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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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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단 지역신문발전기금 공동기획취재(국내, 태국, 베트남) 보도기사 5(순천시민, 경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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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단 지역신문발전기금 공동기획취재(국내, 태국, 베트남) 보도기사 5
기획-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 그리고 순천(1)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수가 100만을 넘는 오늘날 한국사회는 다양한 방면에서 다인종, 다문화 시대로의 전환기적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 외국인의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순천시의 경우도 도농복합도시의 특성상 농촌지역으로 결혼해 오는 외국인 결혼이민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또 전남 동부 중심도시로 순천이 발전하다보니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회적 변화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외국인들과 공생하며 함께 살아갈 마음이나 준비는 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에는‘아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주외국인들의 문제 원인을 대부분은 이주외국인에게 돌렸다. 그들이 한국사회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인 중 하나로 이주외국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 의식과 시각 차이를 들고 있다. 즉 이주외국인들에게 우리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라고 강요하기만 했지 정작 이민외국인들의 문화와 국가나 처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이주외국인 관련 올바른 정책 및 제도적 대안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주외국인의 출신국 사회 및 이주 경로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와 이를 사회적 담론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언론재단은 공동으로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9일까지 본지를 비롯하여 부산일보, 매일신문 등 전국 13개 신문사가 참여한 가운데‘다문화 시대의 이주 외국인-송출국가의 이해’에 관한 공동기획취재를 실시하였다.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워크숍으로 진행된 국내연수와 이주 외국인 관련 업무를 하는 기관 등을 취재하는 국내 취재, 그리고 송출국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인력을 송출한 태국과 베트남 현지 가정, 송출기관, 결혼정보업체 등을 취재하는 해외취재로 진행되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공동기획취재 내용과 자체 개별 취재를 바탕으로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 그리고 순천의 모습과 이에 대해 우리들이 준비할 내용이나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미 다문화 국가인 한국의 현주소
어릴 적 외국인을 본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그런데 요즘은 거리나 식당에서 심심찮게 외국인들을 만난다. 그것도 한국어를 제법 잘 구사하는 동남아인들을 만날 때 마다 우리 사회도 글로벌 사회가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 외국인들은 낯설다. 특히 백인들과 달리 검은 얼굴의 동남아인들을 만나면 은근히 깔보는 마음이 들곤 한다. 또 동네 노총각 형님에게 시집온 동남아 신부이야기는 술꾼들의 술안주로 등장하곤 한다.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이 같은 이야기는 이제 일상에서 만나는 우리들의 이야기 되었다. 그래서 이제 한국도 다인종 다문화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다문화 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덜 된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우리가 남인가!”하는 한민족 정서 밑바닥에 있는 백의민족이라는 한 핏줄 단일민족주의에서 나오는 배타성이 아직 많이 존재한다고 진단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주외국인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문화를 이해시키려 강요만 했지 그녀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부족했다. 이 점이 올바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는 데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2200년 지구 상에서 사라질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미래는 이주 외국인들과 얼마나 잘 공생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이주 외국인들은 한국에 얼마나 체류하고 있을까?
지난 7월 23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발표한‘장단기 체류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14만 5660명이다. 이중 불법체류자는 22만 2889명이다.
그런데 이보다 많은 숫자가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익산가톨릭노동상담소 김호철 사무국장은“정부 발표 자료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들이 빠져 있으며 불법체류자들도 발표 숫자보다 2배 이상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40~50만명의 불법체류자를 포함하여 약 160만 명의 외국인들이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2020년에는 외국인 비율이 5%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문화 가정, 다문화 사회?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한 가정을 일컫는 표현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서로 다른 인종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 초점을 맞춘‘혼혈인 가정’과 말 그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결혼의 형태를 의미하는‘국제결혼 가정’, 마지막으로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가정의 형태 중 하나로 정의하는‘다문화 가정’이 그것이다.
이전까지 인종 차별적인 의미가 내포된‘혼혈아 가정’이니,‘코세안 가정’등으로 불리던 국제결혼가족을, 차별화를 배제하자는 의미가 담긴‘다문화 가정’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2005년부터 다문화 사회라는 말이 회자되더니 국제결혼 가정도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2007년 이후에는 다문화라는 영어가 트랜드로 범람하고 있다.”면서“2007년 제정된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이미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정부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소장은 또“이렇게 민족적, 문화적 다양성이 부각되는‘다문화’라는 용어를 쓰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의 담지자인 이주민을 존중의 대상으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면서“다문화 담지자인 이주민을 존중하지 않으면 다문화 공생사회는 이루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공생 사회는 거짓”이라고 주장하였다.
코리아 드림을 쫓아온 외국인 이주노동자
3D업종 인력난 해소 위해 시작된 이주노동자 역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70%를 차지하는 계층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이주노동자(이하 이주노동자)와 가난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에 시집오는 결혼여성이민자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코리아 드림을 쫓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가 처음 생기게 된 연유에 대해 이주외국인 관련 1세대 운동가인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김해성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의 말처럼 88년 이후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였다. 이로 인해 3D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3D 업종에서는 인력난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에 정부는 그 해결책으로 1990년대 초부터 산업연수생 제도를 통해 외국 인력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도입된 이주노동자는 2007년 8월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40만 4051명이다. 72만 4967명의 장기체류 외국인들 중 5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외국인이주노동자의 93%에 해당하는 37만 7373명이 단순기능 인력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판 노예제도 실시국가 오명 벗기 위해
2008년 현재 외국인이주노동자는 이미 우리 사회, 특히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생산현장 기계를 멈춰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도 급증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복지와 인권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송출비용 뒷거래 등의 송출비리로 인력장사로 전락한‘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오명을 받던 산업연수생 제도 대신에 2004년 8월 17일부터 외국인노동자 도입 및 관리를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직접 담당하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되었다. 또 2007년 1월에는 말 많은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되었다.
2007년 2월 11일, 우리 지역 인근에 위치한 여수 출입국 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에서 난 화재 참사는 외국인 보호 시설 개선의 분수령이 되었다.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게 되었다.
또 고용허가제와 관련해서 사업자 이동제한을 종전보다 완화시켜 최고 4회까지 실시할 수 있게 하였다. 이밖에도 체류기간도 5년간 연장되는 것이 입법예고가 되어 내년이면 실시될 예정이다.
그래도 이주노동자는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열약한 3D산업전선에서 신음하고 있다.
먼저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 5월 26일 근로복지공단에서 발표한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보험금여 지급 현황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보험을 탄 이주노동자가 5876명이나 된다. 2001년 2076명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추세이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재해가 많은 열약한 업종에 근무하다보니 산업재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또 납 중독도 내국인에 비해 10배 가까이 노출되어 있다.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이주 노동자의 건강 실태 및 건강관리 방안 연구보고서’는 2005년 외국인노동자와 국내노동자를 검사한 결과 직업병 판정에 기준이 되는 혈중 납수치 40㎍/㎗을 넘은 외국인노동자가 4.9%로 국내노동자의 0.4%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취약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대전 외국인노동자센터 김봉구 소장
외국인 차별, 반한(反韓)세력 키우는 행위
대전과 인근 충남·북 1만여 명의 외국인이주노동자(이하 이주노동자)들의 대부 역할을 하고 있는 대전 외국인 이주노동자종합지원센터(이하 대전외노센타) 김봉구 소장(사진)은“불법체류 이주노동자는 비자 만기를 초과한 체류자와 사업장 이탈 등을 통한 미등록노동자로 민·형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범죄자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며“이들을 초과 체류자 또는 미등록노동자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봉구 소장은 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로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 임금체불, 산업 재해, 의료문제, 사회문화적 갈등을 들었다.
