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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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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단 지역신문발전기금 공동기획취재(국내, 태국, 베트남) 보도기사 4(양산, 한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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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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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단 지역신문발전기금 공동기획취재(국내, 태국, 베트남) 보도기사 4
<한산신문>
이주노동자 100만시대!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향해 - <1>실태와 분포
우리도 당신의 이웃이고 친구이고 싶습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수가 110만 명에 육박한다.
이제 이들은 도심의 공장, 농촌 들녘, 조선소, 수산업계 산업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요 인력이 됐다.
통영 역시 외국인 노동자가 수산업계의 큰 축을 형성하고, 섬마을 여성 결혼 이민자가 급증하는 등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오히려 동남아 출신 노동자를 우리 이웃, 가족이라 여기지 않고 외국에서 시집온 새댁을 백안시하고 있다.
이에 한산신문은 경기도 안산 국경없는 마을,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등 국내 취재는 물론 송출 대표국인 태국·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건전한 수산노동자 고용 패러다임과 결혼이민자 정책 및 대안을 모색해 본다.
수산 1번지 통영, 외국 선원 1위
42개 섬마을 결혼 이민자도 급증
수산경기 침체와 3D 기피에 따른 수산 노동시장 가격 상승으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중국 등에서 값싼 노동인력이 수급된 지 이미 20년이 넘었다.
통영 외국인 선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불법 취업 사례들이 발생하기 시작, 90년대 산업연수생 제도를 거쳐2007년 고용허가제로 바뀌면서 그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 현재 멸치잡이 배에 4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종사하고, 꽃게와 장어통발 어선 100명, 해상 가두리 양식 및 굴 양식에 100명 등 대략 수산업 노동자로 종사하는 공식적인 외국인 수만 600명이 넘는다.
이는 경남 전체 수산업 종사 외국인 근로자 전체 수가 2008년 현재 1천여 명임을 감안하면, 60% 이상이 통영에 존재하는 셈이다.
또 다도해라는 명성처럼 250여 개의 섬을 가진 통영에서는 42개 섬마을 결혼 여성 이민자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수산 노동자 주 70시간 이상 혹사
노동부 권고 2배, 3중 1명 임금체불
짧게는 10일, 길게는 15일 정도를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등 일반 육상 업종에 비해 열악한 근무 여건과 국내 선원들과의 유대관계 미(未)형성으로 선원생활에 실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특히, 외국인 선원 80%가 노동부 권고 주 40시간 근무 기준인 2배에 달하는 70시간 이상 노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휴일 없이 노동에 종사당하는 경우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 열악한 근무 환경은 물론 인권침해에까지 노출된 상태다.
임금 체불 역시 3명 중 1명꼴로 체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언어폭력 및 가혹행위는 물론 산업재해 등에도 노출돼 있다.
미등록 노동자(일명 불법체류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제노포비아(이방인에 대한 혐오현상)와 전문 브로커들의 활동으로 육상 타 직종으로의 무단이탈, 이들의 집단형성으로 2차 범죄 발생 등 하나의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 되고 있다.
결국 통영 수산업계 외국인 선원 인력난이 심화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담기관 부재로 통영은 현재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통영 다문화가정 가족 700명 시대
섬 생활 부적응, 2세 교육 난관
42개 도서 벽지로 이주해 온 베트남, 필리핀, 태국, 중국 등의 이주 여성들 역시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제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2008년 3월 현재 183명, 자녀와 남편 등을 포함한 다문화가정 가족 수가 675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가 언어 장벽을 포함한 결혼 전 정보부족과 알선업체의 부당한 대우, 자국 내의 경제적 요인 등으로 국내에서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자국과는 다른 특수한 섬 생활의 부적응은 물론 자녀 교육과 개인의 정체성 혼란 등 많은 문제점에 노출돼 있다.
김영화 기자
<한산신문>
빚덩이로 한국행, 송출비리에 멍드는 '코리안 드림'
이주노동자 100만시대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향해 - <2> 송출실태 현지 취재
99년 입국,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옹푸(34)·리우(32)부부는 월 200만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다.
유능한 법대생이었던 옹푸가 왜 한국으로 왔을까?
베트남 하노이 그의 고향집은 이들의 송금으로 4층짜리 새 집이 제일 먼저 취재단을 맞이하고 집 옆에는 주유소 터 다지기 공사가 한창, 마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버지 푹(72)과 어머니 응옷(62), 그리고 3살 난 아들이 귀국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은행원 어머니, 법대 2년생 옹푸가 졸업하면 200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옹푸는 학업을 포기하고 7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한국행을 과감히 선택했다.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오면서도 브로커에게 1천만원의 수수료로 부푼 꿈의 첫발을 시작했다.
