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청에서 13일 열린 한국어말하기한마당에서 안성사회복지관 외국인 여성들이 단어 스피드 게임 중 사회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어설픈 한국말이 ‘본토 사람’을 감동시켰다.



수원엠마우스(최병조 신부), 오산이주노동자센터(정창원 센터장) 등 도내 이주여성의 한국어교육을 지원하는 5개 민간단체가 13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개최한 ‘한국어말하기한마당’이 그 현장.



이번 대회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글교실 ▲한국문화 익히기 등을 지원하고 있는 도내 5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도내 이주여성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필리핀, 베트남,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의 여성 12명이 참가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한국 남편을 얻은 ‘외국 새신부’들. 이들은 ‘고난위도’의 한국어를 공부하며 배운 한국문화에 한국사람보다 더 취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디엔 훈안(21·베트남)씨는 “한국 음식 중에 김치와 칼국수가 가장 맛있었다. 아직도 베트남 음식 더 잘하지만 남편이 한국 음식 하는 법을 가르쳐 줘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해 힘들었고 지금도 한국어가 어렵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디엔 씨의 남편(정 훈·37)씨는 “말이 안 통하는 건 물론이고 우리는 잠옷을 입고 밖에 나가는 게 이상한 일인데 베트남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밤에 잠옷 바람으로 밖에 나간다는 걸 말리느라 베트남 사전을 찾고 손짓발짓 다해가며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은밀한(?) 신혼이야기를 귀띔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4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다는 정훈 씨는 “딸의 한국어 교육이 조금 걱정되지만 이제 디엔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나도 도우면 되니까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행사는 각 단체 대표로 뽑힌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 ‘가족’, ‘나의 꿈’ 등의 주제 중에서 하나를 골라 직접 쓴 이야기를 발표하고 대회 중간에 부채춤, 필리핀 전통춤 공연, 단어 스피드 게임 등을 선보였다.



또 대회 후에는 수원출입국사무소 박찬호 소장이 국적법과 관련 사항을 교육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는 등 이주여성들의 실질적인 문제들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 경기도청에서 13일 열린 한국어말하기한마당에서 안성종합사회복지관 원생들이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제스처의 여왕들

○…사회자의 멘트, 친구와의 수다, 참가자의 발표, 이 모든 것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녀들의 제스처.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고 손뼉을 치는 등 히라노 리카(35·일본)씨는 일본인 특유의 깜찍한(?) 제스처로 주위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놨다. 함께 앉은 임채하(35·대만)씨도 막상막하. 큰 눈을 연신 깜빡이며 손짓발짓, 리카씨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알고 보니 둘은 35살 동갑네기.



5가지 인사, 한 가지 반응

○…“춤립수어”, “니하오”, “짜오 아인”…개회식에 앞서 수원 엠마우스, 수원 여성의 전화, 오산 이주노동자 센터 등 5개 민간단체장들이 참석자들에게 캄보디아, 일본, 베트남 등 5개 국어로 인사 한다. 그리고는 잠잠… 이때 사회자, “이제 그만 내려오셔도 됩니다.” 너무 민망해…



한국남자들 각성해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필리핀에서 온 미첼 김씨. “한국 남자, 성격 급해. 한국 아줌마들에게 물어보니 한국남자 절반 이상이 급하대. 우리 남편도 말 하다가 이해 안하고 자주 싸웠어요. 남자들도 이해해야 돼요. 서로 노력하면 행복한 가정 만들 수 있어요.” 그녀의 열변에 박수갈채가 쏟아져.

◇ 경기도청에서 13일 열린 한국어말하기한마당 중 무대 위에서 부채춤을 추고 있던 며느리(딩티완·24)의 풀어진 옷고름을 시어머니(이주제·안성)가 다시 매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엄마는 발표 중, 나는 옹알이 중

○…디엔 훈안 씨는 지금 무대에서 발표 중. 무대 아래서 남편 정훈 씨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정 훈씨의 품에 안겨 있는 4개월 된 아기는 엄마를 따라하듯 한창 옹알이를 하던 중 사진기자들의 셔터 세례에 깜짝.



아가, 내가 매줄게

○…부채춤 공연 중 갑자기 한 할머니(이주제·안성)가 무대 위로 올라간다. 옷고름이 풀어진 줄도 모르고 열심히 공연 중인 며느리 딩티완(24·베트남)씨를 끌어다놓고 한복 옷고름을 매준다.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에 관객들도 흐뭇.



한국어 너무 어려워

○…자유주제로 발표하는 메지아 글로리아 씨 “조든(좋은) 엄마, 조든 아내, 조든 딸…장내는 웃음바다. 이번에는 단어 맞추기 스피드 게임,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밥 푸는데 쓰이는 거.” 한 베트남 여성이 자신있게 소리친다. “여자.” 답은 바로 주걱. 한국어 너무 어려워.

◇ 경기도청에서 13일 열린 한국어말하기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손을 마추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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