김 소장은“의료보험에 가입한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들도 장시간 노동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여 질병을 키우고 있는 경우가 많고 50% 정도가 임금체불을 경험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폭언과 차별, 멸시 등 부당한 대우를 가장 힘들어 하며 이 같은 행동이 반한 세력을 키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김봉구 소장은“이러한 차별은 특히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있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극심하게 자행된다.”고 밝혔다.
다문화 사회로 가는 순천 현주소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순천 다문화 사회에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7년 말 기준 순천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401명이다. 160명이었던 1995년에 비해 9배 가량이 증가하였으며, 특히 2003년부터 체류 외국인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혼인 등으로 인한 국적 취득자와 이주민 가정 자녀까지 포함시킨, 순천시가 조사한‘거주 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남자 767명, 여자 964 총 1731명의 외국인이 순천에 살고 있으며 이는 인구 27만 315명 중 0.6%를 차지하고 있다.
1731명의 체류 외국인 가운데 이주 외국인이 473명, 결혼이주자가 465명으로 54.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주민 가정 자녀도 남자 155명, 여자 116명 총 271명이 순천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 허유인 기자
제357호 / 기획 특집 / 08-08-25
기획-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 그리고 순천(2)
이주여성의 실태
2007년 말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은 약 25만 명에 이른다. 이들 이주여성들은 여성노동자로, 결혼이민자로, 연예인 비자를 가지고 입국해서 유흥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어 국내에 체류 중이다. 이들은 노동 현장에서, 성매매 현장에서 국제결혼 현장에서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3중의 차별을 받고 있다. 또 그들의 아이들도 차별을 받고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지난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대전에서 실시된 국내연수에서 있었던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의‘한국 거주 외국인의 인권 실태와 과제’란 주제발표 내용을 토대로 선진국, 인권국가임을 자부하는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주민 중 이주여성노동자와 그 자녀들의 인권 문제 및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주여성노동자의 인권 문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여성 중 56%인 약 14만 명은 산업연수제나 고용허가제, 방문취업제로 들어와서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다. 이들의 경우 남자 이주노동자 보다 더 차별을 받고 있으며 특히 강간, 성희롱 등 성폭력과 같은 인권침해의 대상이 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다음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가 밝힌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사례다.
■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2002년 발표된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의 실태조사 보고에 따르면 이주여성노동자는 월평균 임금으로는 남성이주노동자보다 2/3 정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시간 노동 30.2%, 열약한 작업조건 27.4%, 직업병 19.1%, 산업재해 9.2%, 임금체벌 21.5% 저임금 29.9%로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또 15.1%가 한국노동자와 갈등이 있으며, 38.3%가 불법체류에 대한 신고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후 실태는 조사된 바 없으나 형편이 나아진 것 같지 않다는 것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의 의견이다.
■ 모성보호와 의료대책 부재
국제노동기구 모성보호에 관한 협약에 의하면 모성보호를 중요한 여성인권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주여성노동자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고의 위험 때문에 임신하거나 몸이 아파도 제대로 건강을 돌보기도 힘든 상태라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노동자 중 66.7%가 임신 사실을 숨겼으며, 56.3%가 한국에서 유산 경험이 있으며 61.6%가 유산 후 바로 작업에 복귀해서 힘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주여성노동자는 모성보호뿐만 아니라 의료혜택의 부재로 건강권 역시 문제다. 지난 2006년 5월에 일어났던 노말헥산 중독으로 앉은뱅이 병에 걸린 태국여성들의 사례나 2007년 DMF중독으로 사망한 36세의 이주여성노동자의 이야기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삶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 성폭력 당해도 신고 포기
2005년 남양주 이주노동자 여성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이주여성노동자 중 40%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성폭력을 당해도 내국인처럼 사건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완벽한 증거가 없으면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불법체류 이주여성노동자의 경우 출입국관리법 상 수사기관의 통보 조항 때문에 사건 발생 후 출입국관리소에 통보가 되어 사건을 신고한 여성은 강제 출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를 포기한다는 점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경우도 작년 3건의 성폭력 사건이 접수되었으나 증거확보가 어렵고 역고소의 위협과 사건 종결 후 출국으로 마감된다는 점을 안 이주여성노동자가 사건 해결을 포기했다고 한다. 한국의 성폭력특별법은 외국인여성에게도 적용되지만 사실 확인이 끝날 때까지만 체류할 수 있고 사건이 종결되면 귀국시키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돈을 벌 목적으로 온 이주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주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성폭력 사례-태국 이주여성노동자 랑칸
2006년 3월 8일, 아산 외국인노동자센터는 천안, 아산 지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여성 중 일부가 밤에는 한국인 업주나 동료들의 성노리개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이 센터가 발표한‘랑칸’씨의 사례는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33세의 랑칸 씨는 태국 여성으로 임신 7개월의 만삭 여성이었다.
랑칸 씨는 1년 전에 천안시 성환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하는 초창기부터 사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성폭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사장은 지속적으로 성상납을 요구했다. 때로는 하혈을 하는데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다 임신이 되었는데도 사업주는 계속 성폭행을 했고 임신 7개월로 배가 눈에 띄게 불러 오자 50만 원을 주며 낙태하라고 강요했다.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한 랑칸 씨는 여러 차례 자살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안 동료들은 미혼모 시설을 가든지 차라리 귀국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랑칸은 눈물을 흘리면서 원망에 가득 차 한국을 떠났다.
의료대책 부재 사례- 태국 출신 이주여성근로자 노말헥산 중독
노말헥산 중독사건은 경기도 화성시 소재 전자부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추언촘 씨 등 태국 여성노동자 8명이 세척제로 쓰이는 유기용제인 노말헥산에 무더기로 중독돼 하반신이 마비되는‘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에 걸린 사건이다.
노말헥산은 냄새와 색깔은 없지만 독성을 지닌 유기용제로 세척제나 다른 공업용 접착제의 소재로 사용되며 보호 장비 없이 신체가 직접 노출될 경우 호흡기를 통해 신경조직으로 독성이 침투해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들이 노말헥산에 중독된 이유는 밀폐된 검사실에서 장시간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7개월∼3년 동안 출하 직전의 제품을 유기용제로 세척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노말헥산이 인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밀폐된 작업환경에서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을 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추 씨 등은 제대로 된 정밀건강검진 한번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유독약품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경우 법규정상 정기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받도록 돼 있지만 업체 측은 이들에게 단 한 차례의 검진도 시켜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의 도움으로 산재보험 처리를 받아 1년 6개월여 동안 치료를 받고 모두 완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으로 전국 노말헥산 취급 사업장에 대한 검경합동 특별 점검이 실시되었으며 이후 산업안전보건 행정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고 더 높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인권 문제
사회단체, 교육권·국적 선택권 등 주장
정부,“불법 체류자 양산 소지 있다”반발
이주여성노동자 인권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인권 문제다.
