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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0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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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그들을 누가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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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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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그들을 누가 죽였는가
여수 외국인보호소 참사 보면서…자유무역, 그 이전에 갖추어야 할 것
미국은 한미FTA를 체결한 후 중국과도 FTA를 추진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에게 진보도 변해야 한다며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개방을 재촉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월 11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로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중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이주노동자 에르킨 씨는 무려 11개월 20일 동안 보호소에 갇혀 있다가 변을 당했다. 고인의 경우 여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임금 체불로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자진 출두하여 해결책을 찾고자 했지만 당국은 그를 추방시키기 위해 여수 외국인보호소에 감금해버렸다.
정부 기관에서 화재가 일어나 억울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은 것도 끔찍한데 정부는 증거도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외국인노동자가 방화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서 정부가 벌이는 총체적 반인권 정책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보호소’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외국인노동자들을 강제 감금하는 것은 물론 단속 과정에서부터 과잉 폭력과 주거지 무단 침입 등 불법 단속, 통역인 없는 조사,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강압과 징벌, 오히려 인권피해자인 노동자들을 강제 추방하는 등 정부의 비인간적인 이주노동자정책,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의 참상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정착을 방지하기 위해 그들에 대해 인간 사냥식 단속과 강제 추방 정책만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력 부족 현상으로 인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정부 자체가 이런 마음가짐과 자세로 외국인들을 차별 대우하고 그들에게 깊은 한을 심어주면서 무슨 무역자유화를 하고 개방을 한다는 말인가. 무슨 집안 망신시킬 일이 있는가. 나라의 부끄러운 모습을 만천하에 알리고 자랑하겠다는 것인가.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개방에 앞서서 마음의 자세부터 가다듬고 사람 대하는 법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선조가 지녔던 포용력 배워야
세계문명교류사를 연구한 정수일 교수는 일찍이 신라가 로마와도 깊은 교역을 하는 한편 이슬람 문화권과 빈번한 교류를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민족이 마치 ‘배타성’이 강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식민사관의 일종이라고 한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망국의 원인으로 들지만 그것은 고작 10년에 불과한데 비해 일본은 수백 년간 지독한 쇄국정책을 써왔다는 것을 지적한다.
1985년의 공식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275개 성씨 중 귀화성이 무려 13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시대별 귀화성 수를 보면, 신라 때가 40, 고려 때가 60, 조선 때가 30개이다. 귀화인의 국적은 중국계가 90%로 제일 많으며, 그밖에 여진계, 위구르계, 회회계, 일본계, 베트남계 등 다양하다. 이렇게 혈통적으로는 다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데 정수일 교수는 단일민족이라 일컫는 것을 새롭게 해석한다.
생태학적으로 30여 인종의 혼혈로 이루어진 한민족은 ‘한 핏줄’일 수가 없다. 분명 다민족 혼혈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 핏줄’이니 ‘단일민족’이니 하고 주장하는 것은 대대로 포용성과 융합성이 남달리 강한 한국인들이 나름의 강렬한 용광로 속에 귀화인들을 용해시켜 적어도 생활문화나 의식구조 면에서는 단일민족 구성에 전혀 하자가 없는 튼실한 동질성과 단일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표시라고 정 교수는 말한다.
이러한 특징은 고려의 귀화정책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려는 튼튼한 국력과 높은 문화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귀화인에 대해 ‘내자불거(來者不拒)’ 즉, 오는 자는 거절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포용과 우대의 선정을 베풀었다. 귀화인을 호적에 편입하고 성을 하사하며, 관직을 제수하며, 주택과 전답·미곡·의복·기물·가축 등을 시여하는 주도면밀한 조처를 취하였다. 그리하여 고려 초 100년 기간에 약 17만 명이 귀화해 고려 사회의 인적 구성은 물론, 사회발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미FTA 협정과 개방에 앞서서 우리들은 선조들이 가지고 있었던 이런 포용력과 개방정신을 먼저 배워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경제력의 순위로 11위를 차지할 만큼의 국력을 갖추었으면 그에 걸맞은 마음의 개방도 해야 한다.