10년을 한국에 살면서 이제 빚도 다 갚고 현금도 7천만원 모았다.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단속 기간에는 무척 불안하고 어린 아들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2년 정도 한국에 남아 돈을 더 벌 계획이다.
자신의 주유소와 공장 건립을 위한 1억원의 돈을 채울 때까지는 이를 악물 생각이다.
베트남에 있는 부모 역시 아들 내외가 그립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경제적 여유,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약속의 땅 코리안 드림을 이룬 마을의 자랑이지만 하루 빨리 건강하게 돌아오길 기원하면서 인내하고 있다.
100대 1 경쟁, 한국으로 GO
태국과 베트남 코리안 드림은 만연했다.
한국정부가 이들 정부에 요구하는 송출인력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는 넘치다 보니 송출비용은 해마다 오른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으로 오는 과정은 1차적으로 한국어 시험이다. 한국어 시험이 통과되면 건강검진, 구직신청을 하고 한국에 서류를 보낸다. 고용주가 구직자를 선택하면 구직자는 사전교육을 받는다. 입국 5일전 다시 재교육이 실시된다.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이 밝힌 한국행 비용은 통상 699달러. 여기에는 한국에서 일하다가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비용까지 포함된 것이다.
한국어 시험은 개별 부담으로 17달러. 나라별 약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한국행 공식 비용은 총 10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한국으로 향하는 현실은 달랐다.
최소 1만 달러 이상이 있어야 가능했다.
태국에서 고용허가제로 온 티파폰(35)은 공식적인 송출비용 외에 10만 바트(한화 300만원)를 브로커에게 지불했고, 관광비자로 불법체류하고 있는 타나폰(33) 역시 온 가족이 여기저기서 빚을 내 1천만원에 달하는 송출 비용을 마련했다.
송출비용이 부풀려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부에 등재된 구직자들의 대기 기간이 빠르면 1달, 늦으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고 빨리 한국에 가 돈을 벌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선다.
신청서 구하는 데도 아는 사람이 필요하고, 직업학교 들어가는 데도 아는 사람이 필요하고, 직접 아는 사람이 없으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통해 선을 댄다.
산업연수제도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송출업체 비리를 끊기 위해 민간업체가 아닌 정부를 송출기구로 지정했지만, 너도 나도 한국행을 원하다 보니 정부에 줄을 대기 위한 브로커들이 단계마다 천지다.
곽재구 한국산업인력공단 태국지사장은 "태국 내 27개의 사전교육기관 중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은 단 1곳 뿐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민간기관은 사실상 지도 통제가 안된다"고 호소했다.
지인웅 한국산업인력공단 베트남 하노이 지사장도 "베트남 사회에서 일반화된 커미션 문화가 한국행 노동 이주를 왜곡하는 가장 큰 문제"라며 "예비시험 단계부터 3백∼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금전이 거래, 송출비리 근절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출비리는 불법체류로
산업연수생제도에서 고용허가제로 전환된 지 4년.
최저임금 보장, 인권개선 등 개선점이 있긴 하지만, 송출비리와 불법 체류는 여전하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행을 택한 이들이 '3년'(고용허가제에서의 노동기간)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법체류 비율이 최고 80%에서 지금은 50%로 내려왔지만, 정부가 예상한 국제 평균(10∼20%)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국제이주기구(IOM) 서울사무소 김철효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우리나라 제도를 개발 도상국에 심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리 정부 뿐 아니라 송출국의 전반적인사회의식이 함께 높아져야 해결 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송출국 문제로만 내버려 둘 수 없다. 이는 곧 우리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송출국의 송출비리는 도입국의 불법체류로 이어지고, 인권침해를 낳는다.
대전 외국인이주노동자 종합센터 강봉구 소장은 "이주 노동자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송출국에서부터 내재된 문제"라며 "송출국과 도입국 공동의 중·장기적 문제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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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하지만 수산업 당당한 산업역군
차별아닌 '共存' 대상이고 싶다
■ 베트남 수산 이주 노동자의 고백
갑판 위에서 시쿠미(준비한 어구)한 것 던져 했는데 못 알아들어 발로 채였어요.
다음에 또 못 알아들으면 그물과 함께 확 바다로 보낸다 했을 땐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한국말도 서툰데 어업 용어가 일본말이 많아 너무 어려워요. 말도 잘 안 통하고 바다 위 생활도 힘든지만, 이미 베트남에서 소개비 1천만원 이상 주고 와서 그 빚 갚기까지 참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이주 노동자 때문에 일자리를 뺏긴다고도 말하지만, 우리는 더럽고 위험한 일만 할 수 있어요.
