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짜오, 안 껌즈?" 베트남어 배우는 시어머니들

"씬 짜오, 안 껌즈?(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언뜻 들어선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베트남어. 배우고 싶어도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발음이 6성조로 이뤄져 배우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베트남어를 선뜻 배우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src='/nocut/takeJs/bestCutNew.js?ver=2007042712266'></script>그런데 그 모습들이 예상밖이다. 대학생이나 베트남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노인들도 꽤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반드시 베트남어를 배워야 하는 사정이 있다.'베트남 며느리'를 둔 시부모를 비롯, 남편 시누이 등이 만리타국에서 날아와 한국 땅에 정착한 '새 식구'를 위해 베트남 말을 배우는 것이다.



강사 또한 '베트남 며느리' 중 한 명인 트란티 메이안(35) 씨. 10년 전 결혼한 메이안 씨는 한국어에도 능통해 강사로서는 제격이다.



26일 부산 서구 충무동 주민자치센터 베트남어 교실. 20여 명의 수강생들이 모여 베트남어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강사가 하는 말을 따라 하기도 힘들지만 며느리 아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열성이다. 열심히 발음을 따라하던 한 시어머니가 "아이고, 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워. 보통으로 공부해서는 턱도 없겠네"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서구는 타 지역에 비해 국제결혼을 통해 정착한 이주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필리핀 중국 여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베트남 여성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말을 구사할 줄 아는 중국동포 여성이나 영어를 구사하는 필리핀 여성들은 그나마 의사소통이 편한 편이지만 베트남 여성이 있는 가족은 의사소통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느리와 말이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찬장에서 그릇을 가져오라면 물을 떠 오는 식이었죠. 심성은 참 고운데 말이 안 통하니 불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4개월 전 베트남인 리엔 씨를 며느리로 맞은 정용례(70) 할머니는 "며느리 나라말을 배울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웃었다.



얼마 전 결혼한 정윤식(34) 씨는 "베트남에 계신 장모님께 전화를 할 때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앞으로는 귀여움 받는 사위가 될 것 같다"며 싱글벙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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