이주여성노동자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인권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음에도 한국행을 결정했기에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어느 정도는 당분간 인권문제와 이에 따른 고통을 감수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나 부모를 선택할 아무런 권리도 없는 이주노동자 자녀 특히 자립성 없는 아동들에게 부모들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라는 것은 더 큰 인권문제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에서는 추정하고 있는 국내 이주노동자 자녀들 중 15세 미만은 약 2만 2천여 명 정도다. 국제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최선의 이익에 일차적 고려대상이며 생존과 발달과 관련해 특별보호조치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주민의 자녀들은 아동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불법체류자로 무국적자로서 성장한다.
한국염 대표는“부모가 불법체류자로 단속돼 본국으로 추방될 경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아이만 남겨지기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면서“하영광 어린이 사건으로 법무부가 실시한‘초등학교 재학 불법 체류 아동에 대한 한시적 구제조치’가 올 2월 말로 끝나서 아이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정부는 불법체류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강제추방 대상이지만 그 자녀들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부모가 추방되더라도 아이들은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현실적으로 부모가 단속되면 가족 모두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인권 현실에 대해 18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이주아동 합법체류 보장촉구 연대(이주아동연대)’는“부모 추방은 이주 아동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불법체류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노동자 자녀의 영주권 허용, 18세 이후 국적 선택의 권리 부여, 정규학교 수업을 허용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또 한국출생 아동 및 미성년 이주 아동 합법체류보장을 위한 입법화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자칫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자녀 문제 사례-하영광 군
불법체류자 자녀의 경우 몇 가지 서류 제출만으로도 학교 입학이 가능하도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두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하영광 군 사례이다.
2006년 4월, 경기도 안산 모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인 불법이주노동자 2세 하영광(본명 비노빈, 당시 7세)군의 하굣길에 마중 나왔던 엄마 야무나 씨(37·스리랑카)가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에게 붙잡혀 강제출국 명령을 받는다. 이로 인해 영광이는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서 곧바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법무부는 자녀를 한국 초등학교에 보낸 이주노동자의 자진신고를 전제로 지난 2008년 2월까지 한시적 출국 유예 조치를 내렸다. 유예기간이 끝난 현재 하영광은 불법체류자이다. 2살 된 그의 동생도 태어날 때부터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영광이는 말한다.“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예요. 엄마(야무나,37)·아빠(하산타,33)가 모두 미등록노동자(불법체류자)여서 저는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가 되었답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저를 왜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지.... 저는 엄마아빠가 불법체류자여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답니다. 친구들과 맘 놓고 공부하고픈 제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현재 교육인적자원부는 신분 노출로 인한 단속의 두려움 때문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한다 하더라도 외부에서 알 수 없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이주여성노동자 인권에 대한 대책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차별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먼저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직시하고 무엇보다도‘이주민과 그 가족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하고 고용허가제를 이 수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조건들이 유엔의‘여성차별철폐협약’과 한국 여성관련 법의 틀에서 확보되고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시행계획에 이주여성노동자의 인권보장대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이어 한국염 대표는“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해 국제 아동권리 협약에 따라 보호하는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면서“비인도적인 단속과 강제추방 정책을 없애고 인도적인 보호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아울러 한 대표는“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외국인들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고, 우리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이고, 이들을 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적 사고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허유인 기자
<경산신문>
다민족 다문화 시대 ... 외국인 지원 노력 어떻게 하고 있나?
인구 100명 중 1.5명 외국인 시대 … 경산시 2월말 5239명 도내 최고
[2008-07-21 오후 2:54:00]
【편집자 주】 한민족 한핏줄을 부르짖으며 민족주의를 표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한민국에는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 피부색도 눈동자도 다른 사람들이 110만명이 있다. 특히 경산시는 지난 2월 현재 5239명으로 경북도내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외국인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와 더불어 노동자와 여성을 한국으로 보내는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어떤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볼까? 하는 물음을 가지고 취재를 떠났다. 국내 외국인지원기관 담당자와 기자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가장 많은 태국과 베트남 등 그들의 고향집을 다녀왔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는 파상풍으로 다리를 잘라내는 형사의 아픈 모습이 영상에 비친다. 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이 일이 외국인 노동자 A씨에게도 닥쳤다. 하지만 A씨는 다리를 잘라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초기에 주사 한번으로 막을 수 있는 이 파상풍으로 외국인 노동자 A씨는 목숨을 잃어야 했다.
사례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21살에 첫 아이를 안아보게 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B씨. 서투른 한국어 솜씨로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일정량의 분유를 아이에게 먹이라고 했단다. 100일 후 다시 B씨를 찾아갔다. 아이는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아이는 커가는데 신생아 때 먹였던 분유의 양을 계속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진단결과 아이는 영양실조로 판명됐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월 체류 외국인이 106만8925명으로 나타났다. 불법체류자는 22만4965명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지역 NGO단체들은 “정부 발표자료는 불법체류자 23만명 정도로 보고 있지만 우리는 110만 외국인에 50%인 50만명의 불법체류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60만 정도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정부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거주자 수는 주민등록 인구대비 1.5%로 나와 있다. 100명 중 1.5명 정도가 외국인이란 것이다.
문화도, 말도, 음식도, 피부색도 다른 이국에서의 삶을 살고 있는 외국인들. 우리는 이들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한국염·이하 이여인터)는 한국이주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여인터는 △외국인이주여성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 △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을 통한 이주여성과 자녀들의 생명존중 △이주여성을 위한 교육과 문화활동을 통한 한국사회의 적응지원 △국경을 넘는 연대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듦으로써 평등하고 평화로운 지구촌 사회를 실현하고자 만들어졌다.
이여인터는 인권교육도 함께 실행하고 있다. 외국인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인간 중에 여성에 대한 인권은 보호하고 존중되어야할 이유가 있다는 목표아래 쉼터도 운영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의료지원과 법률지원을 하고 있으며 정서안정을 위한 치유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주여성의 모성을 보호하기 위해 임·출산시 이주여성의 집에 직접 가정방문도 하고 있다. 전통문화 보다는 생활문화 경험에 중점을 두고 의사소통과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과 생활문화교육, 정보화 교육, 지도력 개발 교육, 자원 활동가 교육, 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만 전문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외국인 전용의원도 있다. (사)지구촌사랑나눔(대표 김해성)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이하 전용의원)’은 의료의 사각 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외국인들의 생명을 살리며 인도주의에 기초한 사랑의 실천을 이루기 위해 세계 최초로 설립됐다. 지금은 하루에 200여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1500여명의 장례를 치뤘다.
전용의원은 현재 산부인과와 내과, 정형외과, 소아과 등 4명의 전문의와 3명의 공중보건의, 32명의 상근직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외국인에 한해 무료료 진료하는 외국인 전용의원은 세계최초 외국인 무료진료소인 만큼 시설과 상황도 열악하지만 그 정신만은 정말 높다.
