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건설사들의 IMF 부도 이후 지역에 대거진출한 수도권 건설사들이 기존 거래 협력업체와의 오랜 유착으로 철저히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울 등 외지 전문업체의 위장, 편법 진출이 두드러지고, 불법 외국인 고용까지 늘어나면서 지역의 건설 노동자들은 설 자리가 없어져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CBS 연속기획 보도 그 마지막 순서로, 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불법으로 대거 고용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태를 추적해 본다.

대구 동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 이곳에는 조선족과 중국인 등 외국인 노동자 30명 정도가 불법 고용돼 있다.

대구시내 100여 군데 아파트 건설 현장에도 불법 외국인 고용실태는 마찬가지.

대구건설노조에 따르면 대구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70~80명의 조선족과 중국인, 동남아인 등이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현지 브로커에게 1천200만 원을 주고 한국에 온 조선족 L씨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다. 약 400만 원을 브로커에게 먼저 주고 나머지는 도망가면 안 준다고 해서 보증금 형태로 맡겨 준 것이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 등을 반복하다가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300억 원 이상 민영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면 모두 불법이다.

대구 건설노조 이길우 위원장은 “대다수의 민영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 건설사에서 한국 노동자보다 임금이 20% 싸고 위험부담이 있는 야간 작업 등에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입국한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 건설 노동자들은 싼 임금으로 대거 투입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인해 이러한 실태를 고발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건설현장에서 다쳐 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에서는 마치 폐기물처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도 돈 벌려고 왔는데 마냥 단속만 강요할 수 없어요"

대구CBS 정인효 기자 antiwho@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