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 > 외노관련뉴스 > 본국으로 강제 송환이 두려운 사람들

[오마이뉴스 고기복 기자]

▲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난민신청자들.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중략)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상주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유엔 난민협약에 명시된 난민의 정희다. 우리나라는 1951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법무부 출입국에 따르면, 2006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에 신청된 난민 수는 1008명이다.

그러나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50명, 난민 인정이 불허됐지만 인도적 이유로 일시체류 허가를 받은 경우는 44명에 불과하다. 반면 불인정 된 경우는 249명, 철회 111명, 1차 심사 중인 숫자는 520명이다. 난민신청 불허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한 경우는 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난민신청자들을 외국인 보호소에서 '보호' 중이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들은 "보호소가 아닌 감옥 같은 시설에 격리된 채 구타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난민 신청에 대한 적절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강제송환 하는 비인도적 난민정책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화성외국인보호소(이하 보호소)에 있던 난민신청자들 중 일부가 난민신청 기각과 강제 송환에 항의하기 위해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3일부터 15명이 단식 농성을 벌이자 보호소 측은 다음 날인 14일 이들 중 5명은 충북 청주, 7명은 전남 여수의 외국인보호소로 이송시켰다.

기자는 난민신청자들에게 단식농성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 14일 보호소를 찾아갔다. 보호소 측은 이들에 대해 면회를 신청하자 "수용 중인 난민 신청자 가운데 12명을 다른 보호소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면회가 어렵다"고 불허했다. 그러나 계속 요구를 하자 보호소 측은 면회를 겨우 허가했다.

난민신청자들은 자신들을 다른 보호소로 이송하는 이유에 대해 "갑작스럽게 다른 보호소로 이송하려는 것은 단식농성 때문이다. (보호소 측으로부터) 단식을 중단하면 이송하지 않겠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보호소 측은 "장기 수용자들은 계획에 의해 이송하는 것으로, 1,2차 난민신청 절차가 기각됨에 따라 이의신청이 제기된 사람들에 한해 이송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난민신청자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던 파키스탄인 D씨 등 15명(나이지리아 10명, 파키스탄 2명, 이란인 3명)은 한국 정부가 난민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강제 송환을 하고 있어 이에 항의하기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의하면 지난 11월 같이 수감돼 있던 9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난민 신청 불허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 기각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 2명의 파키스탄인이 본국으로 송환되면서 자신들도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까봐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겪은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란인 M씨는 단식 중이던 지난 11월 24일 보호소 직원 20여 명에게 손이 뒤로 꺾인 상태에서 수갑이 채워진 뒤 집단폭행 당한 후 독방에 구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M씨는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한 이유는 "당일 점심식사 때 배식 받은 음식이 상한 것 같아 바꿔줄 것을 요구하다 보호소 직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런 가운데 보호소 직원들로부터 욕설과 집단 구타를 당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진성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11일 우편 접수시켰다.

국가인귄위 관계자는 "19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보호소가 진정인들을 다른 보호소로 옮겼다는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난민신청자들은 열악한 보호소 시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더운 국가 출신인 이들은 겨울을 맞으면서 추위에 시달리고 있지만 보호소 측은 하루에 1∼2시간 정도밖에 난방을 해주지 않고 있으며, 온수는 하루에 10분씩 두 번밖에 제공하지 않아 제대로 씻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난민신청자들을 면담한 이주노조 이정원 연대선전차장은 "상당한 공포에 시달리고 이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만큼 강제 이송해선 안 된다"며 "단식 중인 이들의 심리적, 육체적 건강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보호소의 강제 이송을 반대했다.

이 차장은 또한 "국가인권위가 보호소 내 구타 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진정한 이들에 대해 보호시설을 옮길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며 "난민신청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후원단체의 접근이 불편한 원거리로 이송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보호소 측은 M씨의 구타 주장에 대해 "식당에서 (음식이 상했다고) 식판을 던지고 난동을 부리는 것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을 뿐 구타는 없었다. 인권위 조사가 진행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보호소 시설에 대해서는 "춥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배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적 박해를 받는 사람은 난민이다"

[인터뷰] 기독교로 개종한 난민신청자 3명

화성외국인보호소가 단식농성 중인 난민신청자들을 다른 보호소로 이송하기 직전에 만나 난민 신청한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3명은 난민신청 이유를 종교 개종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와 살면서 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들은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 본국에 송환될 경우 신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한국에 난민신청이 되지 않을 경우 강제송환보다는 차라리 제3국에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음은 난민 신청이 기각돼 현재 이의 신청 중인 이란 출신 M씨와 인터뷰 내용이다.

