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2세로 서울대병원에서 두차례의 심장수술을 받고 1일 퇴원한 퀴니가 아버지 제리코 품에 안겨 있다. /김영민기자

2007년 새해 첫날 서울대 어린이병원. 이제 돌이 다 된 퀴니가 아빠 품에 안겨 있다. 방울만한 눈을 크게 뜨고 병실 안을 연신 두리번거린다. 퀴니는 옹알거리는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필리핀 국적의 제리코(30)·크리스티나(34) 부부의 첫 딸인 퀴니가 두번째 심장수술을 마치고 1일 퇴원했다.(경향신문 2006년 2월8일자 1면 보도) 경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상태가 좋은 편이다. 지난해 5월 구개파열 성형수술도 마쳐 얼굴도 몰라보게 예뻐졌다.

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크리스티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기적같아요. 이렇게 예쁘게 살아준 것이.”

퀴니는 태어난지 한달여만에 대동맥과 폐동맥 협착으로 제대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선천성 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측은 사망률이 30% 이상이라고 진단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월 수입이 140만원이 채 안 됐던 당시 제리코와 크리스티나에겐 ‘사망선고’처럼 들렸다. 수술비가 없었지만 병원측의 도움 및 후원금으로 지난해 2월 1차 수술을, 지난해 12월 13일, 2차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결과가 좋아 퇴원까지 하게 됐지만 부부는 앞으로가 또 걱정이다.

퀴니가 돌아가는 보금자리는 회사 옆 빈 컨테이너. 지난해 9월 15만원의 월세와 기름값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 컨테이너로 이사를 해야 했다.

전기장판이 깔려 있지만 컨테이너 안은 외풍으로 늘 으스스 춥다. 아무것도 모르는 퀴니에게 옷을 세벌씩 껴입히는 엄마의 얼굴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6일은 퀴니의 돌. 수술하면서 분유 양이 수술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몸무게도 7㎏에 불과하다. 엄마의 새해소망은 오로지 퀴니가 건강하게만 자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수술이 퀴니를 기다리고 있다. 경과를 지켜보면서 3차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구개파열 성형수술도 한번 더 남았다. 그래도 엄마·아빠는 퀴니의 옹알거리는 입술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다짐한다.

“도와주시는 분들께 참 감사해요. 그 분들을 위해서도 퀴니가 활짝 웃는 그 날이 꼭 오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조그마한 입으로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단 세 마디를 할 줄 아는 퀴니. 필리핀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한국말이었다. 퀴니는 한국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