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사회적, 물질적 환경이 더 나은 곳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며 중국계 이민자에게서 자녀의 양육권을 박탈해 백인 가정에 넘겨줬던 하급심 판결이 아시안커뮤니티의 지원속에 상급심에서 끝내 뒤집어졌다.

2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테네시주 대법원은 23일 중국계 이민자인 잭-케이시 허씨 부부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 지난 2004년 멤피스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은 잘못됐다며 제리-루이스 베이커씨 부부가 기르던 애나 메이(7)의 양육권을 허씨 부부에게 12일 이내에 넘기도록 판시했다.

허씨 부부와 베이커씨 부부간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

멤피스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잭은 1999년 1월 메이를 얻었지만 그로부터 얼마후 다른 학생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며 결국 무죄로 판명되기는 했으나 직장도 잃고 학생비자 신분도 박탈당했다.

허씨 부부는 하는 수 없이 아이를 양육해줄 가정을 찾던중 베이커씨 부부와 연결이 됐고 90일간 맡아달라고 했으며 이후 한차례 양육기간을 재연장했다.

생후 2년이 경과한 2001년에 허씨 부부는 메이를 데려다 키우려 했으나 베이커씨 부부는 "아이에게 성인이 될때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면서 넘겨주기를 거부했고 결국 법정으로 넘겨졌는데, 멤피스 지법의 로버트 차일더스 순회판사는 허씨 부부가 아이를 의도적으로 버리려 했다고 봤다.

차일더스 판사는 이것이 문화적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을 거부하면서 "허씨 부부가 불법체류자로 강제 추방되는 것이 두려워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 열악한 환경의 중국으로 갈 경우에도 아이가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허씨 부부의 양육권을 박탈했었다.

하지만 주대법원의 윌리엄 베이커 재판장은 20쪽짜리 판결문에서 "어떤 증거를 보더라도 허씨 부부는 분명히 일정 기간만 양육해 달라고 부탁했었다"면서 "더구나 양육권이 바뀐다고 해서 애나 메이에게 해를 끼친다는 증거도 없을 뿐더러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이나 환경의 우열 등을 이유로 양육권을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시카고 소재 로욜라 아동법클리닉의 브루스 보이어 소장은 "어떤 나라나 문화가 생활하는데 더 낫다는 잣대는 아이의 양육권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을 지원한 멤피스 지역 아시안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안건복씨는 "이번 판결은 모든 이민자와 가지지 못한 이들의 승리"라며 "정의는 살아있다"고 반겼다.

오는 28일이면 만 8살이 되는 메이는 허씨 부부가 얘기하려 하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등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인데, 잭 허씨는 "베이커씨 부부가 아이를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커씨 부부는 아이를 넘겨주기까지 아직 열흘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면서 연방법원에 항소할 예정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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