- 난민신청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란에 있을 때 무슬림이었던 나는 친구의 권유로 두 번 교회를 다녀온 것 때문에 미행과 감시를 당했고 그후 두려움을 느꼈다. 우리나라는 종교를 개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돌아가면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 그럼 왜 지금까지 난민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출입국 단속에 걸려 보호소에 와서야 난민신청을 했나?

"나는 한국에서 (미등록 상태였지만) 출입국관리소에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나를 돌려보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체포된 뒤 난 이곳에서 (기독교) 세례를 받았고 그래서 이곳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

- 세례를 받은 것은 난민신청을 위한 구실이 아닌가. 당신이 개종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매일 성경을 읽는다. 밖에 있을 때도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했다. 이란인들만이 모이는 교회에 가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아픈 곳은 없는가.

"왼쪽 신장이 아프다. 체포당하기 전에 의사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곳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이곳 직원들은 치료를 해 줄 수 없고 본국에 돌아가 치료를 받으라고 할 뿐이다."

- 난민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강제 송환될 수 있는 상황인데 지금 심정이 어떤가.

"한국은 난민 신청자를 범죄자처럼 취급하고 있다.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는 사람은 난민이라고 유엔 난민협약에 분명히 나와 있는데 왜 나를 도울 수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던 친구는 얼마 전 난민 인정을 받아 이곳에서 나갔다. 왜 나는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너무 고통스럽다. 나는 범죄자가 아닌 난민 신청자인데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는가? 이곳은 난민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감옥이다."

"기독교로 개종한 상태로 송환되면 죽을 수도 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무슬림이었던 D씨와 R씨 또한 기독교로 개종한 것에 따른 종교박해를 이유로 난민신청을 했지만 기각됐고 현재 이의 신청 중이다.

다음은 D씨와의 인터뷰 내용.

- 왜 난민신청을 했나.

"종교를 바꾼 것 때문에 난민 신청을 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가족 중에 개종한 사람이 있다면 동생이라고 할지라도 경찰에 신고한다. 여기 개종을 금지한다는 문서가 있다."

그가 보여준 문서에는 영문으로 'Religion of applicant will not be changed from Muslim to non Muslim'(종교를 무슬림에서 비 무슬림으로 개종해서는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출입국 담당자들은 당신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난민신청을 하기 위한 구실로 개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20명의 다른 사람들과 동시에 난민 이의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왜 당신들이 동시에 신청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게 왜 중요한가? 내가 단식을 하는 이유는 우리는 난민이고,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다. 외부에 있을 때 나는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교회를 같이 다녔던 김아무개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분들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나를 못 믿는다고 하면, 그 사람들을 통해 확인해 보면 된다."

다음은 파키스탄 출신 R씨와 인터뷰 내용.

- 지금 어떤 상황인가.

"두 차례 난민 심사 모두 거부됐고, 현재 (난민 지원단체인) '피난처'에서 소송을 신청한 상태다. 이미 강제로 출국된 2명의 파키스탄 사람들처럼 나도 끌려갈까봐 너무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옆에 있던 M이 R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웅크리고 잠을 잔다고 말했다) 이곳 직원은 나에게 당신은 난민이 아니라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는 나에게 자신은 상관없으니 당신 나라로 돌아가 죽으라고 했다."

- 한국에서 어떤 교회를 다녔나.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는데 부산, 수원, 의정부 등지의 여러 교회를 다녔다. 친구들이 내가 교회 다니는 걸 알고 파키스탄에 얘기했다. 경찰서에서 그 문제로 조사를 했다는 전화가 집에서 왔었다."

- 지금 심정이 어떤가?

"나는 집에 갈 수가 없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 / 고기복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