한국 정부는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해 놓았죠. 알선업체나 기관이 보내주는 곳에서 일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많이 합니다.
귀가 멍해질 소음과 12시간 이상의 중노동, 불볕 더위 속 조선소, 일주일에 70시간 이상의 선원 생활, 심지어 15일 이상 바다에 떠 있기도 합니다.
웬만한 한국 사람들은 몇 일을 못 버티고 나갑니다.
우리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이곳에 옵니다.
한국선원의 1/4 정도의 월급을 받고도 만족해 하죠.
본국에서 자기 집을 마련하기 위해,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가족과 고향을 떠납니다.
아주 소박한 꿈이죠.
마치 과거에 한국인들이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가고, 중동에 건설 노동자로 파견된 것과 비슷합니다.
때때로 브로커가 3∼4백만원 주면 편한 직종으로 옮기게 해 준다고 하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두 눈 질끔 감고 버티면, 고향에서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매일 매일 기도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 3∼4년 일하면 들어올 때 입국 비용으로 쓴 빚을 거의 갚습니다. 하지만 체류가 끝나는 시점이죠.
그 다음은 불법체류자라는 위태로운 신분으로 전락합니다. 누군가 신고할까 봐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돈을 벌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한국정부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을 단기간 고용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자가 되는 순간 산재, 사기, 폭행을 당해도 신고할 수 없습니다. 아플 때는 더욱 서럽지요.
한 순간에 불구가 돼 돌아가는 친구도 봤고, 아이를 낳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핏덩이를 낯선 사람에게 부탁, 비행기를 태워 고향집으로 보냅니다.
부모님 얼굴을 못 뵌지도 한참 됐습니다. 전화만 하면 "이제 돈 필요없다. 그만 돌아오라"고 울먹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런 한국이 좋습니다.
심하게 싸우고도 소주 한잔 권하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한국인들이 언제부턴가 좋아졌습니다.
한국 노래방도 좋고, 바다 생선으로 만드는 매운탕도 맛있습니다.
간혹 월급을 주지 않고 내쫓는 나쁜 어장주도 봤지만 거의 다 좋은 분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인 우리를 숨겨준 분도 있고,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본국에 병원비를 보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 친구들이 저보고 '베트남에서 온 한국인'이라고 부릅니다.
그 말처럼 저도 이제 당당한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고 싶습니다.
김영화 기자
<한산신문>
이주노동자 100만시대!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향해 - <3>결혼 이민자 송출국가의 이해
미안하다 딸아! 가난해서 너를 보낸다
▲ 통영시 결혼이주여성 현황.
"주걱에 밥 붙었다고 시누에게 맞았어요. 베트남 쌀은 주걱에 안 붙는데,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무서워요." (한산도 결혼이주 베트남 새댁 A씨)
고구마 줄기 수확하는 날 "넌 이 오뉴월 비닐하우스 속에서 웬 긴팔이냐" 시어머니 말씀에 난처했어요. 전 사실 열대 지방에 살다 와서 한국의 5월도 무척 춥거든요.(도산면으로 시집 온 B씨)
"넌 돈 주고 사왔으니 내 물건이다"는 남편의 말에 충격 받아 고향 가고 싶지만, 이젠 후회해도 어쩔 수 없죠."(태국 출신 C씨)
물설고 낯선 이역만리 한국 땅. 그 중에서도 남쪽 끝 통영으로 시집 온 베트남, 태국, 필리핀 새댁들이 적응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특히 통영 42개 섬으로 시집 온 결혼 이주 여성 중에는 남편의 편견과 교통의 불편함으로 한글교실 조차 나올 수 없는 이른바 '창 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는 이도 있다.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거짓정보와 결혼사기, 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 등 장밋빛 이주의 꿈이 냉혹한 현실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간단한 프로필만 보고 순식간에 만나 순식간에 결혼, 장밋빛 인생을 꿈꾸는 '우편 주문 신부'들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면서 머나먼 한국까지 왜 왔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베트남 현지 친정을 찾았다.
눈물의 땅 베트남 보고싶다 내 딸아!
7월 5일 오전 10시 30분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3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하이퐁시 외곽의 아주 작은 마을.
마을 주위를 논이 빙 둘러싸 흡사 논 안에 마을이 빠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원뿔 모양의 베트남 전통 모자 논(non)을 쓴 주민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물소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마치 30년 전의 한국 농촌으로 시계 바늘을 되돌린 것 같았다.
