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성일 : 09-04-24 10:00
|
[사회]이주노동자 단속 현장 ‘무법천지’
|
 |
 조회 : 1,108
|
[사회]이주노동자 단속 현장 ‘무법천지’
법집행 빙자 폭력과 인권침해 난무… 인권위의 수차례 시정권고도 무색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단속 중 구타당한 중국인 여성의 손목과 다리. 수갑을 채워 멍든 자국이 선명하다. 맨 오른쪽은 <중도일보>가 촬영한 단속 현장 장면.
통제된 사회, 억압된 사회에서 국가권력의 폭력은 언제나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그것은 또 국가권력에 의해 정당화된다. 이러한 정의는 체류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더욱 쉽게 적용된다.
4월 8일 대전의 한 식당에서 일하던 이주여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들이 보여준 ‘공무집행’은 이러한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은 단속한 이주여성의 윗옷이 말려 올라가 상체가 거의 보일 정도로 끌고 가 수갑을 채웠다.
하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량 안에서 ‘때리지 말라’는 이주여성의 안타까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목울대를 무차별적으로 가격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 여성은 저항할 수 없는 연약한 여성이다. 흉기를 소지했거나 흉악무도한 범죄자도 아니다. 한 식당에서 설거지통에 손을 담그고, 나물을 다듬는 우리네 여느 여성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가장 치명적인 목울대를 가격하는 가혹행위를 자행할 수 있을까. 법을 수행하는 국가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한 기자가 우연히 촬영해 폭로한 단속 과정의 장면이지만, 지속적으로 만연되어져온 위법적인 단속의 관행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심야에 기숙사 무단침입 단속까지
그동안 이주노동역사 20여 년 동안 법무부의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은 부끄럽게도 수많은 폭력과 인권 침해로 점철돼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신체적 부상·사망이 많았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기도 하고, 단속 과정에서 부상한 채 실신하여 방치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단속의 위법한 집행은 관성화되어 버렸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이와 같은 우려와 심각성은 더하고 있다. ‘엄정한 법질서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고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의 단속에 역설적으로 폭력과 위법이 난무하고 있다. 단속이라는 법 집행을 빙자해서 길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또 사업주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업장에 무단으로 난입하는 행위, 심지어 심야에 기숙사 창문을 뜯고 무단 침입하여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러한 위법적인 단속에 대해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출입국 공무원이 불법 체류 외국인의 단속을 위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점유하는 방실에 관리자 또는 주거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근거 규정은 출입국관리법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시정 권고를 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명백하게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개인의 인신과 주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며 ‘영장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2008년 4월 23일 의정부지방법원 선고(2008고단291 판결)에서 출입국 공무원이 사업장을 조사할 경우 반드시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하여 현 출입국 공무원의 단속 관행이 적법하지 않음을 확인해주었다.
다른 한편 법무부 출입국 역시 단속에 대한 지침을 지니고 있다. 단속의 목적은 국외로 퇴거시키는 것으로 형사범 구금과는 그 목적이나 성질을 전혀 달리하는 인신구금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속 중에도 장비 사용을 자제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복을 착용하는 등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정이 있음에도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출입국 조사집행팀장은 이에 대해 “단속반원들의 인력 부족과 단속 시 위험에 노출됨을 하소연한다. 아울러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위법적인 법 집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미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강제단속추방정책이 확고한 이상, 이를 위해 할당제와 같은 과도한 정책이 이루어지는 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또 이를 수행하는 법무부 단속 공무원에게 지나친 법 집행의 권한을 부여하는 한 폭력적이고 위법한 단속은 묵인될 뿐이다.
단속 공무원에 지나친 권한 부여
이런 문제가 부각되자 최근 법무부 출입국에서는 출입국법 개정안을 새롭게 내놓았다. 그동안의 위법적인 단속 절차에 대한 근거를 법문화시키려 하고 있다. 특별히 논란되고 있는 생체정보인 지문날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오·남용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인 생체정보 획득을 통해 내국인과 동일하게 신원관리를 하겠다는 근거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재발방지대책 즉, 단속 절차의 적법한 법 집행의 근거 및 위법한 단속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은 없다. 오히려 위법적인 단속의 절차를 강화해놓고 있다. 차라리 지문날인보다 법무부 출입국 공무원들 단속 활동에 대한 감시카메라 설치를 의무화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앞서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에 국제적인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비구금화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2007년 이주민의 인권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한국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3조에 규정된 강제 귀환에 대한 절차적 보장에 따라 추방보다는 자발적 귀환을 조장하여야 한다”며 이를 강조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정책에서 한국 사회도 이를 토대로 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가 되었다.
법무부 홈페이지에 있는 재미 있는 로고송을 소개하며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도 않아요.” 법무부의 로고송처럼 법무부 출입국 스스로 어렵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법을 준수했으면 한다. 그래야 법무부 로고송의 마지막 가사처럼 정말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않을까.
이영<외국인이주ㆍ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
|
|
Total 6,589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