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성남 기자] 지난 11일, 여수 출입국관리소 수용시설 화재로 외국인 9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9명 중 중국인이 8명이었다.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겹겹이 쳐진 쇠창살과 자물쇠를 제 때 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12일 외교통상부를 예방하고 이번 화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부상자의 치료에 한국 정부가 만전을 기해줄 것과 합리적인 원칙에 따른 조치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동안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에 관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왔지만,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번 화재를 당하고 말았다. 시민단체들은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화재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책임자 처벌, 사상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중국의 현지 언론보도는 의외로 간단했다. 12일 한국 언론을 인용한 단신으로 사건 개요와 한국 사회단체에서 지적하고 있는 인권 사각지대였다는 기사를 인용하였을 뿐 자체 논평은 없었고, 지금까지 후속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의 한국 관련 기사로는 탤런트 정다빈양의 자살 사건에 대한 비중이 컸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가수 유니에 연이은 한국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에 대한 심층 분석을 곁들인 보도들이 중국 포털 사이트들의 주요 기사로 다루어졌다.



중국 국민 9명의 죽음보다 한국의 한 연예인의 죽음을 더욱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 중국 언론의 이 이상한 보도 행태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중국은 세계 각국에 가장 많은 불법 체류자를 배출하고 있는 나라로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다. 중국정부는 불법 체류자 문제로 여러 나라들로부터 큰 압력을 받고 있지만, 날로 증가하는 불법 출국자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 불법 체류 중인 중국인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목숨을 건 밀항 등으로 한국이나 일본으로 밀입국하거나, 러시아로 불법 월경을 감행하여 러시아에서 돈을 벌거나, 다시 유럽 국가로 넘어가기도 한다. 심지어 불법 범죄조직과의 관계 속에 밀입국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중국으로 들어 온 북한 난민들에게는 가혹한 체포와 구금, 북한으로의 송환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 유럽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곤혹을 치른다는 언론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입국 심사 시, 정말 한국인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에 관한 지식을 물어보는 공항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중국인들의 문제가 얼마나 세계적인 골칫거리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 대국으로 가는 중국의 정책과 고민을 담은 ‘중국굴기’, 혹은 ‘대국굴기’라는 같은 제호의 책들이 이미 여러 종류 출판되었다.
	ⓒ2007 신화출판사

중국의 언론과 TV 방송은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중국의 미래를 선전하는 글과 드라마로 넘쳐난다. 지난 해 11월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이 방영한 대형 다큐 <대국굴기(大國崛起)>를 통해 세계 강대국들의 흥성과정을 분석하고 다음 차례는 중국임을 알린 이 프로그램은 이제 부속도서 간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을 향한 엄청난 투자와 투기 속에 중국 사회는 이제 곧 세계의 1등 선진국민이 될 것을 노래한다.



그러나 대국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고통당하는 노동자와 농민, 도시 서민의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올림픽을 향한 건설공화국에서 일하는 농촌 출신 민공(民工)들의 비참한 실상을 전할 수 있는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당 고위 관료가 빈한한 농촌마을을 찾아가 위로하고 마을 주민들은 정부의 보살핌에 감동하는 낡은 장면들이 TV 화면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빈번히 발생하는 탄광사고나 농민들의 시위는 몇 줄의 단신으로 처리되거나 그나마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중국은 조용한데 오히려 한국이 시끄럽다. 합동분향소에서는 분향을 하러 온 법무부 장관의 분향을 막으며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경찰 간에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마도 중국 네티즌들이 이 여수 화재사건을 접하면 감정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네티즌들의 여론은 한국을 향해 중국 정부가 무언가의 압력을 가하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 문제로 복잡한 문제가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으로서는 아마도 이 사건을 시끄럽게 만들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 교묘한 언론 통제는 필요에 따라 어떤 때는 네티즌들의 과도한 민족주의를 자극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보도 자체를 통제한다.

▲ <중국의 ‘대국굴기’는 대국들의 식민 약탈 방식을 복제할 의도가 없다>는 논설 옆에 실려 있는 오성홍기 사진
ⓒ2007 중국평론신문

지난 해 말, <대국굴기> 프로그램이 대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자 중국평론신문은 “중국의 ‘대국굴기’는 대국들의 식민 약탈 방식을 복제할 의도가 없다”는 제목의 논설을 기재하였다. 이 글은 중국이 어떤 모델로 대국굴기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관심 있는 화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타국을 약탈한 전례가 없고, 현재의 성장은 개혁개방 이후 한걸음 한걸음씩 취득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화평발전(和平發展)은 바로 중국의 역사적 배경과 중화문명, 교육방식 등이 함축된 자체 내 역량의 결과라는 논지의 글이다.



그러나 블랙홀처럼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이면서 21세기의 초강대국으로 ‘대국굴기’하고 있는 중국은 에너지 확보를 위해 미얀마 군부독재 정권을 비롯한 아프리카 군부정권들을 지원하면서 그 지역 민중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래도 한때는 사회주의 혁명의 깃발로 제3세계의 동경을 받던 나라가 아니었던가. 거대한 공룡,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두렵다. 그들의 글대로 어떤 모델의 대국굴기를 하려는지 세계의 눈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