진료과목은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치과, 한의원, 약국 등이 있으며 진료와 검사, 입원, 수술 등 모든 것이 무료다. 또 장례지원사업도 펼치고 있어 산업재해보험이나 아는 사람 없이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이곳으로 오는 편이다.
의원 한켠에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이 쉼터는 병에 걸려 치료를 받고 오갈 데가 없는 외국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쉼터는 불법건축물이다. 작은 공간 안에 수십명의 사람들을 수용하다보니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전용의원 관계자는 “하지만 안전사고의 위험보다 이 외국인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성 대표는 “외국인이라고 해서 의료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우리나라에 진료를 못 받아 고통 받는 외국인이 없어질 때까지 외국인전용의원의 무료진료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시에는 국내 최초 시에서 운영되는 외국인 주민센터도 있다.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는 주민센터 개념으로 거주외국인도 주민으로 생각하고 시민과 동일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주민센터 1층에 있는 은행과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에는 일요일에도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이는 안산시에서 각 은행에 일요일이 아니면 쉴 수 없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업무협조를 요청, 은행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는 여러 단체들이 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 컴퓨터 교육 등도 하고 있지만 특별한 것이 있다. 한국어 교육은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공장이나 회사에 강사를 직접 파견해 현재 7개 업체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귀환교육도 특별하다. 대다수 단체들은 지금 현재 한국에서의 생활을 위주로 지원하고 있지만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귀환을 할 경우를 대비해 자동차 정비와 PC정비, 용접, 미용 등 고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외국인주민센터에는 △다자외무담당 △지구촌문화담당 △국제교육담당 △외국인인권담당이 있다. 이중 ‘외국인인권담당’이 주목할 만하다. 생활지원이나 복지가 주로 다뤄지는 지금 안산시는 인권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거주외국인 복지시책을 개발하고 외국인 인권관련 자문단 운영, 외국인 인권 상담 및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또 외국인주민센터 2층에는 이주민통역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태국, 몽골,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8개국 통역사들이 임금체불과 사업장 변경, 진료, 출입국 관련 사항 등을 상담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소한 후 6월까지 3개월간 6372건의 상담을 받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여성들의 인권, 보호받아 마땅합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 한마디
한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모든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적응 교육은 전통문화보다 생활문화 경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인(이주여성)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남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이들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2개국어를 습득 할 수 있어 어떻게 보면 더 풍부한 교육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다문화가 실제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좀더 풍부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마무리 했다.
“병으로 고통받는 외국인 1명이라도 없었으면”
(사)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 대표 한마디
김 대표도 “프랑스 인종 폭동 사태가 한국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잘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또 “피부색에 따라 차별하는 것도 다르다. 백인은 폭행당해 들어오는 사례가 없다. 하지만…”며 “파상풍으로 죽은 경우도 있다.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이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보험이 과연 외국인에게도 보험처럼 적용될까요? 과연 그럴까요?” 김 대표의 의문이 마음 속에 박혔다.
다민족 다문화 시대2-내가 살던 고향은, 힘들어도 가족을 위해
열대 스콜 같은 이주노동자의 눈물
[2008-07-28 오후 3:19:00]
방콕에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고향집은 방 1칸과 부엌뿐이었다. 시작부터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어머니는 딸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는 딸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연신 말을 내뱉는다. “안녕”, “잘 지내니?”, “밥은 잘 먹고?”, “몸은 어때?” 어머니는 영상에 나오는 딸을 보고 많은 것을 물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힘들면 그만 돌아오지 않으련?”
아버지는 스님이다. 태국 불교의 법도에 따라 스님은 여자와 동석을 할 수 없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한국으로 일하러 떠난 딸의 영상을 보고 있다. 아버지는 딸이 무척이나 보고 싶은 듯 앉은 의자에서 몸을 들썩인다. 그는 괜스레 딸의 앨범을 가져와 뒤적인다. 기자가 가져온 비디오를 따로 본 아버지. 낯선 이국의 배경 앞에 서 있는 딸을 보자마자 아버지는 나즈막히 읊조린다. “우리 딸, 야위었구나...”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흐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동요지만 요즘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이들은 주인들은 대한민국을 동경하여,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온 이주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집에는 그리운 가족이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운 고향이 있다.
▲ 눈믈을 흘리고 있는 티파폰씨의 어머니 송마이 파티씨(사진 왼쪽)와 티나폰씨의 할머니 츠씨.
■티파폰(35세)씨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온 태국 여성이다. 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딸아이(5세)가 있지만, 티파폰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와야 했다.
태국 방콕에서 350㎞.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메낀팽 시장에서 언니 티캄폰(37세)씨를 만날 수 있었다. 메낀팽 시장에서 바나나를 구워 팔고 있는 티캄폰씨는 취재단을 보고 환한 웃음을 먼저 보여줬다. 굽고 있는 바나나에 손을 떼지 못하면서도 멀리 이국땅에서 동생의 소식을 가지고 온 우리에게 “오느라고 고생했다. 동생은 어떤가? 잘 지내고 있는가?”하며 연신 질문을 했다. 티캄폰씨는 1평 남짓한 파라솔 아래에서 아침 7시부터 장사를 한다고 한다. 잘 구워진 바나나 5개를 한국돈 500원에 팔아 하루에 1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언니 티캄폰씨의 안내를 받아 다시 1시간여 동안 차 한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고향집에 도착했다. 발롱마을 티파폰씨의 고향집은 방과 부엌으로 된 2칸 집이었다. 방에는 오래된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가고 있었고 TV가 놓여져 있는 선반 위에는 딸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어머니 송마이 파티(53세)씨와 언니 티캄폰씨가 나란히 앉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정리해 앉으려는 취재단을 향해 딸 티파폰씨의 이름이 어머니의 입에서 나왔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사전에 촬영해온 영상을 보며 어머니 파티씨는 딸과 대화를 나눴다. 영상 속 티파폰씨는 “엄마, 일 때문에 피곤해요. 그래도 가족 대표로 와서 만족스러워요. 음식이 입에 안맞아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고 있는데 20% 비싸요. 엄마가 만든 음식이 먹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 언니 매일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영상을 보며 딸이 인사를 하면 어머니도 인사를 했고, 안부를 물을 때면 “잘 지낸다”하고 대답했다. 또 대답 못할 것을 알면서도 딸의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니? 몸은 어떻고? 밥은 잘 먹어? 일은 힘들지 않아?”하며.
1~2주에 한번씩 딸 티파폰씨와 전화를 하지만 오래 통화하지는 못한다. 이유는 딸이 빨리 끊자고 독촉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런 딸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대견스럽다. 항상 딸이 보고 싶은 어머니는 일을 할 때면 더욱 딸이 보고 싶다. 문화도, 언어도, 음식도 다른 이국땅에서 자신보다 더 힘들게 일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면 주책스럽게도 눈물이 먼저 흐른다.
인터뷰 막바지 즈음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영상에 담아가 보여주겠다고 말하자 어머니 파티씨는 딸의 안부를 먼저 묻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딸아. 힘들면 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니? 난 니가 참 보고 싶단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로 한국에 있는 타나폰(33세·여)씨는 고향집에 보낼 영상 3분을 찍기 위해 1시간을 촬영했다. 눈물을 흘리면 가족들이 마음 아파할까봐 눈물이 보일 때마다 영상을 다시 담았다.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타나폰씨는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 왔을 때 제공받는 기숙사도 없이 월세 방을 얻어 지내고 있다.
