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오지도 않는 3D 업종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전부 회사 문을 닫아야 합니다. 외국인은 한국인이 일하지 않는 야간이나 주말에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안 생기니까 한국인 수준으로 임금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의정부 가죽업체 공장장 황 모씨)

고용허가제가 확대 시행된 지 꼭 한 달이 지났다. 산업현장 곳곳에서 희비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폐지된 산업연수생제 대신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봉급, 보험, 퇴직금 등을 받으며 안정된 기반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산업현장에서는 아직 때 이른 정책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29일 반월ㆍ시화공단 내 기업 대표 10여 명이 긴급 모임을 열었다. 고용허가제로 인한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대책마련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반월ㆍ시화는 전국 공단 중에서 외국인 근로자 수가 가장 많다. 10인 이하 영세사업장이 전체 90%를 차지하고, 화학이나 도료 등 3D 업종이 많아 고용허가제에 대해 민감한 대표적 공단이다.

D전선회사 K사장은 "자기 나라에서 월 2만5000원을 받는 필리핀 노동자가 한국에서는 120만~130만원씩 받는다. 싱가포르 대만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할 때 현지에서 받는 금액으로 환산해 준다는데 우리는 보험에 퇴직금까지,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발기한 중소기업뉴라이트전국연합 이재범 사무총장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근로자에 대한 숙식문제라든지, 4대 보험 중 정부가 이미 이직을 관리해주는 고용보험과 퇴사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인 국민연금까지 가입할 필요성 등 세부적인 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와 중소기업 양측이 부담이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산업연수생제를 유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병행 실시해 기업들이 두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고용허가제를 환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마루를 만드는 중소기업인 구정마루 관계자는 "고용허가제로 오히려 정부 대 정부로 인력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초창기 산업연수생을 쓰다가 정부의 유도로 2005년부터 바꾸고 있다. 이 회사 직원 90명 중에서 외국인 15명이 고용허가제로 들어왔다. 또 초창기 산업연수생으로 고국으로 돌아갔던 외국인 근로자 중 자진 입국해 재취업한 외국인도 8명이다.

인도네시아인 잔띠 씨(30)는 4년 전 구정마루에서 일하다가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8개월을 머물고 1년 전 재취업했다. 목재를 포장하는 업무를 맡은 잔띠 씨는 "한국 직원과 똑같이 대우를 해주니까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회사에 취직한 친구들은 월급을 못 받거나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경우가 있었다"며 "구정마루 사장님이 퇴직금과 보너스도 잘 챙겨주셔서 다시 왔는데 이전보다 회사도 성장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서인 노동부는 중소기업, 특히 3D 업종 사업주들이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주고, 합리적인 외국인력 도입ㆍ관리 제도 정착에 고용허가제가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김지미 기자 / 민석기 기자 /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