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 결혼해 강원도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은 약2000명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으나, 문화·언어적 요인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강원의 가족이 된 이들 여성의 원만한 삶을 위한 방안이 다양하게 시도됐었다. 강원도와 강원발전연구원이 ‘여성결혼이민자 지역사회적응 지원을 위한 정책간담회 및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언어, 자녀 양육환경, 폭력이 3대 고통

여성 전문상담기관인 ‘강원여성사랑방’을 찾은 외국인 주부는 100명. 이들 중 50% 이상이 가족들의 폭력이나 위협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일시보호 시설인 ‘강원여성쉼터’에도 최근 두달 동안 외국인 주부 4명이 찾아왔다.

여성 결혼 이민자의 문제점은 ‘가정내’ ‘사회적’ 문제로 대별된다. 가정 내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언어소통, 취약한 자녀 양육환경, 폭력 등이었다. 사회적으로는 이민 체류자의 신분 불안정성, 자녀의 집단 따돌림 문제 등이 나타났다.

여성 결혼 이민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낯선 한국사회에 적응할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한국남성과 결혼해 원주에 정착한 중국인 A(32)씨는 “말을 빨리 배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해왔다.

2003년부터 춘천에 살고 있는 필리핀인 B(30)씨도 “행동이 느리고 말을 빨리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폭력에 시달렸다. 심포지엄에 참가했던 한 일본여성 이민자는 “호적상 외국인이기 때문에 자녀들을 엄마 없는 아이들로 만들어야 했다”는 고생담을 발표하며 눈물 흘렸다.

이들은 한국에서 10년을 넘게 살아도 여전히 자신들은 외국인이라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귀화신청을 했는데도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결혼중개업소 등록제 전환 등 제안

6월말 현재 강원도에 등록된 여성결혼 이민자수는 1706명. 하지만 실제론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출신국적은 중국이 33.3%로 가장 많았고 일본(32.7%) 필리핀(23.8%)등의 순이었다. 심포지엄에서는 우선 모범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강릉시와 화천군의 발표가 있었다.

강릉시는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약 10주간 문화체험교실을 운영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직접 체험하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화천군은 ‘디딤돌 교실’을 열어 한글교육을 강화하고, 매년 1월에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서 여성결혼 이민자가 운영하는 스낵 코너를 마련해 수익금을 여성결혼이민자 기금으로 적립하기도 했다.

강원도와 강원발전연구원도 차별해소와 복지를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탈법적 국제결혼을 막기 위해 자유업소로 지정되어 있는 국제 결혼 중개업소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쌍방간의 정보공유의 의무화를 추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기존 결혼 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던 긴급전화(1577-1366)는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6개국어로 상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한편 강원발전연구원 김은숙·김승희박사가 18개 시·군 1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이주 여성의 평균연령은 35.3세, 남편의 평균연령은 43.5세로 부부간 평균연령차이가 8.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은 고졸이 49.4%로, 한국인 남편(고졸 47.3%) 보다 높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156만원으로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 294만9000원에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