며 " '마담 스피커(여성 하원의장)'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대통령은 내가 처음"이라고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취임을 다시 축하하기도 했다.

◆ 대테러 전쟁 다시 강조

=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대테러 전쟁의 핵심이며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는 테러 전쟁은 '중대한 이데올로기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반전 그룹에 온정적으로 호소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다.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집중적인 외교 노력을 벌이고 있다는 정도였다. 과거 북한을 '악의 축'(2002년) '무법정권'(2003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2004년) 등으로 지칭했던 것과 비교하면 재개 협상을 진행중인 6자회담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