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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11-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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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앞둔 불법체류자들 한글 배우기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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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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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6-11-29 06:57]
28일 오후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 곳곳에 쳐진 철창과 삼엄한 경비가 불법체류로 적발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제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임을 실감케 했다. 그런데 “아, 야, 어, 여” 하는 서툴지만 힘찬 울림이 잔뜩 긴장한 정적을 깬다. 외국인 10여명이 보호실에 마련된 임시 교실에서 한국인 강사를 따라 한글 모음을 익히는 중이었다.
보호소 측은 한국어세계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 5월부터 매주 한 차례 보호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기초·초급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 부족과 안전상 문제로 전체 400명 정도의 입소자 중 여성 희망자에 한해 수업 기회를 주고 있는데 대개 15∼20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이들은 짧게는 2∼3일, 여권과 체불임금 문제가 걸리면 3개월까지 머물다 떠나기 때문에 2시간가량의 한국어 수업은 매우 빡빡하다.
임금 체불 등 온갖 차별과 편견을 감내하다 끝내 강제 출국 처지까지 내몰린 이들이 굳이 한글을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은 “지금은 붙잡혀 떠나지만 곧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한글을 배운다고 했다. 한국에 오래 머물러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이들은 글을 몰라 피해를 본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 필리핀 여성은 “10년이나 있었는데 내 이름 석 자 익힐 시간이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고, ‘고려인 후손’이라고 밝힌 한 우즈베키스탄인은 “가슴은 아버지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하겠다고 말하는데 입으로는 안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을 설명하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듣는 우리말이 있다. ‘엄마, 아빠’다. 이 말만 나오면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진다. “보고 싶어요”, “고향에 아들 있어”라는 말이 이어지고 시끌벅적하던 교실엔 한동안 말이 없다.
강사 김선희(32·여)씨는 “외국인이 익히는 데 8∼10주가 걸리는 한글 자모를 한두 번 수업만으로 가르치려니 막막할 때가 많다”면서도 “‘문화의 집합체’라는 언어를 깨쳐 그간 겪은 한국의 또다른 모습을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성=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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