타나폰씨는 태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이혼을 했고 그 후 한국으로 왔다.
방콕에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80년대 한국의 시골풍경 같은 한 마을의 사원. 후덕한 인상의 태국 전통 스님 복장을 한 아버지 솜삭(55세)씨가 취재단을 맞이했다. 솜삭씨의 안내를 받아 30여분 비포장 도로를 달려 타나폰씨의 고향집에 도착했다.
타나폰씨의 고향집은 태국의 전통 목조가옥이었다. 지열을 피하기 위해 지상에서 올려 지은 목조건물에는 어머니 브라파(53세)씨와 할머니 츠(63세)씨, 여동생 라챠팟(18세)양과 이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딸의 소식을 가져온 취재단을 반기기 위해 열대과일과 태국의 가정집에서는 귀한 얼음 넣은 생수도 내왔다. 어머니 브라파씨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우리를 향해 “멀리서 오셔서 목이 탈 텐데 물과 과일 좀 드시라”며 과일 쟁반을 들고 권했다.
할머니와 어머니, 여동생 등 가족과 이웃들은 바닥에 앉았고, 스님인 아버지 솜삭씨는 떨어져 있는 소파 위에 자리를 잡았다. 태국 불교의 법도에 따라 아버지는 여자와 같은 자리에 앉지 못했다.
준비해온 영상을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 열대 스콜이 쏟아졌다. 영상에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큰 소리를 동반한 이 스콜을 보며 취재단은 전부 숙연해졌다. 스콜이 바로 ‘타나폰의 눈물’이 아닐까.
영상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동안 뒤쪽에 앉은 아버지는 영상이 잘 보이지 않는 듯 몸을 뒤척였다. 법도에 따라 바닥으로 내려올 수 없는 아버지는 딸 타나폰씨가 한국에서 보내온 앨범을 가져와 딸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바닥에 앉은 가족과 이웃이 영상을 본 뒤 다시 아버지에게 보여주니 “잘 지내는 것 같다. 태국에 있을 때보다 살이 쪘다”며 반가워했다. 영상이 끝날 때 쯤 아버지는 가족들 몰래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브라파씨는 시장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하루에 7000원(한국 돈) 남짓 벌어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다. 딸 타나폰씨는 태국에 있을 때 도요타 자동차 세일즈를 해 한달에 15만원을 벌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분의 타나폰씨는 많은 돈을 고향집으로 보내지 못하고 2~3달에 한번 100만원 정도의 돈을 집으로 보내 살림에 보태고 있다. 이런 딸을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딸 타나폰씨가 약속했던 것이 있다. 가족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겠다고. 어머니는 딸이 고생해 보내주는 돈을 알뜰히 모아 집을 지으려고 터를 닦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 타나폰씨가 아이를 떼어놓고 타국에 나가 있어 마음이 불편하다. 타나폰씨는 어떤 딸이냐는 물음에 “우리 딸은 어리석지 않다.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표현했으니까. 떠날 때 약속한 것도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딸은 어른스럽고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어머니 브라파씨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마디로 보고 싶다. 되돌아 왔으면 정말 좋겠다. 손자가 같은 동네에 있어 학교를 갔다 오는 손자를 볼 때마다 딸이 너무 보고 싶어진다. 전화로 힘들다는 소리는 없지만 아마 이혼을 했을 때보다 한국생활이 더 힘들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딸이 더 그립고,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는 고향집에 송금도 적게 하라고 말한다. “이제 딸이 편하게 살기를 원한다. 고향집에 보내는 돈도 더 줄이고 딸이 한국에서 정말 편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 사이 열대 스콜은 취재단에게 인사라도 하는 듯 그쳐 있었다.
“난 니가 참 보고 싶단다”
티파폰씨 어머니 송마이 파티씨 인터뷰
▲티파폰씨는 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천 염색과 관련한 대기업 전문 관리직이었다.
▲어떻게 한국으로 가게 됐나?
△태국보다 임금이 높은 외국에 가고 싶어했다. 그중 한국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와 한국으로 가게 됐다. 딸은 계약 연장이 되면 한국에 더 있고 싶어한다.
▲송출비는 얼마나 들었나?
△7~8만바트(한국 돈 300만원 정도)가 들었다. 한국어 교육비와 실습 교육비, 비자발급으로 쓰인 비용, 비행기 값으로 사용됐다. 딸이 모아놓은 돈이 모자라 내가 빌려 자금을 충당했다.
▲딸이 한국으로 가기전과 간후 가정형편이 달라진 것이 있나?
△딸이 한국으로 갈 당시 집에 빚이 1000만원(한국 돈) 정도로 상당히 많이 있었지만 3년 동안 딸이 보내준 돈으로 지금은 거의 다 갚은 상태다. 보내준 자금은 빚을 상환하고 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로 쓰고 있다.
“이제는 니가 편안하게 생활 했으면”
타나폰씨 어머니 브라파씨 인터뷰
▲송출비가 얼마나 들었나?
△10만바트(한국돈 약 350만원 상당) 정도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빌리고 집에서 돈을 마련했다.
▲한국에 간 동기는?
△한국간 친구가 있어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 친구가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태국에 돌아왔고, 다시 한국에 가자고 해서 함께 갔다.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라 불법인줄 알면서도 허락했다. 딸의 의지가 너무 강해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딸이 만약 한국에서 한국 사람과 재혼한다면?
△딸이 원한다면 허락하겠다. 가족 걱정 없이 이제는 딸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돈을 보내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제는 딸 자신을 위해 돈을 썼으면 좋겠다. 나는 딸의 행복을 진심으로 원한다.
▲ 주위에서 한국으로 간다면?
△말리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아 자식을 보내려는 부모는 많다. 하지만 송출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다민족 다문화 시대 ... 3-마음은 이미 고향집, 사랑은 국경도 없는 걸까?
“시집가서 잘 살면 그만이죠, 베트남보다 한국이 잘 사니까”
[2008-08-04 오후 3:01:00]
대한민국의 1950년대 중반.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이 많이 이루어졌다. 미국이란 잘 사는 나라에 가서 한국보다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하지만 그 어두운 이면에는 아픔도 많았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멀리 타국땅 한국에 딸을 시집보낸 어머니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베트남 생활, 타국땅이지만 잘만 산다면 딸을 못 보는 그리움마저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부찌터넝(21세)씨는 3년전 경남 통영으로 시집왔다. 남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부찌터넝씨는 베트남으로 떠나는 취재단에게 “어머니께 잘 살고 있다고, 건강하다고 전해달라”며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하노이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하이퐁시의 외곽 작은 마을. 논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작은 마을에는 집집마다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오리들이 새끼를 이끌고 떠 다니고 있었다. 부찌터넝씨의 친정집은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설탕, 음료수 등 60년대 시골의 구판장을 보고 있는 듯 했다.
