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보여주려고 결혼이주여성들이 뭉쳤다
대전 결혼이주여성들의 다문화식당 'I'm Asia(아이맛이야)' 오픈
대전CBS 김정남 기자
"쌀국수 하나, 나시고렝 하나, 미고렝 둘이요~"
결혼이주여성들이 주축이 된 다문화식당 'I'm Asia(아이맛이야)'가 문을 연 첫날.
70여 석 테이블 대부분이 꽉 찬 가운데 쌀국수와 볶음요리 등 갓 나온 따끈한 요리들이 쉴 새 없이 주방과 홀을 오갔다.
여느 식당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조리사도, 홀에서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도 모두 이주여성이라는 것. 주방에서 인도네시아 볶음요리 '미고렝'을 만들던 아유(35·인도네시아) 씨는 매운 소스를 넣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오랜만에 선보이는 자국 음식에 신이 난 표정이었다.
테이블에서 음식을 맛보던 엔다(33·인도네시아) 씨 역시 "너무너무 맵지만 너무너무 좋아요. 고향 생각도 나고..."라는 말로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을 반가워했다.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과 15명의 결혼이주여성이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첫 선을 보인 이곳에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 각국에서 온 여성들이 다양한 아시아 음식과 커피를 직접 판매한다.
문을 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주여성들의 얼굴에는 '내 일'이 생기면서 사회에 보다 당당하게 한발을 내딛은 것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리나(27) 씨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만난 언니들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 요리를 떠올리게 됐다"며 "그전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일자리가 생겨 적은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쓸 수도 있고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다문화식당의 맏언니 노옥자(42·중국) 씨는 한식조리사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상당한 요리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소질을 살릴 수 있고 사람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전외국인종합복지관 김봉구 관장은 "결혼이주여성 대다수는 경제활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자립을 희망하고 있다"며 "더 많은 이주여성들과 이주외국인 복지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익적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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