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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6-11-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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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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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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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이중성
6년 전 어느날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에 자신의 사촌동생이 억울하게 살인자로 몰려 경찰에 체포됐고 게다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한 인도네시아 여성 근로자의 진정이 접수됐다.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한 쉼터에서는 그 뒤 약 한 달에 걸쳐 체포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만나고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주장하는 알리바이에 따라 근처 인도네시아 식당을 방문하여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일행들과 식당주인의 진술을 들었으며, 살인사건 현장 근처를 탐문하며 목격자를 찾아나서 진술을 얻어내는 등 다각적인 진상조사활동을 벌였다. 당시 진상조사 결과 체포된 인도네시아 근로자는 살인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드러났고, 구속영장도 기각되었다. 문제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직후 인도네시아 근로자가 그 현장을 구경하고 있을 때 “저 놈이다”라는 한 시민의 단 한마디에 의해 경찰은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그 자리에서 긴급체포하였고, 근처 파출소 지하실로 끌고가 통역도 없이 자백을 강요하며 가혹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인도네시아 근로자는 이마와 머리 부위에 각 길이 7cm, 깊이 3mm의 상처가 나 수술을 받기도 하였고, 그 외 잠안재우기, 식사미제공 등 많은 인권침해를 당했다. 당시 진상조사를 벌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저 놈”이 약소국인 동남아시아 근로자가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등 강대국의 국민이었더라도 경찰이 그와 같은 행동을 했을까.
법조계의 대표적인 주요 화두(話頭) 중의 하나가 전관예우이다. 판사나 검사로 재직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이 수임한 사건의 성공률이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되었듯이 전관예우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고, 세간의 관심거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국민들은 물론 심지어 구체적인 분석자료를 들이대며 전관예우에 대해 법원과 검찰을 질타하는 국회의원들마저 막상 자신이 민·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거액의 수임료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관변호사를 찾는다는 데 있다. 물론 전관변호사는 실력적인 면에서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려 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실력만이 아니라 ‘예우’라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법원과 검찰은 전관예우를 해 준다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특별재판부를 두어 판사출신 전관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특별관리하면서 엄중처리하였던 것이 그 일례이다. 거꾸로 전관변호사를 선임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관예우는 법원과 검찰이 아니라 국민들이 만든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평소 일반 국민들은 변호사들에 대해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강력 비판한다. 그러면서 사건 담당 판사나 검사와 인적으로 친분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의 결과가 사건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나오면 로비의 결과라고 치부하며 비난하는데 전혀 머뭇거림이 없다. 변호사 윤리강령 제1조에 의하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고, 제2조에 의하면 성실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명예와 품위를 보전하여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일반 국민들의 위와 같은 지적은 현실이 그러한지 여부를 떠나 당위적 차원에서는 전적으로 올바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도 역시 막상 자신이 사건 당사자가 되면 변호사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건을 성공시켜 달라고 요구한다.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서면 선진사회로 진입한다고 하지만, 그것보다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 있는 위와 같은 이중성을 극복해야만 실질적인 선진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여운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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