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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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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서 2년동안 한번도 병원 못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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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서 2년동안 한번도 병원 못갔는데…
[매일경제 2007-05-21 08:17]
"한국에 와서 2년 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지 못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종이상자 제조업체인 대경포장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 안토니오 씨(32)는 '무료 진료, 행복 나눔'에서 건강 검진을 받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삼성서울병원과 녹십자, 매일경제신문이 의료 소외계층에게 '건강권'을 되찾아주기 위해 연간 캠페인으로 실시하고 있는 '무료 진료, 행복 나눔' 여섯 번째 행사가 지난 19일 국내에서 산업 역군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찾았다.
이날은 경기도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중소기업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중국 방글라데시 몽골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7개국 출신이 진료를 받았다.
진료 장소를 제공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에는 아침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평소 빠듯한 일정과 비용 때문에 병ㆍ의원을 찾을 엄두를 못 냈던 이들이다.
반월ㆍ시화공단 염색공장에서 6년째 염색작업을 하고 있다는 방글라데시 아노버 씨(29)와 자자한 씨(29)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검진을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 홀가분하고 기분도 좋다"면서 "혹시 (경찰에 잡히는 등)잘못 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불법 체류 친구들에게도 진료를 받으라고 권할 것"이라며 행사장을 나섰다.
얼마 전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안토니오 씨는 정성수 정형외과 교수에게서 "허리 디스크 증상이 있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다"는 진단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제공한 진통제를 들고 안심하며 일자리로 돌아갔다.
이국땅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특별한 상황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취업비자로 한국에서 1년 반 정도 머물고 있다는 중국교포 이경화 씨(61)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골반에 피가 안 통해 썩는 증상) 진단을 받아 인공관절 수술이 절실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씨는 "골반이 불편하고 허리 통증이 있어 지난해 동네 병원을 찾았더니 허리 디스크라고 진단해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면서 "일하러 한국에 왔지만 2개월 정도밖에 일을 못하고 집사람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500만~10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포함해 어떻게 진료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무료 진료 소식을 들은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상수 씨는 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불법 체류 몽골인의 아픈 사연을 상담하러 오기도 했다.
이씨는 "한 몽골 여성이 9년째 한국에 체류하며 돈을 벌고 있는데 고국에 남겨둔 11살 딸이 골형성부전증(뼈가 계속 부러지는 증상)에 걸렸지만 돈도 없고 불법 체류를 하고 있어 어쩔 줄 몰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몽골인 여성 딸의 병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초청 문제 등 제반여건 진행 상황을 보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단 입주업체 고용자 측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건강 검진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필리핀 근로자 4명을 데리고 무료 진료 현장을 찾은 박경국 베델테크 관리이사는 "한 명이라도 빠지면 생산라인이 모두 쉴 수밖에 없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무료 진료에 참여토록 했다"고 전했다.
몽골인 근로자 7명을 데리고 있다는 이윤우 삼진이화 상무도 "졸자야 씨(38)가 2005년 산업연수생으로 온 이래 요로결석으로 고생해 왔는데 이번에 국내 최고 의료진에게 검진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모든 연수생에게 검진을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시작된 '무료 진료, 행복 나눔' 행사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는 유지호 간호사(신경소아중환자실)는 "많은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더욱 즐거워진다"면서 "특히 의료 혜택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더욱 뿌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날 무료 진료 현장을 찾은 연수생들을 위해 음료수와 빵을 준비했다.
임옥재 녹십자 목암연구소 연구원은 "음료수와 빵을 나눠주는데 모두 쑥스러워하면서도 고마워했다"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생각보다 순수하고 우리와 똑같은 근로자로서 한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진료를 받은 반월ㆍ시화공단 외국인 근로자는 100여 명. 공식적으로 1만명,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4만~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예상보다는 이날 행사장을 많이 찾지 않아 의료진을 안타깝게 했다.
조규혁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장은 "반월ㆍ시화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합법적인 체류자 1만여 명을 포함해 모두 4만~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법 체류자들이 무료 진료와 같은 인도주의적 행사에 참여할 경우에도 혹시 체포 등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료 진료, 행복 나눔' 캠페인은 매월 의료에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갑니다. 일곱 번째 행사는 다음달 23일 충북 영동 무의촌 지역에서 실시됩니다. 관내 의료 서비스가 절실한 행정기관과 단체는 이메일(happy.smc@partner.samsung.com)이나 전화(02-3410-0123)로 신청하면 됩니다.
[현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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