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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7-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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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병원은 지금 ④ 자원봉사 의사 배준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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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구> 외국인노동자병원은 지금 ④ 자원봉사 의사 배준우씨
"최소한의 병원 공간 확보. 의료진 절실"
"제도권에 들어온 외국인 불안감 없애야"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편집위원 = 외국인노동자병원에서 1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배준우(43) 씨는 독특한 동기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보게 됐다. 가족과 함께 2004년부터 1년여 동안 미국 유타 주에 거주하면서 백인사회의 유색 인종차별 문제를 유난히 느꼈다. 쇼핑센터나 여행길에 경험했던 인종차별을 마음 속 깊게 새겨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사회적, 법적 약자인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외국인노동자병원의 존재를 알았다. 주저없이 자원봉사 대열에 동참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 치료는 "급한 불을 끄는 정도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하는 그들이 이제 제도권에 들어와 있는 만큼 정부나 사회가 관련 법을 정비해 근로에 따른 불안감을 없애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외국인 근로자나 불법 체류자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주인이나 사장을 잘 만나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코리안드림'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병원에 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음직한 사연들이 많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추락하는 경우, 불법 체류 신분때문에 말도 못하고 지내는 사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 외국인노동자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 미국 유타 주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그 때 아이 학교나 쇼핑센터, 식당, 영국 여행길 등지에서 겪었던 인종차별적 수모가 컸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외국인노동자병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주저없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2006년 6월부터니까 벌써 1년이 넘었다.
--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제 제도권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보장과 최저 임금보장, 임금 체불 해결 등을 통해 이들이 노동 현장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열심히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기부와 자원봉사 만으로는 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 기억 나는 치료 사례는.
▲ 어느 몽골인을 치료한 적이 있다. 불법 체류 단속반을 피해 뛰어내리다 심하게 다쳤지만 병원 시설 미비와 의료인력 부족으로 일반 병원에 보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생명보다는 돈 걱정과 체포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을 내세웠다. 딱했고 비참함마저 느꼈다. 소설같은 사연들을 많이 접한다.
-- 외국인노동자병원은 지금 어떤 상황인 것으로 판단하나.
▲ 현재 시설과 인력 체계로는 밀려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소화하기 힘들다. 쉽게 말하면 환자를 보는 흉내만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것조차 큰 도움이 되기는 한다. 최소한의 병원 공간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진료실 부족으로 두 명의 의사들이 한 방에서 진료를 한다. 복도는 너무 좁아 대기 환자들이 있으면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등의 의료 인력이 턱없이 적다. 병실이 좁고 야간 상주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해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 외국인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의료보장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 병원 확충도 중요하지만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분야별 최소한의 의료 인력이 시급히 확보돼야 한다.
-- 정부가 당장 해줬으면 하는 일은.
▲ 외래 진료와 입원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 주거나 의료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해 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태를 신속히 파악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고 결국에는 우리에게 해가 되는 화살로 돌아올 것이다.
-- 동료 의사와 우리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의료인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조그마한 관심과 시작할 때 약간의 용기만 갖는다면 쉽게 자원봉사에 나설 수 있다. 자원봉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쉽고도 즐거운 것이다. 관심과 참여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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