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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재외동포NGO대회가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장충동 성베네딕도회 피정의 집 등에서 열립니다. 지구촌동포연대(KIN)가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역사와 인권의 관점에서 각국 재외동포의 삶과 역사, 그리고 미래상을 한국정부와 시민사회가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각국 재외동포 사회의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지구촌동포연대는 이번 행사를 전후해 '7백만 재외동포 아리랑'이란 제목의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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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당내까지 들어온 법무부 단속반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법무부 단속차량 밑에 들어가 항의하는 가리봉지역상인 |
| ⓒ2006 김용필 |
취업교육을 받고 취업자격 비자(E-9)로 체류변경하면 3년간 합법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가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불법체류상태에 빠져버린 중국동포 안아무개씨의 허탈한 독백이다.
안씨는 2004년 10월 친척 초청으로 처음 한국에 들어와 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모든 수속을 다 밟았다. 하지만 처음 직장으로 들어간 식당 고용주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의 약속과는 달리 과도하게 일을 시키고 월급을 적게 주어 안씨는 1년만에 식당에서 나왔다.
어렵게 고용주를 다시 찾아 근로계약을 맺고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갔을 때는 이미 재취업 기간이 이틀 지난 후였다. 더 이상 체류허가도 안되고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안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은 숨어다니며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안씨처럼 E-9로 체류변경된 동포들은 불만이 고도에 달한 상태다. 가장 큰 불만은 고용주와 한번 계약을 맺으면 고용주의 잘못이 있어도 사업장 변경이 어렵고, 또 사업장 변경을 하고 재취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2개월로 제한되어 있어 너무 짧다는 것.
중국동포와 불법체류 올가미
올해 2월초 F-1-4비자(친척 초청)로 재입국해 제조업에서 일한 박아무개(48·남)씨 역시 임금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이 재취업기간이었는데 다시 고용계약을 맺고 노동부고용안정센터를 찾아갔을 때는 2개월이 지난 뒤였다.
법무부 출입국에서 허가해준 체류기간은 2007년 2월 11일까지였지만 재취업에 실패한 박씨는 귀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어야만 했다. 결국 박씨도 불법체류자로 남기로 했다.
역시 올해 2월초 F-1-4로 재입국한 정아무개(48)씨는 4월 10일 건설업에 취업하여 E-9로 체류변경을 했다. 8월말까지는 일을 했지만 회사측의 일거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신세가 됐다. 취업기간 6개월이 만료되는 9월 17일 이전 고용계약이 불가능하여 정씨 역시 지금 불법체류 상태가 되었다.
특히 건설업에서 일하는 동포들의 경우 편법과 사기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6개월마다 고용주와 재계약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박아무개(27)씨는 건설업분야 E-9로 체류변경한 지 6개월이 되어 재계약을 해야 되는데 업주가 해주지 않고 있다. 업주가 재계약 조건으로 돈 100만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E-9로 전환한 동포들 중 재취업이 안 되어 불법체류 위기에 놓인 동포들을 상대로 여행사에서 7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내면 재취업 수속을 밟아주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실시와 법무부의 두 차례 동포귀국지원 프로그램 실시로 어느 정도 중국동포 문제가 해결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중국동포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리움'에서 '코리안드림'으로 변한 한국바람
중국동포들이 처음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부터이다. 이것은 1945년 남북분단 역사 이래 42년만의 만남이며 올해 들어 꼭 20년째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1987년 당시 중국동포들은 지금처럼 연변 연길공항에서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홍콩을 경유해 홍콩주재한국영사관에서 발급해주는 한국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절차를 밟았다. 한국여행증명서는 KBS '이산가족찾기운동'에 의해 방송이나 편지로 한국에 있는 친척과 연계가 되면 친척의 초청장을 근거로 중국동포들에게 제한적으로 발급해주었던 것이다.
이런 경로로 들어오는 중국동포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90년대에 들어서 한달에 100여명 정도 들어와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전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동포 수는 2000여명 수준이었다.
그러다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를 분수령으로 하여 중국동포들은 중국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입국자 수도 크게 늘어났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중국조선족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아주 높았다.
