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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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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를 위한 의료봉사단 ‘로타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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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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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렛대 간호학과 천봄 학생(왼쪽)이 이주노동자 아밀(24·파키스탄)씨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화병원 이종민 원장과 단국대 의대 이동욱 학생. [조영회 기자]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의사와 간호사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알버트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이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의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 시대에 그렇게 활동한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천안에서 미래의 의사와 간호사를 꿈꾸는 의료·보건계열 학생과 선배(현직 의사)들이 모여 이주여성·노동자를 위해 조건 없이 자신의 능력을 기부하는 봉사 현장을 찾았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지난 5일 오후. 천안시 신부동 희정복지재단 2층에 마련된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현직 의사와 의료·보건계열 학생 등 10여명이 진료를 위해 책상과 약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휴식을 즐겨야 할 9월의 첫 휴일. 하지만 이날 진료를 맡은 이나영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일찌감치 천안으로 향했다. 진료 과목은 피부과와 일반외과. 당초 남편(곽창신 일반외과 전문의)과 함께 이곳에서 봉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갑자기 병원 당직을 서는 바람에 혼자 내려왔다. 남편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대신 두 아이를 맡아주기로 했다. 이씨는 경기도 남양주에, 남편은 서울에 직장이 있다.
일반외를 대신해 이화병원 이종민 원장이 긴급 투입됐다. 이 원장은 불과 3일전 시부상을 치렀다.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지만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이주여성·노동자를 위해 힘을 냈다.
한 이주여성이 체온측정을 받고 있다. [조영회 기자]
팔마 로릴라이(30·여·필리핀)씨가 가장 먼저 진료소의 문을 두드렸다. 6살(딸), 4살(아들)난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그녀는 다음 달이면 셋째를 출산한다. 2주 전부터 온몸이 가려워 고민 끝에 찾아왔다고 했다. 임신으로 갑자기 체중이 불어날 때 생길 수 있는 피부질환이었다. 이나영 원장이 처방과 함께 약을 직접 지어 줬다. 팔마씨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두 아이와 함께 웃으며 진료소를 나갔다.
에르마린(38·여)씨도 진료소를 찾았다. 평생 가려움증 없이 살아온 그녀는 지난 주부터 팔이 가려워 약을 발랐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했다. 혹시 심각한 병이 아닌가 싶어 속앓이만 하다가 피부과 진료에 맞춰 방문했다. 안심해도 된다는 말에 3일치 약을 받아 들고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바로 이어 복통을 호소하는 잭길린(29·여)씨가 두 아이와 함께 진료소에 왔다. 3개월 전부터 배가 아팠지만 제대로 된 검사 한번 받지 못해 늘 불안했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에 용종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종민 원장은 일단 약을 처방하고 상황을 지켜보며 치료할 것을 권유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모두 5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3시간에 불과한 진료시간이지만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이주여성·노동자 상당수가 개인 사정상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형편상 진료비나 약값 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사람들이다.
‘로타랙트’는 지난 2009년 11월 결성된 이주여성·노동자를 위한 의료봉사단체다. 아무런 지원 없이 현직 의사와 의대생, 운동처방학과,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진료는 지난 3월부터 이뤄졌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돕고 사회의 큰 주축이 될 인재들에 대한 사회봉사 정신과 의미를 키워가자는 뜻에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천안을 비롯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전문의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천안에 내려와 진료한다. 진료소는 매달 첫째, 셋째 토요일나 일요일에 문을 연다. 진료과목은 내과·산부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피부과·대장항문과·진단방사선과·치과·가정의학과·소아과 등 다양하다. 천안시 약사회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의료활동 보조로 나사렛대 간호학과와 임상병리학과, 단국대 운동처방학과와 의학과 학생들이 진료를 돕고 있다. 간호학과에선 의학과 학생들과 함께 대상자에 대한 사정(事情)을 하거나 투약을 돕고, 임상병리학과에선 채혈과 여러 임상병리 검사를, 운동처방학과에서는 치료운동 및 교육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이 끝난 뒤에는 그날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고 개선사항 등에 대해 토론한다. 학생들에게는 한달에 두 번 여러 전문의와의 만남을 통해 봉사의 의미를 깨닫고 실전 경험을 쌓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천봄(나사렛대 간호학과) 학생은 “외국인 근로자나 이주여성들의 인권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고용, 임금 등에 있어서는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고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해 아파도 선뜻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진정한 우애와 나눔의 정신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로타랙트의 활동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동욱(단국대 의과대학) 학생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돼 뿌듯하다”면서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체험해 볼 수 있고 선배님들에게 진로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민(이화병원) 원장은 “무료 봉사활동 제의에 선뜻 시간을 내 준 동료와 후배 의사를 비롯해 환자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다른 학교·학과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고 친목을 쌓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학생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로타랙트의 작은 봉사의 날개짓을 시발로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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