마중 나온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따라 비포장 좁은 동네 길을 따라 들어간 곳은 2년 전 통영으로 시집 온 부찌터 넝(21)씨의 친정집.
집 앞 가판대에 늘어놓은 음료수와 생필품은 한국의 70·80년대 시골 구멍가게를 연상시켰다.
아버지 부찌터 파(62·농업)와 어머니 사우(61), 시집간 두 언니와 형부, 조카 4명, 그리고 넝이 제일 좋아하는 남동생 부찌터 즈엉(17)의 환대를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빛바랜 배용준, 김희선, 최지우 등 낯익은 한류 스타들의 사진이 방안 가득 도배돼 있었다.
넝이 시집가기 전에 붙인 사진들이다.
딸의 동영상 편지를 담아왔지만, 정전으로 보여주지 못하자 넝의 부모들은 몹시 안타까워했다.
대신 취재진이 가지고 온 딸 내외의 사진과 한국에서 넝이 가족들에게 전해주라고 맡긴 선물 보따리를 건네자 가족들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에게는 필기도구, 머리가 하얘진 어머니에게 염색약 등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딸에게 앞으로 사진도, 한국 물건도 보내지 말라고 하세요. 돈 많이 쓰면 안돼요" 행여나 시집간 딸이 친정을 너무 챙기다 시댁으로부터 미움을 사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좋아했던 열대과일 리치와 밑반찬 등을 주섬주섬 챙겨 "꼭 전해 달라. 가난한 살림 탓에 마음껏 먹여 주지도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딸 덕에 빚 갚고 새집 짓고 현대판 효녀 심청 한류열풍
베트남 남부의 중심 호치민에서 비포장 도로를 따라 4시간 30분을 달리니 베트남의 젖줄 메콩강이 나왔다.
이 곳 강 하류에서 20여 분간 배를 타고 들어간 곳이 작은 섬마을이었다. 2년 전 부산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 김티베(23)씨가 자란 곳이다.
고향이 물가여서 부산을 택한 것일까? 우연일까? 티베씨는 부산에서 어선 그물을 만드는 배성완(37)씨를 남편으로 맞았다.
어머니 김티남(53)씨는 막노동을 하다 그만둔 아버지를 대신, 죽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 딸 아이에게 한국에 시집가면 잘 살 수 있고,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속이 많이 상했어요. 딸이 너무 멀리 떨어져 섭섭하지만 한국에서 잘 살길 바랄 뿐이죠."
어머니는 딸이 사는 부산의 지도가 새겨진 손수건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딸 덕에 빚 갚고 잘살고 있는 이 집에 취재단이 온다는 소식에 '혹시나 자기 딸을 한국에 시집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을 주민들이 여럿 모였다. 심지어 "우리 딸도 좀 데려가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경주로 시집온 베트남 하이퐁시 느엔티탄(23)씨의 베트남 친정집은 이 마을에서 가장 으리으리했다. 집안에는 정수기가 있고, 널따란 거실엔 소파와 자개로 만든 큰 액자들이 즐비했다.
아버지 느엔탄둥(45)씨는 "이 곳에서 대학교수가 돼도 한국돈으로 겨우 1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시집간 딸이 새집을 지으라며 1천만원을 보냈다"며 "딸을 시집 보낸 게 아니라 아들 하나 얻은 것 같다"고 자랑했다.
다단계 결혼 중개 시스템, 소개·기숙사비 빚더미 발목
베트남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 중개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집해 공급하는 결혼중개시스템, 소위 '마담문화'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국제결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왕마담과 새끼마담, 그리고 모집책이라는 불리는 다단계 구조다. 모집책은 여성을 모집하고 새끼마담은 이들을 기숙관리하면서 맞선에 동원한다.
왕마담은 한국인 중개업자와 함께 맞선을 진행한다.
중개 과정이 복잡할수록 결혼비용이 많이 들고, 부조리도 발생한다.
넝씨 남편은 결혼할 때 130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고, 이 중 300만원은 처가에 주는 것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처가에서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티베씨 남편도 지참금으로 1천만으로 냈지만, 처갓집에서는 고작 20만원만 받았다.
패물을 빼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티베는 "남편이 패물로 반지, 목걸이 등을 사줬는데, 한국으로 갈 때 언니(마담)가 패물을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안보내 준다고 해서 주고 왔는데, 이렇게 뺏긴 친구가 내 주위에도 여럿 있다"고 털어놨다.
