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사회]“추석전부터 임금을 못받았습니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들이 몇 달치 임금을 못 받으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정읍시 신태인읍의 한 공사현장에서 두 달여동안 일했던 박모씨(52·김제시 요촌동) 등 목수 17명은 지난달 자신들 몫의 공사가 끝났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 목수팀장인 김모씨(45)가 3000여만원을 받아서 잠적했기 때문이다.

주택공사가 시행하는 정읍시 신태인읍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산업연수생으로 들어 온 조선족 등 외국인근로자 20여명이 두 달 치 임금을 받지 못한 것. 여기서도 팀장이 7000여만원을 받아 도망갔다.

작업팀장이 일용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받아챙겨 도주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지만 일용직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어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노동사무소가 있지만 너무나 절차가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용직들에게는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모씨 등 목수들도 지난 13일 밤 원청사인 T건설사를 찾아가 임금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하청업체에 대한 감독책임, 도의적 책임을 들어 협박반 사정반 호소한 것이다. "당장 먹고 살기에 하루가 급합니다. 노동지청이 제시하는 체당금, 민사재판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박씨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건설 현장에 널리 퍼져 있다. 노동사무소에 가봐야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같은 사건과 관련, 노동사무소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체당금 지급신청과 민사재판 정도. 그러나 체당금의 경우 도산한 사업장에 한하는데다 갖가지 제약조건으로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거의 없다. 민사재판의 경우에도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피고소인이 재산이 없으면 임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근로자들이 노동사무소를 기피하는 이유다.

규모있는 원청 건설사의 경우 도의적인 책임과 회사 이미지 등을 고려하고 또다른 공사 수주에서 피해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노동사무소는 아무런 역할도 없게 되는 것.

많은 주민들은 “노동사무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일용직 등을 우선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팀장이 임금을 챙겨 도주하는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는 “팀장들이 개별 사업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용직 개인이 아닌 사업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며 “건설사와 근로자들 모두를 위해 행정당국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전북일보 임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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