성서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같은 겨레 가운데서나 당신들 땅 성문 안에 사는 외국사람 가운데서, 가난하여 품팔이하는 사람을 억울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날 품삯은 그날로 주되, 해가 지기 전에 주어야 합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날 품삯을 그날 받아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가 그날 품삯을 못 받아, 당신들을 원망하면서 주님께 호소하면, 당신들에게 죄가 돌아갈 것입니다.”(신 24:14~15)
임금 지불을 늦추는 것은 주인에게 있어서는 단지 이자를 버는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품꾼들은 별 다른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임금을 받지 못하면 그날 그에 딸린 온 가족이 굶어야만 한다. 그런 극한 상황을 막기 위해 품꾼이 백방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몇 배씩이나 비싼 이자를 물기도 하고, 인간관계의 파괴와 모욕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돈도 아니고 자신이 땀 흘려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될 때 그 억울함의 고통은 인간 자체가 파괴될 정도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외국인노동자들에 경우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악용하여 인권유린, 체불임금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품삯을 주는 법, 임금에 관한 법은 누구나가 반드시 지켜야 할 구체적인 하나님의 명령이고 법이다.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종업원이 많든 적든 간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제 때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륜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하는 사람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임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에게 정한 임금을 정한 때에 주는 것은 기업경영에 가장 우선권을 두어야 할 원칙이다.
외국인노동자에게 불합리한 정책 철폐해야
오늘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우리들이 기피하는, 소위 3D 업종이라고 하는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들에 종사한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을 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 사회의 산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노동이 절실하게 필요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을 찍어 묶어놓기도 한다. 이것은 그들을 더 싼 임금으로 고용하기 위한 목적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자기 발로 이 나라까지 찾아온 사람들, 결국 장래에 우리와 가장 우호적 관계로 이끌어 가야 할 인적자원들에게 깊은 원한을 심어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탐하는 개인이나 나라에게는 그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자체도 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여수참사로 드러났다. 보호시설은 여권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간다. 그러나 이들이 신속하게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더 이상 보호시설에 감금되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조치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보호시설로 가는 또 다른 이유는 임금체불 문제인데 이를 해결키 위해 노동부가 먼저 기금을 마련하여 지불하고, 후에 체불한 회사로부터 받아 내거나 만약 기업이 망한 경우라면 노동부가 회사 청산과정에서 구상권을 행사해 받아내면 된다. 낮선 외국에 와서 갖은 서러움 받아가며 일한 임금을 떼인다는 것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이러한 제도를 실시한다면 지루한 재판이 끝나기까지 생사람을 3개월, 6개월 이상씩 보호시설에 감금할 이유가 없다.
신명기는 같은 겨레 가운데서나 그 땅의 성문 안에 사는 외국사람 가운데서 동일하게 가난해서 품팔이하는 사람을 억울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생존이 달린 문제에 있어서는 야훼의 명령이 바로 야훼의 주권 아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됨을 보여준다.
오늘날 국제적인 임금 수준은 국가 간의 경제사정에 맞게 차등하게 결정되고, 우리 또한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불균형은 신명기 법에 크게 위배된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할 때, 화폐가치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다. 한국 돈을 가지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쓸 때와 중국이나 인도에 가서 쓸 때의 교환의 차이가 매우 큰 것이다. 미국 사람은 네팔 사람에 비해 수백 배의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 하나님이 동일한 창조물로 지으신 인간이 국적에 따라 큰 편차를 갖게 되어 다른 화폐가치로 평가되는 이러한 불합리성을 우리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지금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에게 3년 동안의 단기 체류자격만을 주고 있다. 이것은 영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인데 세계화 시대 개방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한국어와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적응하고 나면 내쫓겨야 한다. 이미 한국사회에 적응된 이들을 내쫓고 새로운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은 국가적으로도 손해일 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데서 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나 폭행, 인격모독 등 이들에게 가해지는 구조적인 차별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이주노동자를 허락하는 정책은 고용허가제인데 이것은 사업주의 편의를 위해서 고용을 허가해주는 제도이지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을 허가해주는 정책이 아니다. 국내 고용허가제는 원천적으로 직장 이동을 금하고 있다. 직장 선택과 이동의 권리를 이주노동자들에게 줘야 함에도 정부가 막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관이 보호한답시고 1년씩 강제로 가두어 놓은 사람들을 불에 타 죽게 했다. 외국인을 대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와 그들을 대하는 자세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이런 정도의 막 되먹은 자세로 개방을 한다면 드러내 놓고 망신 떠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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