중개비용 지불 형태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남성이 전액 지불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개시장의 경쟁체제로 남성에게 받는 비용 외에도 여성들에게도 소개비를 요구하는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틴 티 보프씨 역시 300만원의 소개비를 지불했지만, 많게는 1천만원씩 지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혼이주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빚예속이다. 결혼 전까지 마담이 운영하는 숙소에서 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결혼 성사까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기숙자체가 일종의 빚더미로 발목을 잡는 셈이다.
국제결혼정보업체인 한국로얄상사 서영진 대표는 "왕마담에 예속된 여성들은 빚 때문에 중도에 맞선을 포기할 수 없고, 결국 시집을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소개비와 기숙사 빚이 결국 하나의 사슬 고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왜곡된 정보 막연한 기대, 험난한 한국살이 전주곡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알선업체가 제공하는 왜곡된 거짓 정보로부터 시작되는 피해들이다.
베트남 예비 신부들은 쉽게 말해'한국에 가면 경제적 여유가 보장된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받기 십상이다.
결혼 브로커들은 오로지 결혼 성사에 목적을 두고 신랑의 가정환경, 직업, 한국내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보다는 정보를 부풀린다.
오히려 한국 TV 드라마에 나오는 부유층 생활만을 강조, 입국 후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다.
또 친정집에 매달 10∼20만원 정도의 송금해주는 조건이 결혼 과정에서 약속되나, 결혼 후 이행되지 않으면 파경을 맞거나 신부가 도망가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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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월주의 시각 위험하다"
▲ 남복현 주 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영사
"한국과 베트남간 관계는 우호적이다. 하지만 유독 국제결혼 문제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 우리가 베트남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은 상당히 위험하다."
남복현 주 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영사는 "국제결혼이 한국에서는 합법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불법인 현실적 괴리 속에서 여자를 돈 주고 사간다"는 일부 남성들의 잘못된 시각을 비판했다.
남 영사는 "베트남 정부는 지난 1958년 혼인가족법이 제정돼 중매결혼을 금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90년대 대만으로 많은 여성들이 시집을 갔고, 2002∼2004년에 1만5천건에 이른다. 한국에도 연간 2천명 이상이 시집간다"고 통계 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2006년 3월에 결혼이주센터를 설립했고, 이곳에서 허가를 받았을 경우만 유일한 결혼이라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하지만 결혼이주센터를 통한 결혼은 현재까지 200건에 불과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위장 결혼하는 건수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7천 여 건에 이르고 있다"며 "짧은 시간의 인터뷰로 혼인의 진정성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동탑성에 버려진 아이들만 600여 명이다. 친정집 갔다온다고 말하곤 애만 두고 부인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그릇된 국제결혼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영화 기자
<양산신문>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① 양산 속 거주외국인의 현주소
양산, 희망의 땅인가 상처의 땅인가
양산 거주 인도네시아 외국인노동자가 건방져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한국인에게 폭행당해 두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피해보상은 커녕 치료비조차 보상받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양산 거주 외국인들도 최소한의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2년 동안 표류중이었던 <양산시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이 지난해 10월 마침내 의결됐다.
또 지난 3월에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설립, 양산지역도 드디어 다문화사회로의 발걸음을 한발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늘어나는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노동자와 함께 양산지역 속에서 융화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주관 아래 전국 13개 신문과 함께 ‘다문화사회의 공존방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취재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양산지역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 외국인들의 실태를 조명해 본다.
↑↑ 양산지역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주 외국인이 3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에게 양산지역은 코리아드림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땅인지, 이방인의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처의 땅인지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다양한 이주민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위)과 외국인노동자들이 억울한 폭행사건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모습(아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100만 외국인 시대에 걸맞게 양산지역 거주 외국인도 이미 3천명을 넘어섰다. 2007년 12월 기준으로 모두 3천87명의 외국인이 양산지역에 살고 있으며, 이는 2007년 4월 2천461명과 비교해 보면 8개월 사이 20.2%(626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외국인노동자가 2천631명이며, 국제결혼이민자(혼인귀화자 포함)는 341명에 해당한다.
이처럼 양산지역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에게 양산지역은 과연 어떤 곳일까? 코리아드림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땅인가, 아니면 이방인에 대한 편견을 벗을 수 없는 상처의 땅인가.
