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조호진 기자]

▲ 1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117주년 노동절을 기념,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2007 오마이뉴스 조호진

일부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이 국내 노동자들과 함께 달리며, 117주년 노동절을 보냈다. 그러나, 대다수 이주노동자들과 영세사업장 등 국내 노동자들은 평일과 다름없는 노동의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한국노총은 1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국내외 노동자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민과 함께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2007년도 노동절마라톤대회'를 통해 노동절을 기념했다.



이날 마라톤 대회에는 김해성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대표, 김포 스리랑카 공동체 니로산 목사, 국경없는 친구들의 마리베드로 수녀, 천주교노동사목위원회 세실리아 수녀 등과 이들 단체에 속한 이주노동자 및 가족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이주노동자 참가자들의 편의와 지원을 위해 전문통역요원과 안내부스를 마련하는 한편, 산업안전공단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무료로 건강검진과 상담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대한산업보건협회 부설 한마음혈액원이 참가자들에게 헌혈을 받기도 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대회 참가를 환영하는 한편, 노동절에도 일해야 하는 이주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등지에서 일하는 국내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절이 근로기준법 상 유급휴가일 임에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마라톤대회에 참여시키는 게 무척 힘들었다"며 "내년에는 영세사업장 한국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손잡고 뛸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경기도 성남 지역의 스웨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방글라데시인 죠니(37·한국거주 9년차)씨는 아내 줄리(33), 한국에서 낳은 아들 지산(6)과 함께 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



주 6일 근무와 하루에 13시간 30분간 일해서 월 140만원을 받는다는 죠니. 그는 장시간 일하는 게 힘들지만 고국보다 훨씬 많은 임금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이주노동자 생활을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했다.



죠니는 "오늘(1일) 오전 7시까지 일한 뒤 잠깐 쉬고 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 가족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게 돼 기분이 좋다"며 "우리도 다른 한국 노동자처럼 쉬면서 노동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지난 2006년 11월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산재사고를 당한 뒤, 서울 가리봉 외국인전용의원에서 치료 도움을 받고 있는 중국인 유소화(35․길림성)씨는 목발을 짚고 5km에 도전하려고 했으나 통증 때문에 포기했다. 유씨는 "산재보상 처리가 빨리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하려고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이날 대회는 노동절 기념식, 손기정 동상 제막식, 노동자문화 한마당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노동자문화 한마당에서는 이주노동자 밴드인 스탑 크랙다운과 가수 안치환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또한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이상수 노동부장관, 조성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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