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초 ‘재외동포법’이 제정된 직후 기자는 “‘재외동포’ 뺀 제외동포법”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많은 감사의 편지를 받았다. 그 중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편지가 하나 있다.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에 와 일하고 있다는 중국 동포 발신자는 “재외동포법에 실망했으나 그래도 고국에 우리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옌볜에서 중학교 선생님을 했다는 그는 “옌볜으로 떠나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돌아가면 다른 동포들에게 기사를 복사해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나 고국에 배반감을 느꼈으면 신문 기사 하나에 밤새 다른 동포들과 얘기하며 위안을 받았다고 했을까. 해외동포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편지지 곳곳의 눈물 자국 흔적이 뇌리에 떠오르곤 한다.

‘재외동포법’이 ‘제외동포법’이 된 과정은 간단하다. 당시 정부는 재미동포를 의식해 재외동포법 제정을 서둘렀다.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재외동포법 제정 추진 사실을 알고 반발하자 법 적용대상 범위를 ‘대한민국 국민 또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와 그 직계후손’으로 한정해 버렸다. 즉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나간 동포들을 제외해 버린 것이다.

이때 제외된 동포가 해외 동포의 절반에 가까운 재중, 재러 동포 260만여명이다. 우리 근대사의 한을 그대로 간직한, 그리고 대부분 독립 운동가들의 후손인 동포들이 법률상이긴 하지만 동포의 범주에서 제외된 것을 누가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당시 재외동포법을 ‘선진국 동포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 동포의 불법체류 문제나 브로커 문제도 결국은 재외동포법에 연원을 두고 있다.

정부가 이들 동포를 대상으로 ‘방문취업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재외동포법의 과오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지만 벌써 중국에서 정보에 어두운 동포들을 대상으로 악덕 브로커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는 중국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새로운 제도를 홍보하고 악덕 브로커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할 듯하다.

〈이승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