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밭에서 고추 따다가 부르고, 김 매다가 따라 배운 게 전부인데 상을 많이 받게 됐네요.”
강원도 정선아리랑 외국인 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노래대회의 상을 휩쓸고 있는 로마세나 리사(36·강원 정선군 신동읍)는 아직 우리말이 서툰 필리핀 여성이다. 그는 2002년 우리나라로 시집와 강원 정선에 정착했다. 그저 허전하고 쓸쓸해서 부르기 시작한 노래가 이젠 그를 신동읍의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땅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운전할 수 있다는 김봉해씨(35·경북 문경시 문경읍)는 중국 조선족 출신. 그는 ‘자격증의 여왕’으로 불린다. ‘봉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는 미용사, 자동차운전면허,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또 경운기, 콤바인, 트랙터 등 바퀴달린 기계는 거의 모두 다룰 줄 안다. 한국에서 11년 동안 부지런히 살았다는 김씨는 6년동안 가보지 못한 친정 이야기가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충남지역에 전수돼온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인 내포제 시조 창의 법통을 이어가고 있는 김명선씨(31·충남 부여군 규암면)도 중국 조선족 출신이다. 그는 “배려 깊은 남편을 만나고 잘 해주는 시댁식구들과 살아도 낮선 땅에서의 결혼생활은 그 자체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의 여왕 조선족 출신 김봉해씨.
지난해 12월말 현재 우리나라 농촌지역에 시집온 외국 여성은 1만4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촌지역 시·군당 평균 100명 정도는 외국 여성이라는 게 농림부의 추산이다.
농림부가 27일 발간한 책자 ‘특별한 며느리의 행복 찾는 농촌살이’에는 우리나라 농촌에 정착해 살고 있는 외국 여성들의 고뇌와 눈물, 웃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한국으로 이민 오려는 사람들이나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지역 외국여성들에게 주는 조언도 담겨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나 지원기관, 여성농업인 단체 등으로부터 결혼 이민자들의 생활사례를 추천받은 뒤 직접 인터뷰를 통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회 : 1,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