기자단은 아버지 부찌터파(62세)씨와 어머니 사우(61세)씨, 시집간 두 언니와 형부, 조카 4명, 동생 부찌터즈엉(7세)군의 마중을 받으며 집안에 들어섰다. 집 벽에는 장나라와 비, 배용준, 최지우 등 한류스타의 사진이 즐비했다. 어머니 사우씨는 “이 사진 모두 시집간 딸이 집에 있을 때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은 마침 정전이었다. 준비해간 영상을 보지 못한 가족들은 섭섭한 눈빛이었다. 기자는 하지만 사진을 꺼내 가족들에게 전해 주면서 “딸의 사진이다. 딸이 사진을 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란 말을 통역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가족들이 사진을 보며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먼저 말해 한바탕 웃음이 이어졌다.
“딸을 왜 한국으로 시집을 보냈냐”고 물었다. 어머니 사우씨는 “내국인과의 결혼과 다르지 않다. 난 그저 딸의 행복을 바랄 뿐이고 딸의 의견을 존중해 줬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가족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아버지 부찌터파씨는 “나는 솔직히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딸들은 이전부터 알고 있는 듯 했다. 부찌터넝이 한국에 가기 전부터 붙여놓은 저 사진들도 거의 한국 사람이다. 딸 때문에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찌터넝씨가 취재단을 통해 선물을 보냈다. 흰머리가 많은 어머니께는 염색약을, 막내 동생을 위해 노트와 필기도구 등을 준비했다. 어머니 사우씨는 딸의 선물에 고마워하다가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 애 살기도 힘든데 자꾸 이런 것들 보내면 안되는데…”하고 말을 흐렸다.
■하이퐁시에서 다시 비포장 길로 30여분을 달렸다. 끝도 없이 펼쳐진 논에는 베트남 전통모자 논(non)을 쓴 여성들이 모내기에 바쁘다. 느엔 티탄(23세)씨는 경주 산내면으로 3년전에 시집을 갔다. 티탄씨의 아버지 느엔 탄둥(45세)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마중나왔다.
취재단은 티탄씨의 고향집을 보고 놀랐다. 마을에서 가장 크고 좋은 집이였다. 아버지 느엔 탄둥씨는 사위 이재윤(39세)씨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사위 덕분에 마을에서 제일 좋은 집을 얻게 됐다. 우리 사위가 최고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의 사위 이재윤씨가 처가로 1000만원을 보내와 집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 레티완인씨 어머니 보씨.
손녀의 사진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2년전 이재윤씨는 부인 티탄씨와 함께 장인, 장모님도 뵙고 새로 지은 집도 구경하기 위해 처가를 다녀갔다. 돌아가는 길에 사위가 “장인, 장모님. 잘해드린 것이 없어 죄송합니다”하며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어머니 징티롱(43세)씨는 “한국으로 우리 딸을 시집보낸 것이 아니라 아들을 한명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떨 때 딸이 가장 보고 싶느냐”라는 물음에 어머니는 “2년 전 딸이 집에 도착했을 시간이 새벽 1시였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새벽 1시가 돼야 도착한다고 딸이 말했다.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새벽 1시가 되면 문밖을 서성이게 된다. 딸이 연락 없이 집에 올까봐…”하고 말했다.
■충남 청양군으로 시집온 레티와인(25세)씨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푸엉케 마을이 고향이다. 푸엉케 마을은 과일 리치의 주산지다. 기자단이 방문한 7월 초는 마침 리치의 수확기였다. 레티와인씨의 친정집에 도착했을 때 가족들은 일손을 멈추고 모두 기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하(76세)씨와 아버지 무이(56세)씨, 어머니 보(57세)씨, 친척 등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취재단은 레티와인씨의 사진과 손녀의 사진을 꺼냈다. 온 가족들이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중 사진을 다시 보며 연신 손을 움직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레티와인씨의 어머니 보씨였다. 어머니는 딸과 손녀의 사진을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쳐 어느새 손등이 촉촉해져 있었다.
“한국 남자와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어머니 보씨는 “결혼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국적이 중요하진 않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딸의 행복이다. 미래가 없는 베트남 보다는 그래도 한국이 좋지 않나? 난 딸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결혼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다민족 다문화 시대 ... 4-의식은 이미 수준급, 법령은 수준 이하
“내 패물 돌려주세요”, “집에 돌아가도 다시 시작이에요”
A씨는 집안이 가난해 한국행을 결심하고 베트남 내 한국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한국으로 가는 방법을 묻고는 깜짝 놀랐다. 한국어학원을 3개월 다녀야 하고, 그 확인증이 있어야 한국어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준단다. 그 자격으로 예비테스트를 거치고 그리고 또 한국어능력시험을 쳐야 한단다. A씨는 막막했다. 돈이 없어 한국으로 가려는데 자금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 한국교민회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학원은 1달에 1500바트(한국돈 약 4만원). 사설 어학원은 이보다 4배 많은 6000바트(한국돈 약 20만원)다. A씨가 시장 과일가게에서 일을 하며 버는 한 달 수익금은 2000바트(한국돈 약 6만원) 정도. 어쩔수 없이 집에 돈을 빌리기로 했다. A씨의 집에서는 동네 사람들에게 또 손을 벌렸다.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했건만 아뿔싸, 예비시험에서 조차 떨어졌다. 한국땅은 밟아 보지도 못하고 학원비 3개월치 2만4000바트(한국돈 약 60만원)만 날린 것이다. 대학교수인 옆집 B아저씨도 한달에 3000바트(한국돈 약 10만원)을 받는 판국에 A씨는 너무 많은 빚을 진 것이다.
심기일전한 A씨는 예비테스트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그런데 어학원에서 만난 C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비테스트를 쉽게 통과하는 방법이 있단다. C씨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말야. 고위직하고 선이 통하나봐. 그 사람에게 돈만 조금 쥐여주면 예비테스트는 눈감고도 통과할 수 있대. 예비 테스트 뿐만이겠냐? 한국과 베트남에서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도 무사통과란다”고 말한다. 솔깃한 A씨. C씨에게 그 좋은(?) 사람의 연락처를 받아 돌아선다.
몇달 후 다시 본 A씨의 얼굴은 그리 밝지도, 그리 어둡지도 않다. 일단 한국어 시험에 합격했으니 기쁘고, 쓴 돈이 많으니 얼굴에 그늘이 졌나보다. A씨의 현재 상태는 한국으로 송출될 인력풀에 올라가 있는 상태. 한국 기업이 이 인력풀에서 자신을 선택해야 한국으로 갈 수 있단다. A씨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예전 그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준 C씨가 자신을 다시 찾아와 “인력풀에 올라가 있으면 한국에 언제 갈지도 모른대.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한국에 아는 사람이 많대. 돈 조금만 있으면 한국으로 금방 갈 수 있게 해준다는데”하고 말한다. A씨는 다시 그 좋은(?) 사람의 연락처를 받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한국으로 출국했다.
※ 위 내용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자가 임의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은 현재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 15개국과 인력송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각 나라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지사를 두고 송출에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환율이 달라 공식적인 비용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데는 공식적으로 699달러(한국돈 약 70만원)가 든다고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베트남지사 하노이 지인웅 소장의 말에 따르면 “예비테스트와 한국어능력시험,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대한 75시간의 사전교육, 왕복 비행기 티켓까지 포함해 699달러”라고 말했다.
