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을 위한 아시아교류(ARENA, 이하 아레나)’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국제 비정부기구(NGO)다. 그러나 아레나의 역사는 꽤 깊다. 1980년 홍콩에서 설립된 아레나는 “아시아의 현실과 경험에 기초해 새로운 대안적인 담론을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단히 거창해 보이지만 이 단체는 전쟁과 평화, 헤게모니, 여성, 가부장제, 지식, 문화, 생존권, 환경안보, 거버넌스, 민주주의, 지역사회 등 아시아 지역 내에서 차별, 차이를 내포하고 있는 현실 사회의 여러 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레나는 70년대 아시아에 군부독재체제가 횡행하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안적인 발전의 경로는 없는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아레나의 펠로우들은 부와 권력이 계속 소수에게 집중되는 결과 발생하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현상에 공통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아레나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이대훈씨의 설명이다. 2000년 아레나 펠로우(회원을 펠로우라고 부른다)가 된 이씨는 지난해 아레나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사무처를 홍콩에서 서울 성공회대학교로 옮기고 난 후 지난 9월부터 사무처장을 맡게 됐다. “96년 서울 총회 당시 펠로우들이 출신국의 제한을 훨씬 뛰어넘은 깊은 경험과 성찰을 가지고 있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국제연대, 국제적 연계와 협소한 민족주의 극복에 관심을 갖는 과정에서 펠로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펠로우는 기본적으로 성찰적인 글쓰기와 분석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인도,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일본, 중국, 한국, 미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17개국에 걸쳐 90여명의 펠로우가 활동중이다. 아레나는 서구의 물질문명과 가치를 쫓는 일방적인 ‘서구 따라잡기’에 반대하며 “현재와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대안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아시아를 꿈꾼다. 지식인과 현장단체들은 교류를 통해 현실에 대해 성찰과 분석을 하고 대안 이론과 담론을 설정하며 현실의 차이와 불평등을 타개할 전략을 모색하고 NGO간의 연대강화를 핵심활동으로 한다.

특히 익스체인지로 불리는 아레나지역학교는 아시아 곳곳을 서로 연결하는 구심점이다. 예를 들면, 농촌여성들의 높은 자살률과 심각한 농촌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의 농민과 연구자들이 지방자치가 잘 되고 생태농업이 활성화된 인도의 케랄라주를 방문해 현장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했다. 지난해 아레나는 창립 25주년을 맞아 사무처를 홍콩에서 서울 성공회대학교로 옮겼다. 한국으로 사무처를 이전한 후 아레나는 새로운 3개년 계획에 따라 앞으로 ‘제국과 테러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중 결혼이주여성의 아시아 네트워크 결성이 눈에 띈다.

“최근 결혼으로 인한 아시아 여성의 이주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문제가 많고 단체도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3년 정도 여러 단체들이 서로 만나고 회의를 가지며 시민권 등 법률을 검토해 이들의 권익을 증진하고 아시아의 지역NGO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비단 결혼이주여성의 문제뿐 아니라 활발한 시민운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내에 만연한 차이와 차별의 문제 역시 아레나의 관심사항인 만큼, 앞으로 아레나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어떤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낼지 자못 기대된다.

〈글 윤민용·사진 권호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