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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재외동포NGO대회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지구촌동포연대(KIN)가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지난 행사에서는 역사와 인권의 관점에서 각국 재외동포의 삶과 역사, 그리고 미래상을 한국정부와 시민사회가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각국 재외동포 사회의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의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700만 동포아리랑'이라는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재독동포 최정규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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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독 광부들의 애환을 담은 책 <독일 아리랑> 표지. | |
| ⓒ2006 에세이 |
그래서 이들은 다른 작업장에 배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하기 싫으면 한국으로 가라!" 이들에게 되돌아온 답변이다. 한인 광부들은 심지어 마이스터(Meister)나 항장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폭행까지 당했다.
당시 14항의 오후반에 나가는 12명의 한인 광부들은 이같은 횡포에 대항해 "부당하게 책정된 임금을 추가 지불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일자리를 재배치하고, 모욕적인 언사와 폭행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이들은 입항하지 않은 채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 소식을 접한 광산소장은 만일 한인 광부 12명이 늦게라도 입항하지 않으면 즉각 해고할 것이며, 당장 한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통고했다. 이에 반발해 한국인 광부 73명 전체가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사태가 확산되자 광산노동자평의회(Betriebsrat)와 한인광부 73명이 참석한 조정회의가 열렸고, 장시간 토론을 통해 한인 광부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행동을 같이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주독한국대사관과 광산, 그리고 한인광부 73명이 참석해 조정회의가 다시 열렸다. 이 때 한국 수석노무관은 한인 광부들의 집단행동(파업)은 불법적이고, 조국의 이익에도 배치된다며 사실상 협박으로 일관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재독한국대사관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부숴졌다.
그래서 광부들은 더욱 단결했다. 결국 한인 광부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돼 해고된 사람이 전원 복직됐다. 그동안 부당하게 체불된 임금도 추가 지불받았으며, 한국인을 모욕하는 언행과 폭행도 없어졌다.
#사례 2. 후레어 횃숀 독일 여성단체의 폭탄 방화에 한국 공장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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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간호사 출신인 주예희씨는 독일기업주와 관리자들이 한국에 진출해 노동기본권을 어기고 온갖 술수로 분열과 노조파괴를 일삼고 있다"며, 1986년 5월 4일 편지를 통해 재독한국여성모임(파독한국간호사·유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모임. 이하 여성모임)에 이같은 현실을 고발했다.
여성모임은 독일의 다양한 단체들과 공동대책위을 만들어 행사와 집회를 열었다. 지속적인 투쟁이 전독일의 언론에 알려지면서 큰 사건으로 확산됐다.
후레어 횃숀의 본사인 아들러는 독일 큰 도시에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1987년 8월 15일 백화점 9개 지점 중 8개 지점이 '로테 초라'(Roten Zora,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혁명적 여성단체)의 폭탄 방화로 인해 불길에 휩싸였다(1곳은 터지지 않음).
이 때 로테 초라는 '타오르는 불길의 인사'라는 성명서에 "제3세계지역 및 특히 한국과 스리랑카에 거점을 둔 아들러 생산공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유인물이나 아들러백화점 앞에서 있었던 시위 및 홍보활동을 통해 이미 주지되고 있다"며 "성유린 및 성차별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에 기반을 둔 체제에 대항해 우리의 투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결국 방화사고 이후 파업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졌으며, 국제연대투쟁과 로테초라의 투쟁에 후레어 횃숀 본사인 아들러는 굴복하고 말았다.
#사례 3. 광주민중항쟁 유럽에서 열리는 오월민중제는 이제 명절
1980년 5월, 광주시민대학살에 대한 특보뉴스를 접한 재독한인동포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좌절감을 맛보았다. 이들은 베를린·프랑크푸르트 지역을 중심으로 단식과 농성투쟁에 들어갔다. 당시 한인동포들은 유럽 곳곳에서 학살만행에 분노하는 입장(성명)을 발표하거나 선전지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프랑크푸르트 교민들도 민주단체회원들과 함께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광주시민에 연대하는 한국인 모임'을 만들어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루르지역은 노드라인베스트팔렌 한인교회연합회를 중심으로 모여서 기도회를 열고 시위했다.
굉팅겐·마부르크·튀빙엔·복흠 등의 대학도시에서는 학생들이 성명서를 내고 동포들과 함께 투쟁했으며, 뭔헨과 에쎈의 대학에서는 독일기독학생회를 통해 자료집을 독일어로 발간해 배포했다. 이처럼 80년 당시 독일 각 지역에서는 다른 해외 어느 지역보다도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독일 전역에 광주문제를 신속하게 알려나갔다.
이후 해마다 5월이면 '오월민중제'라는 이름으로 공동추모제와 각각 세미나를 2박 3일간 진행하고 있다. 매년 민중제에 참석하는 비율은 1세대가 60%, 2세 청년학생이 40% 정도이다. 85년 이후부터는 전유럽의 한인동포들이 모여 '재유럽오월민중제'를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유럽오월민중제는 이 지역 한인동포들에게는 명절로 자리잡고 있다. 매년 오월이 되면 유채꽃이 만발하는 민중제행사장이 있는 빌레펠트에서 온 가족들이 모여 만남의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한다.
이처럼 길거리에서 벌이는 투쟁과 함께 문화운동도 시작했다. 그 시작은 1977년 복흠한인교회의 교인들이 학습과 토론회를 시작하다가 부당해고당한 파독광부의 사례를 연극으로 올리면서부터이다.
1978년 광산에서 작업 중 허리를 다쳐서 병가를 장기간 끊었다가 광산지정 의사가 향수병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해고당한 한 광부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Was soll ich tun)'가 무대에 올려졌다. 다음해인 79년에는 한국노동운동탄압사례인 청계피복노조원들의 구속재판과정을 구사하여 '제 7일째 되는 날'을 연극으로 올렸다.
# 그 후 재독한인동포 '잊혀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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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독 간호사 출신의 화가 겸 다큐멘터리 감독 송현숙씨의 작품 <내 마음은 조롱박> 한 장면. 송씨 자신의 간호사 시절 모습이다. |
| ⓒ2006 CNFF |
파독 광부들은 연금이 넉넉지 않아 불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독일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독일에 왔고, 또 계약기간 3년을 끝낸 뒤 연금을 찾아쓴 경우도 많다. 연금 불입년수가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노후대책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 청춘을 바쳐 한국 경제성장의 디딤돌을 놓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우리는 기억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독일 내에서의 외로움과 차별, 그리고 조국의 분단으로 인한 정치탄압까지 받아야했다.
40여년이 지난 동안 현실과 역사의 영역 모두에서 사실상 '잊혀진 존재'였던 재독한인동포들을 위해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재독한인동포들의 지난 역사를 바로 세우고 치유하는데 협조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민정책도 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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