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6-12-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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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또 하나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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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또 하나의 아리랑
[헤럴드 생생뉴스 2006-12-28 09:11]
“‘사진 찍지 말아요, 사진에 찍혀 추방당하면 책임질 겁니까?’ 굳은살 박인 커다란 손바닥이 나타나 렌즈 앞을 막는다. 단지 물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 셔터만 누르려다 나는 또 다른 이방인이 된다.” 절반 이상을 손바닥이 차지한 사진에 붙은 설명이다. 손바닥의 주인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단호하게 내민 손바닥으로 그때 그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 또 하나의 아리랑’(눈빛)은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다양한 삶을 담은 사진집이다. 단속반에 쫓겨 창문을 통해 달아나다 죽은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누르푸아르의 비통한 장례식에서부터 한국에서 짝을 찾아 가정을 꾸린 사람들까지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나라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 퇴근길에 한국인들에게 낯선 이방인으로 몰려 얻어맞아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한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프레스기계에 왼쪽 손목이 잘려 병원에 입원한 여인 등은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하지만 팍팍한 일상에서도 소소한 기쁨이 있다. 나들이를 나온 가족, 붉은악마 복장을 한 채 “사랑해요, 코리아”를 외치는 노동자, 한 공장에서 일하며 형제처럼 정을 나누는 노동자들, 열성 한류팬이 된 사람들은 즐거워보인다.
우리는 “다른 나라, 다른 피부색과 눈빛, 온통 다른 것들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웃음으로 만날 수 있다면 ‘차이’는 더는 낯설지 않은 ‘동화’의 한 단계일 뿐이다”라는 한 사진 설명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저자 정동헌 씨는 서문에서 “50만명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은 이제 경제적 영역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아이콘으로 다가오는, 우리 속의 또 다른 우리”라며 “이주노동자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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