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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12-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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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불법체류자 애절한 ‘낙인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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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6층 민원실. 10여명의 내·외국인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중 유독 김화연씨(32·가명)의 표정은 어두워보였다. 남편 최송필씨(34·가명)는 긴장된 표정으로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철모르는 아들 성진군(3·가명)만 뛰어놀고 있었다.
이들 부부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은 건 인도적 합법체류 변경허가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내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1998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중풍으로 쓰러진 고향의 어머니에게 매달 수십만원씩 보냈다. 하지만 한달 58만원의 월급으로는 빚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박씨는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막노동을 시작했고 불법체류자가 됐다.
박씨는 2001년 아내 김씨를 만났다. 중국동포였던 김씨는 97년 결혼을 통해 한국국적을 획득했지만 남편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이혼한 상태였다. 서로 기댈 곳 없던 이들은 결혼했고 2년 뒤 성진군을 낳았다. 월세 30만원짜리 집에서 살고, 변변한 결혼식도 못올렸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최씨의 신분은 이들 가족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불법체류 신분을 벗으려면 자진신고한 뒤 일단 중국으로 출국해야 한다. 통상 1년 6개월이 지나야 비자가 나온다. 입국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벌금 2천만원을 내면 체류자격이 변경되지만 최씨 가족에게는 꿈같은 액수다.
‘막노동’을 하는 최씨는 요즘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기 일쑤다. 김씨는 파출부 일을 하지만 이도 흔하지 않다. 최씨가 중국으로 가버릴 경우 가족은 깨져버릴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리 없는 성진군은 “엄마, 꽃게보러 시장가자”며 채근한다. 단속이 무서워 놀이공원 한번 데리고 가지 못했던 성진이다. 시장에서 꽃게를 보여준 뒤 성진이는 항상 보챈다. 최씨는 “아들만큼은 우리와 다르게 평범하게 살았으며 좋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에는 이들 가족과 비슷한 처지의 중국동포가 수천명이 있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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