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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5-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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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앗아간 나라 하지만, 한국말 열심히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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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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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숨진 몽골 노동자 유족, 한국서 추모제
몽골인 부르마(37)는 1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남편 투군투무르(사고당시 34세)는 2006년 돈을 벌어오겠다며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몽골에 남겨두고 한국으로 떠났다. 운전기사 일을 하며 몽골에서 그가 벌었던 돈은 우리 돈으로 월 20만 원 정도. 아파트 월세 내기도 빠듯한 돈으로 네 식구가 먹고 살려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 투군투무르는 아이들 대학에 보낼 학비를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돈을 벌 생각으로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그는 경기도 오산의 한 금속 제련공장에서 일을 했다. 그에게 쏟아지는 한국 사회의 냉대도 가족을 생각하며 참아냈다. 몽골에 비하면 월 수입은 서너 배 이상 많았기 때문에 1년 후엔 몽골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국에 온 지 2년 남짓 흐른 2008년 4월 27일 그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연일 계속되는 업무로 피로가 쌓인 채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남편의 사고 후 1년이 흐른 17일 부르마는 두 아들 절먼(10), 빌공(9)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강화도 전등사에서 열리는 이주 노동자 추모 천도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천도재 내내 세 모자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부르마는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에도 남편은 전화를 걸어 잘 지내고 있다면서 아이들 소식을 물었다”며 “갑작스런 사고 소식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믿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부르마는 태어나서 처음 밟아보는 한국 땅에 1주일 동안 머물며 장례를 치렀다. 산업현장의 맨 밑바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같은 처지의 몽골 친구들과 외국인 지원기관의 몇몇 관계자들 뿐이었다. 그는 “2년 동안 일했지만 한국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남편이 몽골에서 진 빚조차 다 갚지 못했었다”며 “사고 후 보상금으로 빚을 갚고 아파트를 샀지만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조금 가난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부르마씨 사고 처리 후 남편이 남기고 간 보상금 중 일부를 떼어 한국말을 배웠다. ‘알아야 산다’는 말의 뜻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친 한국어는 ‘감사합니다’였다. 가족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든 나라지만 아이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것은 싫었다.
큰 아들 절먼은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몽골에서 공부를 잘 해서 대학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노동부 2008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숨을 거둔 외국인 117명이다. 교통사고 및 질병, 자살 등까지 포함하면 연 간 50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인천 외국인종합상담소 서광석 소장은 “각국 대사관을 통해 이주 노동자 단체들이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3500명의 이주민들이 국내에서 사망했다”며 “이들의 죽음이 쉽게 잊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보경기자 cbk41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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