인력공단 베트남지사는 인력 송출의 비리를 근절하고자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지만 만연해 있는 비리로 가려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지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 아주 넓어 모든 곳을 다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취재결과 공식비용만 주고 들어온 외국인노동자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 돈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예비테스트에서부터 비리는 시작된다. 인력공단에서 모든 것을 관리할 수가 없어 각 성(우리나라의 도 수준)마다 위탁해 예비테스트를 치르고 있다. 하노이 주변 8개 성 중 4개는 가까이 있어 가끔 둘러보지만 나머지 4개는 너무 멀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한국정부의 입장은 예비테스트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베트남측은 “조율해 실행하겠다”란 막막한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또 비리가 자행되는 시점은 모든 시험을 다 치르고 인력풀에 올라가 있을 때다. 이 인력풀에서 산업인력공단은 기업체에서 인력 요청이 오면 업종별로 3배수를 선발해 기업체에 제공하고 이것을 받은 기업체는 3배수의 인력풀에서 선택을 해야한다. 이런 시스템이다 보니 모든 시험을 통과하고도 한국에 가는 시간을 종잡을 수 없다. 지인웅 소장은 “짧게는 보름만에, 길게는 1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맹점을 파고들어 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도 있다. 브로커들은 “한국에 빨리 갈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며 시험에 통과하고 기다리는 마음을 악용해 돈을 뜯어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결국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노동자들은 자기가 돈을 써서 일찍 들어온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과연 그 사람들이 돈을 써서 빨리 들어온 건지, 아니면 한국에서 운 좋게 일찍 선발된 건지”하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비리가 아주 많다. 정치와 경제가 유착돼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정경일체라 불리울만 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3년을 일하고 본국으로 다시 송환, 1달여의 휴가를 보낸 뒤 한국에 다시 들어와 2년을 일해 총 5년 동안 일을 할 수 있다. 3년을 일하고 다시 한국에 들어가는 과정을 ‘재고용’이라고 하는데 이 재고용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많다. 산업인력공단 지사들은 이런 재고용에 관계된 업무도 하고 있는데, 재고용이 되지 않아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3년, 2년을 나눠 일하게 되는 속내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법에 따르면 5년을 체류하게 되면 국적을 줘야한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적취득을 막기 위해 이런 법을 만든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또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불법을 통해 많게는 1000만원의 빚을 지고 한국땅을 밟는 이주노동자들. 빚이 많아 자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가족들 생활비와 빚 갚는 비용으로 모두 써 버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시 맨땅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인해 5년 체류기간이 끝났는데도 몸을 숨겨가며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더 있게 된다.
고용허가제. 이 말부터가 노동자 차별이다. 고용은 회사측에서 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주 중심이고 노동허가제는 노동자 중심이다. 고용허가제 실시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계속 보완이 되어 가고 있지만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대전외국인노동자센터 김봉구 소장은 “앞으로 한국 법에도 노동허가제 등 노동자 중심의 내용이 들어가지 않겠나”며 희망 담긴 말을 전했다.
이제 갓 19세 여성인 D씨. 호치민에서 5시간 이상 가야 하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어느 날 화장이 진한 여인이 마을에 나타났다. 이 여인은 아주 좋은 옷에 화장까지 예쁘게 했다. 길을 가다 이 중년 여인을 마주친 D씨. 여인은 대뜸 D씨에게 “한국에 시집가지 않을래?”하고 물어보았다. D씨는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한국은 D씨가 TV를 보며 “와 좋다. 한국에는 저렇게 좋은 곳만 있을까? 비, 장나라 너무 좋다”며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 나라이다. D씨는 “한국에 시집가고 싶어요”하고 대답했다. 부모님도 모르게.
몇 달 후 중년 여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먹여주고 잠자리까지 제공한다고 호치민으로 나오란다. 부모님과 가족에게는 호치민으로 일하러 간다고 둘러댔다. 숙소에 도착한 D씨는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 10여명이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D씨는 지금 초조하다. 몇 달이 지나는 동안 방안에 있는 여자들은 나가고 들어오고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가는 여자들은 한국으로 시집가는 사람일 것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자신처럼 결혼을 위해 여기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D씨는 일을 한다고 말한 부모님께 한푼의 돈도 부쳐 줄 수가 없다. 집이 가난해 자신이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숙소에 있는 D씨에게 화려한 중년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이 여성은 결혼이주를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중년여성은 “나에게 돈만 좀 주면 좋은 신랑감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며칠을 고민하던 D씨는 집으로 전화를 했다.
D씨가 한국남자 Y씨를 만났다. 큰 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중년 여성이 말했다. 결혼을 결정하고 백화점에 가서 예물도 샀다. 고향집에서 결혼식도 올렸다. 물론 부모님께는 하노이에서 일하다 만난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다. 남편은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고 D씨는 5달 후 한국으로 들어간다. 남편이 돌아가자 D씨는 숙소로 돌아왔다. 중년여성이 자신에게 예물을 맡기라고 한다. D씨는 어리둥절했다. 중년여성은 “잊어버리고 나한테 하소연하지 말고 맡기는게 좋을거다. 한국으로 들어갈 때 꼭 다시 주겠다”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해 어쩔 수 없이 예물을 건네준다. D씨는 한국으로 들어가기 며칠 전 중년여성에게 예물을 돌려 달라고 이야기 한다. 중년여성은 “한국 가기 싫은가 보지? 그냥 조용히 있어”하고 말한다. 무섭고 불안한 D씨는 그냥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농촌총각인 Y씨(45세)는 부인 D씨와 결혼하기 위해 결혼정보업체에 1200만원이라는 거금을 냈다. 결혼정보업체 말로는 비행기 티켓값과 숙박료, 결혼식 비용을 제외한 600만원 가까이는 부인의 친정집에 보내진단다. Y씨는 그냥 믿고 맡겼다. 베트남에 가서 결혼을 하고 장인, 장모님께 인사도 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몇 달 후 부인 D씨가 한국에 도착했다. Y씨는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인천공항까지 달려가 부인을 집으로 데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Y씨는 부인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다. “부인, 내가 친정으로 돈을 좀 보냈는데 그거 별거 아니야. 다음에는 더 잘할게”하고 D씨에게 자랑했다. 하지만 Y씨의 돈은 정말 별게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결혼정보업체와 중간 브로커, 왕마담, 새끼마담까지 돈을 다 떼먹고 정작 친정집에 돌아간 것은 30만원 뿐이었다.
남편을 만난 D씨는 답답하다. 남편은 큰 농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농가의 농부였다. 또 말이 통하지 않아 예물 빼앗긴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D씨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 등 새식구들과 낮선 이국땅에서 낯선 이국문화에 적응하느라 예물은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위 내용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기자가 임의로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 (사진 왼쪽) 주 호치민 대한민국 총여사관 남복현 영사.(사진 오른쪽) 한국산업인력공단 베트남지사 하노이 지인웅 소장.
