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를 막는 것이 아니라 합법체류를 늘리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 문제 해결의 열쇠입니다.”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사건 이후 지난 13일에 만난 김해성 목사(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근로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도 불법체류를 양산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꾸짖었다.

김 목사는 아직도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쳤다.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어요. 설마 했는데, 정책 건의 직전에 이런 사고가 날 줄은….” 사건이 발생한 11일로부터 이틀 뒤인 13일 그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법무부의 `국가인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제2차 공청회`에서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유린과 시설 안전성 문제에 관해 발제할 예정이었다.

“미국에는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100만명이 넘습니다. 일본에서도 불법체류자 출신국 1순위가 대한민국입니다. 강제출국 당하지 않기 위해 도망치다 15층 건물에서까지 뛰어내리는 그들이 바로 20~30년전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김 목사는 그들을 끌어 안는 것이 ‘그들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근로자들 없이는 이른바 ‘3D’로 불리는 제조업 건설업 분야의 국내 생산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는 “오히려 월급 1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그들을 고맙게 받아들여야 것이 우리의 처지”라며, 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할까. 김 목사는 ‘고용허가제’는 이름대로 우리측 고용자 입장만 봐주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노동허가제’가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또, “어느 나라이건 강제추방 등의 강경 억제 정책으로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없다”며 “가능한 합법적 취업의 문을 넓히고 여의치 않을 시에도 ‘출국권고’나 ‘출국명령’을 내려 감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진출국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목사는 무엇보다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노동자라고 하면 ‘더럽다’고 무시하고, 미국에서 온 흑인이라고 하면 ‘영어가르쳐 달라’며 친하게 지내려 한다죠. 이게 무슨 일입니까. 모든 정책의 밑바탕인 여론을 만드는 국민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간곡히 부탁하는 그의 모습은 몹시도 피로해보였다. 여수 화재사건 이후 제대로 잠을 이룬 적이 없다.

그는 97년 외국인근로자의 집을 찾은 네팔인 부부를 강제연행하려던 법무부 차량의 앞에 드러누웠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수감되는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한시도 편히 쉬어본 적 없다. 하지만 인권침해, 임금 체불, 근로조건 등 무엇 하나 제대로 나아지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그는 쉴 수가 없는 모습이다.

글=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사진=배선지 기자(sunj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