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5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네팔·중국·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거실에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도 설은 축제이다.

'코리안드림'을 위해 낯선 한국땅을 밟은 이주노동자들. 한민족의 최대명절인 설의 의미를 정확히 몰라도 무작정 기다려지는 축제의 날이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한 이주노동자쉼터. 설을 사흘 앞둔 15일 이주노동자들은 들떠 있었다. 설날인 18일 한국 폴리텍섬유패션대학에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잔치'를 잔뜩 기다리는 눈치다. 비슷한 처지의 이주노동자들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며 이국 삶의 고단함을 풀어볼 심산이다.

현재 이곳 이주노동자쉼터에는 20여명이 머물고 있다. 네팔, 스리랑카,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상당수가 불법체류자 신세다. 쉼터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난 뒤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어두운 그늘도 유난히 짙게 드리워졌다. 최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대형 참사 때문이다.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이주노동자는 없다. 한국에 남아서 돈을벌고 싶다며 입을 모은다.

후원품이 끊어진 것도 이주노동자들을 한숨짓게 한다. 쉼터 관계자는 "지난해 설에는 이따금 후원품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전혀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이주노동자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을 돌보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한국에 좀더 오래 머물고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이주노동자도 늘고 있다. 쉼터의 유일한 백인인 러시아 출신의 알렉산더씨(35)는 설을 앞두고도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그는 "함께 한국으로 온 아내가 강제 출국됐다. 혼자 돈을 벌어 가족에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설이 다가오면서 고국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주노동자도 많다. 쉼터 거실의 컴퓨터가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통로. 주로 중국인들이 이용한다. 쉼터측은 "인터넷 전화로 가족과 자주 통화한다"고 귀띔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한 노동자는 "한국인들은 설에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영향 탓인지 요즘 쉼터에서도 고향이야기가 많이 오간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영남일보 최수경 기자 justone@yeongnam.com/ 사진=우태욱 기자 wt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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