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왔는데도 이주 노동자들은 피하지 않은 채 배 안에 있어요"



여수 화재 참사 희생자 10명의 장례식이 치러진 지난달 30일.



여수YMCA 김일주 시민사업부장이 이날 오후 4시 '여수시민협'에서 열린 '참사 공동대책위원회 워크숍'에서 '여수지역 이주 노동자 현황과 과제'란 주제 발표를 통해 공개한 사실이다.







김일주 부장은 2004년 여름 태풍이 불 때 어느 택시기사에게 이런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알아보니 이주 노동자들은 그 동안 배에서 일하며 숙식을 해결했기 때문에 태풍이 닥쳤는데도 뭍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script type='text/javascript' src='/nocut/takeJs/bestCutNew.js'></script>



김 부장은 이후 여수지역에 있는 300여 명의 이주 노동자를 만나 상담하면서 그들의 피폐한 생활상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2004년 당시 여수지역 수협 조합장과 시의회 의장의 수산업체에서 근무한 이주 노동자도 임금 체불이 있을 정도였다"며 지도층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또 "이주 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자녀교육과 부모초청 같은 인간적 생활을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무엇보다 이주 노동자를 '그들'이 아닌 '우리들'로 보며 지역의 공동체로 받아들이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사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은 여수 솔샘교회 정병진 목사는 "외국인 보호소 안에 수용된 이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개인이 나서기보다는 여수-전국-세계가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집행위원장을 지낸 여수사랑청년회 이광민 회장도 "지역 이주 노동자 문제는 여수 외국인 보호소에서 출발하고 상담 센터 등은 이후에 꾸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추방자보호소 감시단체 장 폴 스미트(Jan Paul Smit) 사무국장은 "2005년 10월 네덜란드 외국인보호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11명이 숨졌지만 경비원들은 제대로 된 소방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 폴 스미트 국장은 '네덜란드 공항 외국인 보호소 화재 사건과 그 해결 과정'이란 주제 발표에서 "소방서와 보호소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 소방관들이 다른 빌딩으로 가서 5분 가량 헤매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네덜란드 참사에서도 "불이 났다"며 수용자들이 문을 두들겼지만 감시원들은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네덜란드에는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ttee)가 별도로 있어서 화재 직후 조사에 들어갔고 2006년 9월 보고서 발표 후 법무부 장관 등 장관 2명이 사임했다.



한편, 워크숍에서는 "국가권력에 대한 장(葬)을 치른 적이 없다"며 "여수 참사를 계기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다시 일으키자"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