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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맞고,갇히고,돈 떼이고…
2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화재 참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인권유린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마구잡이식 단속·구금·폭행=2005년 1월께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용돼 있던 우즈베키스탄인이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채 관리사무소 공익요원들로부터 구타를 당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를 은폐했으나 국가인권위가 적발해 형사고발 및 경고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4월께는 불법체류하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을 피해 기숙사 3층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단속반원들은 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단체들은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단속과 연행 등에 있어 영장 발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단속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를 무시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임금 체불=부산지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은 1천59개소이고 1천841명이 40억5천400여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외국인 노동자 2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81%가 임금체불과 폭행,근로시간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에 지난해 접수된 상담의 유형을 보면 전체 495건 중 임금체불이 142건(28.7%)으로 가장 많았으며 퇴직금 상담이 124건(25.1%)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인권모임의 상담 중 임금과 퇴직금 상담을 포함한 전체 임금성 상담이 66.1%에 달했다.
△인권보호 장치 절실=이주노동자인권연대가 지난해 발표한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의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월 평균 83만원가량의 최저수준에 머무르는 등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164명 중 반수가 넘는 91명(55.5%)이 '한국동료와의 차별대우를 경험했다'고 말했으며 '신분증 압류'(88명)나 '관리자의 폭력'(51명)도 상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임금 체불과 인권 유린 등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권모임 관계자는 "이번 여수 참사는 한국의 비인간적인 이주노동자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인권보호 장치가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세헌·김종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