90년대 초 중국동포는 보통 약장사로 통했다. 최초의 중국동포 입국자들은 불법취업 이라기보다는 단기간 방문으로 한약재를 팔아 경비를 마련하는 보따리 장사 수준이었다. 그러다 한국에 갔다가 돌아온 고향사람들로부터 한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차차 조선족 사회에 '코리안드림'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30년 근무한 문화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과장은 "92년 한중수교 전만 해도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와도 마땅히 일할 곳이 없었다"며 "당시에는 한국인 임금도 월 50만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조선족동포들이 불법체류하며 일을 해도 월 40만원을 벌면 많이 번 시대였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고 나서 정부의 200만호 주택건설 정책이 발표되고 일산·분당 등 신도시 아파트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부족했다"며 "언어 소통이 가능한 중국동포들이 단순노동자로 일하며 상당한 수입을 얻어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불법체류
이처럼 중국동포들의 불법체류 문제는 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조선족사회 변화와 한국의 신도시 건설붐이 맞물려 발생한 사회적 현상이었다.
전형적인 농촌사회인 조선족 사회. 1년에 농번기라 할 수 있는 3개월 동안 일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엔 일거리가 거의 없다.
게다가 중국이 80년대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조선족 사회의 관심도 점점 커졌다. 연변에선 자녀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과외가 성행했다. 교원 출신 동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변에서 학생과외를 통한 수입이 적지 않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연변 동포 중 고위공무원과 교원출신들도 자녀교육 뒷바라지를 위해서 부부 중 한 명은 한국에 나와 막일과 식당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전형적인 농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조선족 대다수는 한족과는 달리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행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실시한 법무부의 '불법체류자 자진신고기간(02.3.25~5.25)'에 접수된 불법체류외국인 수는 25만6천여명(93%가 신고함), 이 중 중국인의 자진신고가 15만명인데 중국동포만 본다면 10만명이 넘었다. 이 때 밀입국자도 상당수 자진신고를 했다.
이렇게 다른 외국인과 달리 중국동포들의 불법체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언어소통이 원활한데다 한탕주의를 노린 브로커들의 소행이 성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 대한 환상 심어주는 집요한 브로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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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2월 종로거리 재외동포법개정을 촉구하는 시위현장에 꼬마동포들도 함께 했다. |
| ⓒ2006 김용필 |
한국에 오면 쉽게 돈을 벌게 해준다고 설득했다. 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기한이 3개월이면 끝나는데도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5년을 체류할 수 있으며 영주권까지 얻게 된다"고 속여 한국행을 부추기는 사례도 많다.
브로커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동포들은 1000만원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코리안드림'에 푹 빠지게 된다. 중국동포의 한국행은 일생일대의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결단을 내리고 한국에 왔지만 결국 브로커에 속아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돈도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주었기 때문에 사기당했다는 증거도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오로지 살아남는 길은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며 사기당한 돈을 벌어 갚고 생활밑천을 마련하는 길뿐인 것이다.
한국에 진출해 나름대로 성공한 동포들도 있다. 한국에 와서 1년만에 빚을 갚고 2년 더 일하면 중국에서 벌 수 없는 큰 돈을 벌게 된다.
문제는 중국동포들이 그 돈을 상업자본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친척이나 고향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밑천으로 빌려준다는 것. 그렇게 하다가 한국에 오는 것이 실패하거나 돈도 못 벌고 단속에 걸려 강제추방을 당하면 당사자는 고향땅을 들어갈 수 없는 형편이 되고 또 여러 명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불법체류자를 강제추방시키는 법무부 출입국공무원과 경찰관에 대해 중국동포가 갖는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쫓기는 듯한 불안감과 초조함, 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거짓말을 하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들은 중국동포들의 진실성을 상실케 하는 원인이 되어갔다.