외국인노동자, 폭행ㆍ임금체불 등 부당대우
양산지역은 거주 외국인 가운데 85.2% (2천461명)가 외국인노동자다. 물론 이는 산업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경우이며,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까지 더하면 외국인노동자만으로도 3천명이 넘을 법한 큰 수치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사회에 몸과 마음을 정착할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헬미(27), 모스토파(27) 와르토(30)씨가 회사로 향하던 중 어른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같은 회사직원 이아무개 씨에게 각목으로 폭행당해 전치 9주의 중상을 입은 억울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허용되는 문화이기에 한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폭행을 당한 것이다. 문화적 차이와 사사로운 시비로 인해 발생한 우발적인 폭행사건이었지만 각목을 사용해 팔이 부러질 정도로 폭행했다는 사실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사건이었다.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이지연 사무국장은 “여전히 한국사람들은 외국인노동자를 ‘불쌍한 놈’ 아니면 ‘나쁜 놈’이라는 두 부류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폭행사건 역시 이같은 사고방식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업주나 근로자가 외국인노동자를 이방인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필요해 활용하고 있으므로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 역시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해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에 접수된 232건의 상담 가운데, 임금체불이 52건으로 29.5%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퇴직금(18.2%) 등의 상담을 더하면 임금관련 상담이 85건으로 48.3%에 달해 임금체불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 인격모독… 사회적 약자 취급
양산지역 결혼이주여성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6년 341명이었던 결혼이주여성이 2007년 456명으로, 무려 25.2%(115명)가 증가했다. 또한 국제결혼가정자녀도 증가해 현재 147명에 달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외국여성과의 결혼이 양산 지역에서도 이제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다른 피부색과 문화와 언어는 지역사회에서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이주여성 웨이(28, 가명)씨는 마치 남편의 소유물처럼 살고 있다. 하루일과를 남편이 모두 결정해 주며, 시간과 장소 역시 남편의 선택에 따라야 한다. 한국인 친구를 만나서는 안되며, 외국인 친구는 더더욱 안된다. 자녀는 꼭 원정출산을 해야한다는 남편의 지시에 따라 현재 세 자녀 모두 국적이 다른 상태다.
또 양산지역으로 국제결혼을 온 지 3년째 되는 필리핀 이주여성 링(27, 가명)씨는 이주하는 그날부터 바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을 해야만 했다. 직업이 없는 남편으로 인해 주유소, 가내수공업공장 등을 전전하며 모든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한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일부터 시작한 링씨는 한국어도 필리핀어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벙어리처럼 일만 하고 있다.
양산결혼이민자지원센터 이영화 센터장은 “평생의 반려자로서 결혼한 여성에게 자신의 소유물처럼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행복을 찾으러 국경을 넘어 결혼한 용기있는 여성들을 사회적 약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또한 국제결혼은 이주여성들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닌 그들 2세인 자녀들의 문제로 비화된다. 자녀들은 향후 10년 후면 양산지역의 주역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송출비용이 발목 잡아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아야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리아드림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오기 위해 직업알선업체나 결혼중개업체에게 송출비용으로 3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지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돈을 모으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들은 불법체류를 선택하게 되고, 결혼이주여성들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묻지마 결혼’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른바 브로커들을 통한 송출비리는 이제 이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 한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송출과정에서 애초부터 안고 오는 문제라 할지라도 엉켜 있는 실타래를 푸는 첫 단추는 바로 이들의 이웃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의식변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문화사회 양산을 위해 주민들은 이들을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지난 손님으로, 그리고 우리사회의 일원으로서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이주 외국인 관련 8명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 열띤 토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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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공생 대안 모색 워/크/숍
“외국인 100만 시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한국언론재단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주최, 대전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주관으로 전국 13개 신문사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9일 ‘다문화사회 공생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워크숍이 펼쳐졌다.
↑↑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 한국염 대표
ⓒ 양산시민신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의 ‘다문화사회로의 이주외국인 인권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한 발제 이후,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 곽영숙 팀장, 익산카톨릭노동상담소 김호철 국장, 광주외국인근로자선교회 석창원 대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우옥분 소장, 목원대 장수찬 교수, 대전발전연구소 주혜진 박사가 패널로 토론에 참석했다.
한국염 대표는 “한국사회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결혼이주여성을, 저임금노동력부족으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우리의 필요로 인해 받아들인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인 이방인으로 취급해 버리는 사고는 분명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통합을 강조한 나머지 ‘동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화 정책’ 등을 펼치며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사회통합과 인권이 충돌된다면 마땅히 인권을 우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영숙 팀장은 “시흥시는 현재 1만3천여명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있을 정도로 매해 증가추세에 있다”며 “현재의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뿐 아니라 고용허가제의 허점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이탈자들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했다.
