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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4-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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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누일 곳 찾아 헤매는 소외된 삶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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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누일 곳 찾아 헤매는 소외된 삶 그려
차창룡 시인 '고시원…' 새 시집
고시원 쪽방과 달동네 판잣집, 옥탑방 등 우리 시대의 소외계층이 몸을 누이는 공간의 시학을 제시한 시집이 나왔다. 물질을 숭배하는 사회를 향한 시비 걸기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을 독특한 해학적 언어와 비유를 통해 표출해 온 차창룡(42) 시인의 새 시집 《고시원은 괜찮아요》(창비)다. 도시 하층민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표현된 시집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옥탑방이 하느님과 더 가깝다는 것 증명해 보일까요/(…)/ 천둥은 하느님의 목소리거든요/ 천둥이 옥탑방을 뒤흔들면/ 옥탑방은 부르르 떨림으로써 신의 강림을 환영합니다/(…)'(〈내가 옥탑방을 선택한 이유〉)
차창룡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구차한 삶을 영위하지만 웃음의 힘을 빌려 고단한 현실을 견디려 한다. 특히 현실의 고난을 종교적 이미지와 겹쳐 제시한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 고시원 쪽방에 몸을 누이고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요구되는 인내를 그는 산사선승들의 수도행위에 비유한다.
'이 선원의 선승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오직 혼자이지요/ 홀로 존귀한 최고의 선승들입니다/(…)/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 선원인 것이지요/ 금지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양간에 함께 모인 선승들은 말이 없습니다/(…)'(〈고시원은 괜찮아요〉)
그러나 인내는 고통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래서 '달동네에서는 웬만한 소리는 공유해도 좋지만'이라고 다짐하다가도 '옆집에서 신음소리라도 들려오는 날이면/(…)/ 알몸의 여자를 그리워하고 마는 것이다/ 하느님이시여 신음소리라도 만들지 않으셨어도'(〈성교에 관한 몽상〉)라고 하소연한다.
세상은 이기기 위해 경쟁하라고, 독해지라고 한다. 그의 눈엔 봄날의 푸른 잎들도 독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다짐하다가도, '독해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도 달라질 수는 없을까/(…)'(〈5월〉)라며 회의에 빠진다.
문학평론가 김춘식(동국대 국문과) 교수는 현실에 발을 굳게 딛고 시를 쓰는 차창룡 시인에 대해 "자본주의적 일상의 거대한 환각 속을 걸어가는 자신을 관조하고, 그 환각의 부자연스러움을 폭로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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