2000년 들어 단속 정책에 맞서 시위하는 동포들 늘어
2003년 10월 한국인과 결혼하여 입국하게 된 길림성 룡정 출신 김문란(가명·50)씨는 한국인 남편과 함께 2년 가까이 생활해오고 있으며 92세 된 시어머니(2005년 5월 사망)를 1년간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인천공항출입국 소속 직원이 2006년 6월경 한국인 남편에게 조사과에 출두하여 결혼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때 출입국 직원은 "김문란씨의 생년월일이 원래 56년생인데 왜 58년생으로 고쳐 들어왔는가"라며 "여권 위변조에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김문란씨는 한국에 왔다 잡혀간 적이 있어서 생년월일을 56년에서 58년생으로 고쳤다고 사실대로 실토하게 되었다.
2000년 4월 14일 회사 초청으로 들어온 적이 있는 김문란씨는 합법체류 기간 중 군포 소재 다방에서 일을 하다 단속에 걸렸다(본인은 "종업원 식사를 제공해주는 주방 일을 하였다"고 말함). 강제추방을 당할 때 김씨의 생년월일은 1956년 ○월 ○일이었다.
이후 2003년 3월경 김문란씨는 한국인을 만나 결혼하여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했고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당시 생년월일을 1958년생으로 고쳐 여권을 발급받고 나왔다.
단속에 걸려 강제추방된 중국동포들의 고통은 아주 컸다. 유일한 살 길은 또다시 빚을 내어 여권을 위변조하거나 밀입국으로 재입국하는 길뿐이다.
이것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로 살아야 했던 중국동포들은 1999년 9월에 재외동포법이 발표되었을 때 명동성당에 거꾸로 매달려 시위를 하며 '부잣집으로 시집간 딸은 딸이고, 가난한 집으로 시집간 딸은 딸이 아니냐'며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차별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 들어 관련 종교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그것을 배경으로 한국정부의 차별정책과 단속위주의 정책에 맞서 시위에 동참하는 중국동포들이 늘어났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거나 카메라에 얼굴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했던 동포들이 종교사회단체에 의지해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할 말은 해야겠다"는 입장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이 곧 국내에서 중국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바꿔놓는 전환점이 되었다.
친척초청 범위는 넓어졌지만, 한국에 친척이 없다
왜 동포들은 밀입국, 여권위변조, 위장결혼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는가? 그 이유는 한 마디로 한국에 정당하게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좁았기 때문이다.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친척초청이 일반적이다. 그 상황을 보면, 2000년까지만 해도 친척방문 허용연령은 50세 이상이었으며, 2002년 11월 중국동포에 대한 입국 문호 확대 차원에서 친척방문 허용연령을 종전의 45세에서 40세로 하향조정하여 시행한다.
대상은 국내의 배우자, 8촌이내의 혈족 또는 4촌 이내의 인척을 방문하고자 하는 자로 40세 이상인 자이다. 단, 한중수교(92.8.24) 이후 국민과 결혼 등의 사유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자가 중국거주 친척을 초청하는 경우 제외되었다.
2003년 5월 10일 법무부는 취업관리제를 도입하여 중국동포들에 대한 고국방문 및 취업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친척방문 허용연령을 30세 이상으로 대폭 하향조정하고, 혼인·귀화 등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동포들에게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친척을 초청할 수 있도록 현행 중국동포 입국절차를 개선했다. 가족당 연간 2명 이내에서 초청을 허용하고 입국후 불법체류하지 않고 귀국하는 경우 대체인원 초청도 허용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8촌 이내의 혈족 또는 4촌 이내의 인척으로부터 초청을 받는 30세 이상의 중국동포들은 주중공관에서 방문동거(F-1)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여 친척을 방문할 수 있게 되며, 또한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음식점업·청소업·사회복지사업 등 6개의 서비스분야 등에서 합법적으로 2년간 취업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친척초청 허용범위는 25세 이상으로 하향조정되었다. 그만큼 한국에 친척이 있는 동포들의 경우 입국이 수월해졌다. 문제는 200만 조선족동포 중 중 한국에 친척이 있는 인구는 30% 정도라는 점. 연변지역의 조선족동포들은 대개 북한출신들이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연변 조선족 동포들은 결혼으로 귀화한 자들에 의한 친척초청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중국동포들은 불법입국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에 의지하게 됐고, 이것이 입국사기를 당한 동포들이 늘어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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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김용필 기자는 중국동포타운신문 편집국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