이어 김호철 국장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여성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지역사회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이 때문에 ‘취업형 국제결혼’,‘현대판 이산가족’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결혼에 대한 순수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석창원 대표는 “현재 11개 정부부처가 외국인거주자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무분별한 중복사업이 행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서의 외국인거주자들의 권리만을 주장해서는 안되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도 부여할 수 있는 정책과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아현 기자
<양산신문>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② 베트남, 그들의 코리안 드림 그래도 우리는 한국을 꿈꾼다
한국행 결혼이 많은 베트남 여성들은 매일 밤 한국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 속의 한국은 잘 살고, 한국남자는 매너가 좋다. 한 여성만을 사랑하고, 헌신한다. 더구나 잘 생겼다. 이곳 여성들에게 한국행은 평생의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다.
한국만 가면 그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 베트남 여성이므로.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코리아 드림을 이루기에는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베트남 사람들의 국제결혼은 한국 내 노총각에 대한 결혼의 심각성과 현지 여성들의 코리안 드림이 맞물려 폭증하고 있지만, 브로커가 개입하고 배우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까지 한몫하면서 일부 결혼이주여성들은 파경을 맞거나 현지 사회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사회 공생대안을 찾아서’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국제결혼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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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워도 친정집에 말 못해요”
“가족들한테 갚아야 할 빚이 많아요. 나 잘살아야 하는데…”
베트남 출신 틴 티 보프(29, 양산 상북면)씨는 지난 2005년 8월 한국으로 시집왔다. 처녀시절 마을어귀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고, 그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하나뿐인 남동생 르고(24) 씨는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보프씨는 결심했다. 한국남성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남동생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고.
보프씨는 결혼중개업자에서 한화로 300만원의 중개비를 지불하고, 현재의 남편을 소개받았다. 마을 처녀들이 얘기하는 코리아드림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으로 시집 온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난소수술을 통해 난소 절반을 드러냈다. 엄청난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불임에 대한 불안감이 보프씨를 괴롭히고 있다.
인터뷰 내내 보프씨는 서툰 한국말이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설명해 나갔다. 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보프씨는 “내 행복이 가족의 행복이고, 내 불행이 가족의 불행이예요. 힘들게 살면 안되는데… 지금 아버지, 어머니, 언니 모두가 아파요. 저 때문에 아픈거 같아서 마음이 힘들어요. 너무 보고싶어요”라며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취재단이 찾아간 보프씨의 친정집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3시간여 떨어진 하이퐁 라프레 마을이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취재단이 들어서자,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느라 마을이 한바탕 시끌벅적해졌다.
“우리 딸 잘 지내고 있죠?”, “그럼요…”, “그러면 됐어요. 그러면 다 좋아요”
어머니 윙티홍(47)씨는 취재단을 만나자 딸의 안부부터 묻는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딸의 상황을 그대로 전해줄 수 없다. 남편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말만 전해달라는 보프씨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광란(47)씨, 언니 리고(32)씨는 보프씨의 말대로 병색이 영력했다. 눈물도 웃음도 보이지 않는 가족의 표정이 취재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 국제결혼을 동경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은 비슷한 문화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채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없는 상태에서 국제결혼을 강행해 일부 결혼이주여성들은 파경을 맞거나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양산지역으로 시집 온 틴 티 보프씨는 현재 건강과 경제력을 모두 잃어 한국생활이 힘들지만 가족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에 있는 보프씨 가족(왼쪽)과 한국에 있는 보프씨(오른쪽)가 서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 양산시민신문
막연한 기대… 험난한 한국살이 전주곡
베트남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 중개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집해 공급하는 결혼중개시스템, 소위 ‘마담문화’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국제결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부찌터넝씨(21, 경남 통영시)씨도 이 과정을 통해 국제결혼을 했다. 어머니 사우(61)씨는 “윗마을에 사는 아는 언니가 딸을 한국남자에게 소개시켜 줬다”며 “결혼식 모든 과정을 그 언니가 함께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마담’을 단지 ‘아는 언니’로 인식하고 있지만 부찌터넝씨는 마담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자리잡혀 있다.
부찌터넝씨는 “남편이 패물로 반지, 목걸이 등을 사줬는데, 한국으로 갈 때 언니(마담)가 패물을 놓고 가라고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안보내 준다고 해서 주고 왔는데, 이렇게 뺏긴 친구가 내 주위에도 여럿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남성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에서, 최근에는 결혼을 성사하고 싶은 베트남 여성이 돈을 지불하는 형태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틴 티 보프씨 역시 300만원의 소개비를 지불했지만, 많게는 1천만원씩 지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들 국제결혼이 알선업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 상대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보다는 부풀려진 정보, 예를 들어 ‘한국에 가면 경제적 여유가 보장된다’는 등의 정보를 받는다.