■ 결혼이주여성 송출국의 문제점
베트남은 지난 2006년 중매 국제결혼을 불법이라고 법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법에 단서조항을 붙여 베트남 정부와 협약을 한 업체에 한해 합법으로 인정한다고 한다. 또 지금은 한국남자들이 베트남에 들어와 여자를 만나고 잠깐이라도 함께 있어야 결혼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직도 불법 결혼정보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 불법 결혼정보업체들은 한국에 본사를 두고 베트남쪽 인력공급책과 줄이 연결돼 있다. 베트남쪽 인력공급책, 일명 왕마담은 각 마을별로 돌아다니며 직접 여성들을 모집하는 새끼마담을 거느리며 하노이와 호치민 시내에 숙소를 지정해 마을에서 데려온 여성들을 합숙시키기도 한다.
불법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시집온 경우 신부쪽에서 돈을 건내는 사례도 있다. 경남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A씨는 5년 전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남편이 사준 패물을 왕마담에게 다 빼앗겼다고 한다. A씨는 “패물을 잠깐 맡아준다고 말하고 돌려주지 않았다”며 “한국으로 오기전 왕마담을 만나 패물을 돌려 달라고 말했으나 ‘한국으로 가기 싫냐?’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이 사실을 바로 전하려고 했으나 말도 통하지 않고 외국에서 시집온 며느리가 벌써부터 가정불화를 만든다는 소리도 듣기 싫어 말하지 못했다”며 “몇 년이 지나 남편에게 말해 그 왕마담을 수소문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불법 결혼정보업체와 왕마담, 중간 브로커 등의 악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북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B씨는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해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나도 한국돈 100만원 가까이 빚을 내 왕마담에게 주고 큰 농장을 경영한다는 남자를 소개 받아 한국에 왔다. 하지만 남편은 그냥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작은 공장에 다니는 한국인 남자 C씨(46세)는 4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분하고 원통한 마음이 앞선다. “결혼정보업체에 1200만원이라는 전재산을 털어 지금 부인과 결혼했다. 정보업체에 따르면 3~400만원 정도는 부인의 친정집으로 보내진다고 말했다”며 “작년 베트남 처가에 부인과 함께 다녀왔는데 처가에서 받은 돈은 50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합법적인 결혼정보업체 ‘로얄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서영진 대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결혼이다. 국적과 피부색보다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라며 “한국남자들은 여자를 사온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먼저 고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하고 말한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에게서 불법업체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새끼마담이 모아오는 여성을 합숙소에 넣고 감금, 구타 등 학대를 하는 경우도 있고 돈벌이를 시키는 것도 볼 수 있었다”며 “최악의 경우 성매매까지 강요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왕마담과 새끼마담 등 불법 결혼정보업체와 관계된 사람들이 이곳 공안에 적발돼 한국사람은 본국으로 추방 당하고 왕마담 등은 감옥에 가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으로 결혼이주를 해온 지 5년이 넘어간다. 결혼을 하면 아이들이 생기는데 이혼을 하게 되면 한국인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베트남은 여성들이 아이를 기르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이혼을 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 아이만 현지에 두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 버려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을 정도다.
주 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남복현 영사는 “한국에서 국제결혼은 합법이고 베트남에서는 불법이다. 이것에서부터 괴리감이 생겨 많은 문제들이 파생하고 있다”며 “지난 2006년 법제정 이후 지금까지 합법적 결혼정보회사를 거쳐 결혼한 사례는 200건 정도 밖에 없다”고 말한다. 남 영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모두 한국으로 출국하기전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짧은 시간안에 결혼의 진정성(베트남은 중매 국제결혼이 불법임으로)을 밝혀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2005년 4566건, 2006년 852건, 2007년 956건으로 위장, 위조결혼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남 영사는 문제점도 토로했다. “베트남이란 나라가 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나라다. 이로 인해 베트남 국민들의 자존심이 아주 높은 편이고 이로 인해 국제결혼을 권유하지도 않고 있다. 또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국제결혼에 대한 담당자와 예산조차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경산시장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입을 열지 않으면 외국인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마음 한켠에 ‘외국인이다. 저 사람은 나와 뭔가 다르겠지?’하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동질의식이 강하다. 배달민족, 백의민족이란 민족주의를 끌어안고 살아와서일까? 아니면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 때문일까? 이런 민족의식은 이제 남북통일에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써 시작되었고 진행 중에 있다. 우리는 그것을 피하거나 배척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내 마음 속의 쇄국정책은 버려야 한다. 세상은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고, 내가 다른 누군가의 무엇인가를 받아들일 때 내가 발전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발위 ‘다민족 다문화 시대’공동기획취재를 마무리하며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2008-08-25 오후 3:27:00]
다민족 다문화 시대 4회 시리즈물이 완성됐다. 하지만 마감의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하이퐁에서 만난 베트남의 젊은 아가씨에게 브로커 이야기를 해주니 기자단에게 ‘그런 일도 있냐’고 되묻는 상황. 참 아이러니 하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기자생활을 20여년 한 국장도, 1년 한 막내 기자도 그 상황에서 애를 먹었다. 통영의 사례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식의 패물을 다 잃고 홀홀단신 비행기에 몸을 싣고 공중에 5시간 동안 떠 있으면서 그 여성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베트남 여성이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지 5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좋은 사례들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잘사는 사람들은 굳이 소개하고 싶지 않았다. 잘 사는 것은 평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이렇게 행복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꿈을 찾아 떠나온 베트남 여성들. 이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고 꿈의 땅이다. 이런 여성들의 희망을 한국 남편들이 짓밟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인천에서 만난 결혼이주여성은 지금 32평 아파트에 남편,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 여성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첫 물음을 이렇게 던진다. “한국 남자들은 다 그래요?”하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여성도 초기에는 자살을 생각했단다. 남편의 폭력과 주변의 천대때문에.
해외취재를 다녀와 기자가 말하고 다니는 것이 있다. “베트남 부인과 함께 사는 신랑들은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잘해야 한다”고.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다. 합법적인 결혼회사를 통해 좋은 정보를 주고받고,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들어와 만난 베트남 부부도 만났다. 이들은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아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 부부는 아직 한국에서 3~4년 정도 더 일을 한 다음에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베트남에서 주유소를 경영할 꿈을 키우는 이 부부는 정말 아름답게, 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성실하게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못하면 뺨이 석 대에 잘하면 옷이 한 벌’이라는 중매쟁이의 소명을 가지고 있다. 정말 매매혼적인 성격이 아니라 천생의 배필을 만나게 해 주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베트남에서 좋은 여성을 찾아 한국의 남성들과 소개시켜 주려 노력하고 있다.
시리즈 기사를 마감하고 이틀동안 수십통의 전화를 받았다. 외국인노동자가 일으키고 있는 폐해를 제보한 사람부터 성실히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까지.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저지르는 강력범죄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며, 성실히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들은 몇몇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결혼업체로 인해 도매금으로 욕을 얻어먹고 있다.
여기서 서두에 던졌던 질문을 다시 하고 싶다.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범죄를 저지르는 불법체류자도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몇몇 결혼정보업체도 반성하고 또 같이 가야할 우리들이 아닌가?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막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도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입으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는 말을 외국에까지 나가서 떠벌리고, 조심하라고 당부까지 하고 돌아온 상황이 가슴 아프다. 불법체류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법령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 이런 기사를 써야하는 상황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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