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진 대전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다문화가정이라 함은 용어 그대로 한 가정 안에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크게 보면 사실 모든 가정은 다문화가정이다. 30여 년 다른 배경을 가지고 살아온 여성과 남성이 만나 결혼하게 되면 소위 말해 치약 짜는 방법으로도 부딪히게 되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다만 이러한 일들이 의사소통의 어려움, 태생적인 문화의 차이,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일방적으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더 어렵고 커다란 숙제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렇게 많은 숙제들을 씩씩하게 풀어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이번 설에 만난 여성들도 그러했다. 한국과 모국의 설날이 이렇게 다르다며 한바탕 이야기하고 까르르 웃어 버릴 만큼 단단해져있었다.
한국에 시집온 지 8년, 이제 6살 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중국 여성은 한국의 설풍경이 다소 밋밋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국은 설이 되면 새빨간 종이에 싸여 있는 과일들이 길거리를 가득 채우고 다양한 폭죽놀이가 시작되면 아~ 이제 정말 설이구나라고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연휴가 한국보다 4~5배는 길고, 명절이 되면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른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설날은 남자들이 쉬는 날이란다. 이 여성은 처음에는 한국의 차례상 차리는 것이 너무 어려웠지만 이제는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한국에서 다문화식당을 개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 만난 여성은 이제 한국에 온지 6년 차, 5살 난 큰 딸과 3살 난 아들을 둔 베트남 출신 엄마다. 그녀는 한국의 설날은 떡국 먹는 날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코코넛잎 안에 찹쌀, 녹두, 고기 등을 넣어 사각형으로 예쁘게 싸서 쪄먹는 음식을 먹으며 이미 12월 마지막 주부터 새해 분위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12월 31일에는 대청소의 날! 온가족이 함께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하면서 복을 기원하고 새해가 되면 혹여 복이 달아날까 3일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단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집집마다 수박을 준비해서 수박을 잘랐을 때 색이 빨갛고 잘 익을수록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날씨가 달라 설날 수박을 구하기도 어려워 이제는 지난 가족들과의 즐거운 추억이라고 했다.
다문화, 요즘 한국사회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에만 4300여 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함께 살고 있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등 매우 다양한 나라에서 오고 있으며, 자녀들도 3000여 명의 이른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50년에는 전 국민의 5%가 다문화가정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다문화의 흐름은 커다란 줄기가 되어가고, 우리가 함께 공생해야 하는 길들을 찾아가야 하는 그 첫걸음을 시작하는 이 때, 해마다 설이 되면 외국인 며느리들이 설 풍습을 배우는 모양 일색인데, 이제는 한 번쯤 우리의 아이들이 엄마 나라의 설 풍습을 배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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