따라서 결혼브로커들이 결혼 성사에 매달려 신랑의 가정조건이나 직업, 한국내의 근로조건 등을 정확하게 알려주기보다는 한국TV 드라마에 나오는 부유층의 생활만을 강조, 베트남 신부들이 시집 온 후 많은 실망감에 휩싸이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또 한국인 신랑에게 친정가족들을 위해 매달 한화로 10만원에서 20만원정도를 송금해주는 조건이 부여되는데 막상 결혼 후에는 이 같은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파경을 맞거나 한국 내에서 신부가 도망가는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을 동경하는 베트남 여성들
상황이 이러할 진데도 한국에 대한 베트남여성들의 동경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취재단이 리엔(24, 제주)씨 친정집에 방문했을 때, 취재단이 온다는 말을 듣고 벌써 집에는 동생 스언(17)양과 친구 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비와 장나라를 가장 좋아한다’며 한국연예인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스엉양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을 먼 나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니가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갈 생각이며, 국제결혼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남동생 타잉(23)의 여자친구 푸엉(22)씨도 한국 갈 꿈에 부풀었다. 얼마전 한국어능력시험 200점 만점에 189점을 받았기 때문에 고용허가제 명부에 이름이 올라간 상태로, 한국에서의 연락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푸엉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수가 돼도 고작 한국 돈으로 10만원 월급을 받는 이 사회가 싫다”며 “한국가서 돈을 벌고, 한국어도 배우고 싶다. 나중에 베트남과 한국을 연결하는 통역사가 되는게 최종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티베(23, 부산)씨 어머니 김티남(53)씨도 한국으로 시집간 딸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딸이 보내주는 돈으로 죽장사를 하며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위 이웃들이 딸의 한국행 국제결혼을 부러운 시선으로 처다보기 때문이다.
김티남씨는 “딸이 결혼할 때 지참금으로 겨우 한국돈 20만원을 받았고, 용돈을 많이 보내주는 것도 아니라서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주위에서 시집간 딸 통해서 한국남성을 소개시켜 달라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있다. 딸이 한국으로 시집갔다는 말만 해도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렇듯 국제결혼을 동경하는 베트남 여성들로 인해서 베트남 자국 내의 남성들이 결혼 상대자를 찾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국제결혼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행복을 방해하는 덫은 곳곳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아는 베트남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좋은 결혼 상대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비슷한 문화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채 결혼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결혼은 험난한 한국 적응을 예고하는 전조일지도 모른다.
인/터/뷰/ 베트남 호치민 한국총영사관 남복현 영사
“국제결혼문제, 양국의 보이지 않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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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간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지만, 유독 국제결혼 문제는 베트남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게 사실이다. 이들은 국제결혼을 빈민국들의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은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간주하고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다. 남복현 영사는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이 금지된 것은 대만과의 국제결혼이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남 영사는 “90년대초 베트남 여성들이 대만으로 국제결혼을 하기 시작해 무려 1만5천건에 이르렀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브로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진정성이 결여된 결혼으로 버려진 아이들이 생겨났고, 2006년 동탕성에 버려진 아이들만 600여명이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베트남 여성동맹 산하에 각 성마다 설치되어 있는 국제결혼센터를 통한 국제결혼은 합법화하고 있다. 결혼지원센터에서는 베트남 여성과 외국남성들 간의 중매를 알선하고 결혼을 위한 상대국의 언어와 법규 교육, 결혼수속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각 성마다 결혼중개업체를 선정해 합법적으로 중개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남 영사는 “연간 2천명 이상이 한국으로 시집가고 있지만, 결혼이주센터를 통한 결혼은 현재까지 200건에 불과해 사실상 정책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이민을 위해서는 영사관에서 인터뷰를 해야 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이혼경력과 장애, 20~30년의 나이차, 직업, 재산 등을 조사한 후 사실과 다를 경우 출입국 실태조사를 통해 거부 여부를 결정한다. 인터뷰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남 영사는 결혼의 최소한인 진정성이 현재의 국제결혼에는 없다며 비판했다.
남 영사는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위장 결혼하는 건수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7천여건에 이르고 있다. 인터뷰 내용조차 브로커들이 모범답안을 작성해 교육시킬 정도로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어 결혼의 진정성은 애초부터 없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영사는 “대만의 버려진 아이들이 바로 10년 후에 한국 아이들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국인 결혼을 사적인 영역으로 보고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릇된 국제결혼에 대한 양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 한국총영사관에서 국제결혼이민 허가를 위한 인터뷰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베트남 여성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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