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중국과 고용허가제 계약을 맺으면서, 중국의 노동사회보장부(이하 노동부)가 아닌 상무부와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해 시민사회와 이주노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과거 산업연수생 송출업무를 전담해왔던 부서로, 각종 송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이하 고용허가제법) 7조 1항에는 “송출국가의 노동행정을 관장하는 정부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고용허가제 업무협력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이주노동자 송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송출 국가의 ‘노동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중국의 상무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과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등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를 향해 규탄의 소리를 높였다. 외노협은 “중국과의 MOU 체결은 3년 전부터 추진되어 왔던 사안이지만, 중국 내에서 상무부와 노동부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지연되어 왔다”고 설명하며,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한 일정에 따라 막무가내로 상무부와 MOU를 체결”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도 “고용허가제 주무 부서는 중국의 노동부가 되어야 한다”며, “과거 산업연수제 하에서 인력 선발과 송출을 담당했던 부서인 상무부를 제외해야, 고용허가제가 표명하고 있는 ‘송출 비리 근절’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삼열 외노협 사무처장은 “상무부 아래 민간송출업체들이 관여하고 있다. 그들 업체는 사실상 ‘상무부의 비호’ 아래, 과도한 브로커 비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 사회에선 외국으로 이주해 노동할 기회가 적은 반면 나가고자 하는 사람은 무척 많기 때문에, 브로커 비용이 턱없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우 사무처장은 또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국의 입국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라면서, “고용허가제법 7조 1항을 신설한 것도 중국의 송출 비리에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비리가 극심한 상무부를 배제하고, 노동부를 주무 부처로 하기 위해서 이러한 법 조항을 만들게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외노협은 성명을 통해 중국 부처들 간의 힘겨루기뿐 아니라, 한국 부처들 간 입장 차이로 인해 MOU 체결에 혼선을 빚어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법을 근거로 중국 노동부와의 MOU 체결을 주장해 왔지만, 우리 정부 내에서 외교관계를 중시하는 타 부처들의 입장이 달라 혼선이 계속되어 왔다”는 것.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측은 “지난 13년간 산업연수제로 도입되는 인력 선발을 맡아오던 중국 상무부가 인력 송출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교라인을 통한 로비를 펼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은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송출비리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외교관계만으로 외국인력정책을 파행으로 이끈다”며 비판하는 한편, 정부 측에 중국과의 고용허가제 MOU 체결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무부와의 MOU 체결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